오방신의 '접신' 콘서트…"어지러운 세상에서 함께 탈출!"

오방신의 '접신' 콘서트…"어지러운 세상에서 함께 탈출!"

2019.03.29. 오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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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신의 '접신' 콘서트…"어지러운 세상에서 함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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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가발을 쓴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곳곳에서 들썩이는 어깨춤,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를 향해 온몸을 흔드는 여성 관객들도 눈에 띈다. 배우 유아인도 '깜짝' 관람을 하며 격려의 갈채를 보냈다. 비바람이 몰아친 궂은 날씨에도 주말 (30일) 저녁 서울남산국악당은 록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열광의 무대로 후끈 달아올랐다. '오방신'으로 널리 알려진 소리꾼 이희문의 이색 민요 콘서트 '오방신과'. 관객들은 굿판의 '접신' 체험과 같은 무아지경으로 빨려들어간다.

오방신의 '접신' 콘서트…"어지러운 세상에서 함께 탈출!"

▲ 사진 제공 : 서울남산국악당

이희문은 붉은 스타킹에 은색 하이힐 등 파격적인 의상을 번갈아 갈아입으며 자신의 장기인 경기 민요에 재즈, 레게 음악을 버무린 독특한 칵테일 무대를 펼쳤다. 젊은 소리꾼 신승태와 조원석으로 구성된 코러스팀 '놈놈'(민요), '노선택과 소울소스'(레게)의 가락과 리듬이 함께 어우러져 흥겨운 퓨전 무대를 연출했다.

30일 마지막 공연에서 민요와 레게 음악의 퓨전 선율을 탄 간드러진 음색과 끈적끈적한 몸짓은 서울남산국악당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눈과 귀를 끌어당겼다. 자메이카에 뿌리를 둔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된장맛 레게 리듬은 경기민요의 가락과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특히 '창부타령'과 함께 경기민요의 백미로 꼽히는 '노랫가락'을 비롯해 '사설방아' 등에서 선율을 동글동글하게 말아올린 시김새는 레게 리듬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소리 테크닉의 절정을 보여줬다.

"국악 시김새의 독창적 운율을 타는 사설방아 같은 것은 경기 민요에 서도 민요 발성이 들어갔어요. 이것을 레게 음악에 얹혀 보니 굉장히 매력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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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문은 이번 공연에서 재즈와 레게음악과 번갈아 놀며 이색 무대를 펼쳤다. 두 장르의 특색을 간파해 퓨전의 맛을 유감없이 살렸다. 개막 하루 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퍼즐을 맞추듯 매력적인 장르 융합의 실험을 한껏 즐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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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무기인 경기민요, 서도민요가 다른 장르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느냐, 이것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감흥이 다르듯이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재즈나 레게음악 등 다른 장르와 만났을 때 제가 기존에 불렀던 민요를 어떻게 노래해야 하느냐 자꾸 이런 숙제를 주는거죠. 이런 것을 풀어쓸 때 느끼는 희열들이 있어요. 관객 여러분에게 이것이 맞을까요 하고 한 번 던져보는 거죠."

"재즈는 젠틀한 느낌, 품격이 있어요. 재즈밴드 프렐류드도 처음 봤을 때 젠틀한 신사 같이 덜 노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것을 내려놓게 하려고 애썼어요. 거기에 비하면 레게 음악은 워낙 질펀하게 잘 놀아요. 소위 말하는 전통 음악이 갖고 있는 뽕끼가 다분히 있어서 그게 잘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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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인 차세대 소리꾼 김율희도 금빛 왕관을 쓰고 게스트로 등장해 흥을 돋우었다. '흥타령', '중타령', '뺑덕' 등 멋들어진 가창과 고혹적인 몸짓으로 민요콘서트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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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대는 공연 전부터 입소문이 나 국악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소리꾼 이희문이 줄 수 있는 묘한 카타르시스, 일탈의 체험이 아닐까?

"나라 시국이 좀 어지럽잖아요. 이 어지러운 세상을 즐거운 음악으로 좀 탈출해보자! 음악과 퍼포먼스 통해 관객들과 신나게 놀고 싶어 만든 공연이에요. 큰 의미는 없어요. 그냥 놀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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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의 이단아' 이희문은 대중과 호흡하며 국악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안무가 안은미와의 콜라보 작품, 민요록밴드 ‘씽씽’ 활동, KBS 신개념 버라이어티 쇼 '도올아인 오방간다' 등 도전적인 실험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파격적인 변신으로 갈수록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는 소리꾼의 어조는 나지막하고 진지하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활동했는데 그동안 실험을 해온 음악들 보면 뭔가 좀 넘쳤어요. 이제는 좀 덜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목소리로 승부할 수 있는 악기, 멜로디 라인이 없는 타악기 정도. 제가 목소리 하나로 승부 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을 올해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리꾼으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무대를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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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문 컴퍼니는 이번 공연에서 서도민요 '긴난봉가'로 시작해 '병신난봉가', '건드렁타령', '장기타령', '군밤타령' 등 주옥같은 민요를 열창하며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을 국악의 향연에 빠져들게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앵콜곡은 예상을 깨고 '그대 모습은 장미', '환희', '영원한 친구' 등 귀에 익숙한 대중가요 메들리로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무거운 가발 밑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과 팬을 위해 열의를 다하는 모습, 다음 공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에도 잘 놀아보자!"

## YTN 이교준 기자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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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정보

이희문컴퍼니의 특별한 민요콘서트 '오방신과'

서울남산국악당 / 3월 29~30일

이희문(민요), 놈놈(민요), 프렐류드(재즈)
노선택과 소울소스(레게), 김율희(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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