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아이들의 놀 권리(Right to play)를 지켜주세요“

오준 "아이들의 놀 권리(Right to play)를 지켜주세요“

2019.03.20.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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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아이들의 놀 권리(Right to play)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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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오준 "아이들의 놀 권리(Right to play)를 지켜주세요“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초대석 시간입니다. 공포, 전쟁, 재난, 무관심, 질병, 굶주림. 그 무엇으로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구하는 NGO 단체. 우리에게는 신생아 모자 뜨기로 더 친근한 빈곤 아동을 돕는 국제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인데요. 올해로 이 세이브더칠드런이 100주년이 됐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100년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오준 이사장 모시고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하 오준)>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먼저 청취자 여러분께는 오늘이 처음이니까 인사 부탁드릴게요.

◆ 오준> 네, 안녕하세요.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오준입니다. 저는 그전에는 유엔 대사를 했기 때문에 저를 전 유엔 대사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데요. 현재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일하고, 또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말씀하신 것처럼 청취자분들께는 전 주 유엔대사로 더 익숙하실 거예요. 그런데 오늘은 세이브더칠드런의 이사장으로서 여러분들께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실 텐데요. 사실 외교관으로서 거의 40년 가까이 일을 하셨거든요? 다른 좋은 기회도 정말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직을 맡게 되셨어요?

◆ 오준> 제가 대학 졸업하자마자 외교부에 들어가서 쭉 일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가져보지 못했고, 외교관으로 퇴직하면 사회에서 일하고 싶다.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든지, 사회단체에서 일을 한다든지, 이런 것은 벌써부터 마음을 정했었고요. 그러면 왜 세이브더칠드런을 하게 됐느냐 하는 부분은 사실은 세이브더칠드런 이외의 다른 단체들과도 일을 합니다. 특히 장애인 관련 단체들과 일을 하는데요.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적으로 제가 유엔 대사를 할 때부터 많이 들었던, 국제적으로도 가장 큰 NGO 중 하나고, 또 가장 오래된 NGO이고, 그래서 우리 미래 세대인 아동을 구하는 일이 뜻깊다는 생각을 했죠.

◇ 조현지> 아마도 앞서 제가 설명해드린,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 이 뜻에 이사장님이 많이 공감을 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세이브더칠드런 하면 저희가 딱 떠오르는 게 신생아 모자 뜨기거든요. 많은 분들이 이제는 알고 계실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캠페인인가요?

◆ 오준> 신생아 모자 뜨기는 우리나라에서만 한 것은 아니고, 미국이나 영국 같은 해외에서도 ‘Cap Knitting’이라고 해서 모자 뜨기를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했죠. 2007년에 시작한 이후 지금은 세이브더칠드런의 거의 대표적 브랜드처럼 성공했습니다. 원래 그 취지는 개도국의 많은 나라에서 아이를 낳으면 어떨 때는 조숙아도 있잖아요. 미숙아. 그러면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하는데, 인큐베이터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비싼 의료 장비입니다. 대부분의 개도국에서는 인큐베이터가 큰 병원에만 있어요.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집에서 아이를 많이 낳고, 또 그 아이가 미숙아라든지, 또는 너무 낮과 밤 기온 차가 심한 지역에서는 그 아이를 생존시키기 위해서 따뜻하게 해주고, 엄마의 배 위에 올려서, 그것을 캥거루 요법이라고 하는데, 그렇게도 해야 하거든요. 그럴 때 가장 핵심적인 게 아이의 체온입니다. 체온을 높이기 위해서 모자를 씌우는데요. 어린아이는 몸의 크기에 비해서 머리가 굉장히 크잖아요. 머리에서 온도가 많이 발산되거든요. 모자를 씌우면 한 2도 정도 더 오른대요. 거기서 착안해서 영미 지역에서 처음에 이런 모자를 많이 만들어서 보내주자, 한 것인데, 우리 한국에 들어와서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가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의 호응이 있었습니다.

◇ 조현지> 저도 어렸을 때 열심히 이것을 해서 보냈던 기억도 나고요. 오늘 이사장님 뵈면서 나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전 세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것이 세이브더칠드런입니다. 창립 100주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앞서서도 얘기해주셨지만 민간 NGO 단체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고요?

◆ 오준> 그렇죠. 원래 세이브더칠드런보다 먼저 시작한 적십자라든지, 난민구호기구가 있었는데, 그 두 가지는 전부 정부 간 기구가 됐거든요. 세이브더칠드런은 1차 대전이 끝난 바로 다음 해인 1919년에 영국에서 에글렌타인 젭이라는 여성분이 시작했습니다. 그때도 민간기구로 시작했고, 지금도 민간기구로 남아있으니까 가장 오래된 민간 인도주의 구호 NGO라고 볼 수 있죠.

◇ 조현지> 그러면 한국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요?

◆ 오준> 한국에는 물론 우리가 혜택을 받는 국가로서 들어왔죠. 한국 전쟁 때 구호대상이었죠. 고아도 많이 생기고, 전쟁이나 이런 분쟁이 나면 어린이들이 제일 먼저 고통을 받고, 피해를 보잖아요. 어른들은 그래도 도망갈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고 한데 어린이들은 부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요. 만약 부모가 불행히도 죽는다든지 하면 고아가 되고, 고아들은 자기 자신의 생존 능력은 없잖아요. 그래서 분쟁지역에서의 아동 구호가 원래 세이브더칠드런이 생긴 의도이기도 하고, 우리가 한국 전쟁 때 세이브더칠드런이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나라 고아들이나 어린이들을 많이 도와줬죠.

◇ 조현지> 그리고 100주년을 기념해서 ‘그리다 100가지 말 상처’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것을 보면서 정말 의외의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구나. 그리고 저도 어렸을 때 나도 부모님께 저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하는 말도 많이 있었거든요. 이사장님은 어떤 말이 기억이 남으셨어요?

◆ 오준> 저희가 100주년 기념으로 그런 캠페인을 하는 것은 국제 세이브더칠드런 차원에서는 100주년 캠페인이 분쟁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자는 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세계에는 분쟁이 많고, 전쟁도 많으니까 그런 캠페인을 하지만, 이제 우리는 분쟁지역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동들의 문제는 쉽게 말씀드리면, 선진국형 아동 문제가 더 많습니다. 아동학대라든지, 아이들이 놀 권리가 있는데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해야 한다든지, 그다음에 아동 학대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신체적인 학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말을 가지고 하는 학대. 그런 학대도 있거든요. 정신적인 학대죠. 그런 부분을 우리가 100주년에 부각시켜보겠다고 해서 그런 것을 한 것이고요. 저도 특히 과거에 아이를 키웠지만, 애들에게 우리 부모들이 무심코 비교하잖아요. 그것은 완전히 아빠를 닮았구나, 왜 그런 짓을 하니, 한다든지, 너네 형을 봐, 형은 안 하는데, 너는 꼭 이렇게 하니, 이렇게 하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말 상처에 많이 지적됐는데, 그게 참 저도 어린이였으니까, 어린이 입장에서 볼 때는 그랬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조현지>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누구나 어린이를 거쳐서 어른이 되는 건데, 어른이 되면 또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있단 말이죠. 저는 보면서 당연한 것을 왜 물어, 여러 번 말하게 하지마. 이게 정말 어른 입장에서의 말이거든요. 아이들은 이해가 안 가니까 자꾸 물어볼 수 있고, 뭔가 관심을 받고 싶어서라도 물어볼 수 있는데, 왜 자꾸 물어, 한 번 말하면 못 알아들어? 이런 표현들을 보면서 어른이 반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너 공부 안 하면 저 사람처럼 된다, TV를 본다든가, 길거리 가다가 그런 이야기를 어른들이 많이 하시잖아요. 그 ‘100가지 말 상처’를 보면서 저는 이런 말이? 하면서 체크를 해보는데, 정말 많더라고요. 아마 지금 방송을 듣는 많은 청취자분들께서도 포털 사이트에서 세이브더칠드런 ‘그리다 100가지 말 상처,’ 라는 것을 검색해보시면 100가지 말 상처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무심코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앞서서도 말씀하셨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형 아동학대가 많다고 얘기를 해주셨는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주는 편이잖아요? 부모들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한테 그런 스트레스를 덜 주면서, 그렇다고 공부를 아예 안 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오준> 우리나라의 국가 발전에는 교육이 굉장히 중요했고, 예를 들어서 아프리카와 비교해본다고 하면요. 아프리카는 2015년이 되어서야 초등학교 진학률이 80%가 됐습니다. 그것도 한 15년간의 MDG라는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 계획을 통해서 집중적으로 노력한 결과 원래 60%였는데, 15년 만에 20%를 올려서 80%가 됐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1일당 국민소득이 100불도 안 됐을 때 대부분의 아프리카보다 우리가 국민소득이 낮았거든요. 그때도 초등학교 진학률이 90%였어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 우리는 그만큼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비록 집안이 어렵고, 잘 못 먹어도 학교는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셨던 거잖아요. 그게 또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 안에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거죠. 그런데 너무나 교육에 중점이 많이 되다 보니까 우리가 선진국에 가까워지면서 조금 더 포괄적인, 조금 더 다양성 있는 종합적인 인간으로 교육시켜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놀 권리. 이런 이야기를 하면 놀리는 것을 저렇게 표현하는가보다 하시는데, 그게 아니고요.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 Right To Play. 놀 권리가 실제 있어요. 아이들은 놀 권리가 있다, 이렇게 인정해준 것이고, 우리는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 가입했으니까 놀 권리를 인정 안 하면 위반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놀 권리만 생각해서만도 아니고, 이제 우리가 조금 더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야 하느냐에 대해서 공부를 넘어 생각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조현지> 여기서 잠깐 딴지 걸고 싶은데, 밖의 스태프의 정보에 따르면 이사장님께서 무려 24살 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그러면 어떻게 보면 정말 공부만 하신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놀 권리를 충분히 누리셨습니까?

◆ 오준> 물론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 시험을 쳤어요. 요새는 대학교 갈 때까지는 입학시험을 안 치르잖아요. 그렇지만 저희 세대까지는 어렸을 때 동네에 나가서 항상 놀았고,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아침에 나가서 놀면 저녁에 집에서 부를 때까지 안 들어갔습니다. 밖에서 애들하고 놀고요. 그렇게 살았는데, 요즘은 다들 아파트에 사시고, 아이들도 그렇게 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러면서 저희 세대를 시작으로 해서 입시 경쟁, 심지어 입시 지옥이라고 하는 말까지 사용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입시의 부담을 아이들에게 덜어주려고 여러 가지 입시제도 개혁이나 노력을 했지만, 사실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지 그 치열한 경쟁은 여전하잖아요. 우리 세대가 다같이 생각해보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조현지> 다시 ‘그리다 100가지 말 상처’로 돌아가서 캠페인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을까요?

◆ 오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나도 이런 말 하는데, 또는 나도 이런 말 많이 들었는데, 하면서 이런 것이 상처를 줄 수 있구나, 하는 인식, 깨달음, 그런 것을 여러분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왜냐하면, 저희 세이브더칠드런이 사람들을 계몽하고, 교육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냥 우리 아동들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이런 면도 생각해봅시다, 하고 제안을 하는 거죠.

◇ 조현지> 네,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가 그 100가지를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꼭 한 번 찾아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끝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이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소개해주고 싶은 사업이 있으시다고요?

◆ 오준> 네, 저희 사업의 60%는 해외에서 하는데, 해외에서는 아직도 아이들이 생존하고, 보호받고, 그런 부분이 어려운 데가 많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에 치중하고요. 아까 신생아 모자 뜨기라든지, 또는 백신을 맞으면 살 수 있는데도 백신을 맞지 못 해서 다섯 살 전에 죽는 아이들이 세계에는 아직도 500만 명이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도와준다든지 하는 것이고, 이제 우리나라는 보다 선진국형인 아동 문제가 있으니까 그런 아동 학대의 문제라든지, 또 가정 위탁이라든지, 그다음에 제가 이야기한 놀 권리. 또 아시아 국가들이 대개 그런데, 과거 전통적인, 마치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게 남아있어요. 그래서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 그런 캠페인도 하고요. 어떤 경우에도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표현 자체에 반대합니다. 그것은 동반 자살이 아니고, 아이를 살해하고, 자기가 자살하는 것이지, 아이들은 부모와 달리 아이들이 살 권리가 따로 있는 건데 그런 것이 무시되는 용어라서 저희가 그런 용어 자체에 반대하고요. 우리 아시아 문화권은 아무래도 서양식으로 사회가 직접 가정 일에 개입하는 게 저항이 있거든요. 그런 우리 문화에 맞으면서도 그런 사회가 국가 전체로 아이들을 키워내는 데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 하는 것에 대해서 저희도 많은 고심을 합니다.

◇ 조현지> 네. 오늘 이사장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오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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