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없는 영화, 어머니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았습니다

갈등 없는 영화, 어머니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았습니다

2019.02.01. 오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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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없는 영화, 어머니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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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9년 2월 1일 (금요일)
■ 대담 : 이종은 영화 <시인 할매> 감독


갈등 없는 영화, 어머니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았습니다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오늘부터 설 연휴로 고향 내려갈 준비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명절 앞두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한 편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영화 제목이 <시인 할매>인데요. 이 영화 연출하신 이종은 감독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종은 영화 <시인 할매> 감독(이하 이종은)> 네, 안녕하십니까. 다큐멘터리 <시인 할매>를 만든 이종은입니다.

◇ 이동형> 시인 할매, 다큐멘터리입니까?

◆ 이종은> 네, 다큐멘터리입니다.

◇ 이동형> 어떤 영화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 이종은>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았던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들이 계시죠. 일흔 살, 여든 살 넘어서 겨우 한글을 익히시고, 그리고 시까지 쓰셨는데요. 이분들의 시가 굉장히 아름답고, 따뜻하고, 당시 어머님들 세대를 대변할 만큼 보편적인 감성을 내포하고 있는 시입니다. 저희 영화는 이 시를 쓰신 어머니들의 삶을 오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런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 이동형> 할머니 한 분, 두 분이 아니라 여러 분이 나오시는 모양이네요?

◆ 이종은> 일곱 분이 총 등장하시고요. 골고루 시선을 분배하려고 했는데, 두 분이 많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 이동형> 그러면 원래 할머니들이 배움을 다하지 못하셔서 한글을 못 깨우쳤다가 늦게나마 한글을 공부해보자, 나중에는 시까지 쓰게 됐다, 이 말씀이죠?

◆ 이종은> 네, 그렇습니다.

◇ 이동형> 시가 인터넷에 몇 개 올라왔던데,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 이종은> 정말 아름답죠.

◇ 이동형> 글씨가 본인들이 직접 쓴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삐뚤빼뚤한데, 그 내용이 너무 아름다운데요.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 이종은> 그렇죠. 가슴속에서 우러났던 이야기들, 말로 다 하지 못했던 것, 글로 옮기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 글을 배우면서 폭발하듯이 나온 시로 느껴졌습니다.

◇ 이동형> 개봉이 언제입니까?

◆ 이종은> 2월 5일 설날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 이동형>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여서 흥행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 이종은> 개인적으로는 크게 기대하고 있는데, 현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워낙 큰 영화들이 많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같은 작은 영화들이 조금 스크린에 배려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 이동형> 과거에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였나요? 그건 다큐멘터리이지만, 굉장한 입소문을 불러일으키면서 많은 관객을 모으지 않았습니까?

◆ 이종은> 네, 그랬죠.

◇ 이동형>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면서요.

◆ 이종은> 고맙습니다.

◇ 이동형> 할머니들은 혹시 영화 보셨습니까?

◆ 이종은> 작년에 10회 DMZ 국제 다큐 영화제에 제가 초청되면서 할머니들도 같이 모셔서 큰 스크린에서 보실 수 있도록 했고, 그때 굉장히 기뻐하시고, 쑥스러워하시고,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 이동형> 할머니들은 영화 보고 어떤 반응이 있었습니까?

◆ 이종은> 굉장히 쑥스러워하시고, 부끄러워하시고, 하지만 굉장히 기뻐하시고, 그리고 이렇게 영화로 나올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예쁘게 하고 찍을 걸 하고 말씀하시는 어머님들도 계셨습니다.

◇ 이동형> 할머니들이 호남 곡성에 살고 계십니까?

◆ 이종은> 네, 곡성 서봉리라는 아주 작은 마을의 한동네 어머님들이시죠.

◇ 이동형> 이번에 개봉 앞두고 서울 나들이하신다고요?

◆ 이종은> 네, 며칠 전에 저희가 시사회할 때도 한번 모셨었어요. 그때도 즐거운 시간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 이동형> DMZ 다큐 영화제 일반 관객들 반응은 어땠었습니까?

◆ 이종은> 슬프고, 또 아련하고, 엄마 생각 많이 나고. 영화 보고 나서는 그동안 전화 못 드렸던 부모님한테 전화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영화라고들 말씀해주시더라고요.

◇ 이동형> 다들 이런 영화 보면, 어머니, 또 할머니 생각 많이 날 것 같아요.

◆ 이종은> 조금 젊은 세대는 할머니 생각, 조금 연배가 있으신 중년들은 우리 어머니들 생각을 많이 떠올리시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 이동형> 할머니들하고는 어떻게 처음 인연이 됐던 겁니까?

◆ 이종은> 먼저 김선자 관장님이라고 할머니들께 글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을 찾아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궁금했던 것, 할머니들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쓰실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가르쳐주셨는지, 그것을 먼저 여쭤봤고, 할머니들을 카메라 앞에 모시고 싶습니다, 찾아뵈었죠. 제일 먼저 만난 어머니가 윤금순 어머님, 양양금 어머님, 두 분을 먼저 찾아뵈었고요. 두 분을 뵙고 나니까 더욱 우리가 스크린으로 옮겨야겠다, 많은 분들께 이분들의 삶을 알려드리고, 우리 어머니 세대를 조금 더 차분하게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이동형> 할머니들 처음 뵙고, 또 이야기해보고, 이럴 때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첫인상이라고 할까요?

◆ 이종은> 푸근했어요. 굉장히 푸근했고, 낯가림하는 것보다는 우리 아들들 친구들이 오면 반가워해 준 기억들이 있잖아요? 우리 어렸을 때 보면. 그런 느낌을 받았었어요.

◇ 이동형> 그러면 꽤 오랫동안 함께하셨던 것 같네요?

◆ 이종은> 저희가 마냥 할머니들 곁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처음 말씀드릴 때부터 한 1년 정도는 어머니들을 찾아뵐 것이고, 머물기도 할 것이라고 말씀드렸어요. 1년이라고 한 것은 우리 어머님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같이 보고 싶었어요.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겪으신 분이기도 하고, 또 어느 특정한 한 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같이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어머님들께는 한 1년간은 계속 볼 겁니다, 미리 말씀은 드렸었죠.

◇ 이동형> 그러면 그냥 그분들 일상생활을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담았겠네요?

◆ 이종은> 그러려고 노력을 했죠. 가까이 갈 때도 있고, 귀찮아하시면, 뒤로 빠지기도 하고, 카메라 내려놓고 주시는 음식 맛있게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촬영하는 시간은 저희한테도 힐링이 되고,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이동형> 상당히 친해졌겠습니다?

◆ 이종은> 저희도 처음에는 할머니라고 불렀는데요. 만나 봽게 되면서 할머니라는 말씀보다는 어머님이라고 부르게 되고, 급할 때는 ‘엄니’하고 부를 때도 있고, 그랬죠.

◇ 이동형> 보통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 이종은> 조금 젊으신 분들이 일흔넷 정도 되시고, 연세가 많으신 분은 여든여섯, 여든일곱 정도 되셨습니다.

◇ 이동형> 우리 댓글 창에도 할머니들이 쓰신 시 조금 소개해주세요, 라는 댓글이 많은데, 몇 편 소개해주시죠?

◆ 이종은> 영화 첫머리에 나오는 시인데요. 윤금순 어머니의 ‘눈’이라는 시입니다. 저를 곡성으로 불렀던 시이기도 해서 소개를 드리고 싶은데요. 눈. 윤금순. 사박사박 // 장독에도 // 지붕에도 // 대나무에도 //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 잘 살았다 // 잘 견뎠다 // 사박사박. 이런 시고요. 윤금순 어머니는 상처가 굉장히 많으신 분입니다. 어쩌면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상처, 치유받기 어려운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인데, 어느 겨울날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그 어려웠던 세월들, 가혹했던 세월들을 마치 눈이 위로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을 글로 옮긴 시입니다.

◇ 이동형> 마지막 잘 살았다에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을 것 같네요.

◆ 이종은> 그렇죠. 잘 살았고, 또 잘 견뎠고.

◇ 이동형> 여기 말 그 자체로 잘 살았다는 의미뿐만 아니고,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말로 할 수 없을 것처럼 어려운 고통이 있었는데, 그 고통의 표현을 잘 살았다,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고통을 견뎌낸 것에 대해서 스스로 대견해서 이 표현을 하실 수도 있고요.

◆ 이종은> 많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다 치유 받지는 않았지만, 견디고 있는 진행형의 마음도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여러 마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졌었어요.

◇ 이동형> 혹시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치면서 시 공부를 따로 하셨습니까?

◆ 이종은> 어머니들은 시가 뭔지도 모르신다고 여전히 말씀하세요. 글을 가르쳐주신 김선자 관장께서 동요집, 동시집 같은 것들을 교재로 사용했는데, 그것을 받아쓰고, 옮겨 적으면서 공부하시다 보니까 우리 어머니들도 이 정도의 시를 쓰실 수 있겠다. 왜냐하면, 살아온 인생에서의 사연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싶어서 가이드를 해주셨을 뿐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시들이 나오게 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죠.

◇ 이동형> 그런데 운율도 딱딱 맞고요. 보면, 장독대에도, 지붕 위에도, 이렇게요.

◆ 이종은> 남도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운율들, 그런 것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저도 많이 가졌었어요. 그런 느낌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 이동형> 혹시 하나 더 있습니까?

◆ 이종은> 조금 짧게 소개드리고 싶은데요. 해당화. 양양금 어머니의 시인데요. 중략하고, 소개해드리면, 해당화 싹이 졌다가 // 봄이 오면 새싹이 다시 펴서 // 꽃이 피건만 // 한번 가신 부모님은 // 다시 돌아오지 않네. 해당화라는 시인데, 제가 잠깐 중략을 했습니다만, 길섶에 핀 해당화를 보고 부모님 계신 곳에도 저 해당화가 피어있겠지, 라면서 어려운 시절, 정말 한 번도 맛있는 것 못 먹고 돌아가셨던, 편안 삶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으신 시였습니다.

◇ 이동형> 네, 우리 할머니들도 누군가에게는 딸이었으니까요.

◆ 이종은> 그럼요.

◇ 이동형> 우리 오프닝에 나왔던 윤금순 할머니의 시 있잖아요. 제목 선산이 거기 있고. 이 시도 마지막에 내년에 농사를 지을랑가, 안 지을랑가, 몸땡이가 모르겠다고 하네. 이것도 대단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요.

◆ 이종은> 대단하죠. 그 시를 따님 앞에서 읊으셨어요. 몸땡이가 내년에 지을랑가, 안 지을랑가 모른다고 하네, 그러니까 따님은 뭘 몰라, 짓지 말아야지, 하고 툭 내뱉는데, 그게 모녀만이 나눌 수 있는 그런 대화. 한 마디, 한 마디만 들어도 서로를 알 수 있는 정감 어린 그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 이동형> 거기다가 선산이 거기 있고, 영감도 아들도 다 거기 있응게. 이렇게 투박한 호남 사투리 그대로 쓴다고 하는 게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 이종은> 네, 맞습니다.

◇ 이동형> 굉장히 단어를 꾸미려고 하지 않고 말이죠.

◆ 이종은> 네.

◇ 이동형> 할머니들이 안 그래도 연세가 있기 때문에 건강 걱정을 많이 하실 텐데, 직접적으로 건강 걱정을 이 시에 담은 게 아니고, 내가 내년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못 지을까, 내 몸뚱이는 모른다고 한다, 이 단어 자체에서 여러 가지 함축된 의미가 있어서 정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저도 이게 글 써가지고 밥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종은> 어머니들의 언어가 굉장히 살아있죠. 생동감이 넘칩니다. 정이 넘치고요.

◇ 이동형> 아무래도 다큐멘터리 영화고, 또 할머님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연출하고, 이런 장면은 거의 없었겠습니다?

◆ 이종은> 연출을 하고 싶어도 연출이 안 되고요, 어머님들은. 그리고 30분 이상 촬영하는 것에 대한 집중도 젊은 남자들이 카메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게 사실 굉장히 불편한 일이지 않습니까? 30분 정도를 저희가 따라다니면, 그만 찍으라고 역정을 내시는 경우도 사실은 많았고, 그냥 역정만 내시는 게 아니라 그만 찍고 이제 고구마 먹어라, 그만 찍고 저녁 같이 먹고 가자, 이렇게 촬영을 많이 끊으셨죠. 힘들었지만, 제일 고맙고, 정이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동형> 그래도 1년 이렇게 찍으면서 보면, 할머니들 기력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것도 느끼실 것 같아요?

◆ 이종은> 많이 보죠. 처음 찍었을 때와 촬영 막바지가 되었을 때, 또 한 해가 넘어가면서 어머니들이 느끼는 감상들, 감정들이 오롯이 보일 때가 있었는데요. 조금 하루가 다르다, 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 이동형> 지금 우리 감독님하고 이렇게 듣기만 하면, 따뜻하고, 정감 어린 영화일 것 같은데, 그 안에서 혹시 갈등 부분은 없습니까?

◆ 이종은> 그 점이 저희도 사실 고민됐던 지점이었습니다. 드라마가 됐건, 다큐멘터리가 됐던 간에 갈등 구조라는 부분에서 몰입감이 있고,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저희는 갈등이 없는 그런 다큐멘터리에요. 그 점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관객분들께서는 그러한 갈등이 없는, 할머니들의 진솔한 모습들에서 각자 자기 내면화가 되는 감동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렸을 때 할머니 손에 자랐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 한번 손을 잡아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안 계신 그런 슬픔들. 각각 가지고 있는 사연이 이입되는 경험을 하시는 것 같아요.

◇ 이동형> 여러 가지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인가요? 거기 보면, 거기도 따뜻한 영화입니다만, 자식들끼리 갈등이 있거든요? 서로 어머니를 잘 모셨니, 못 모셨니. 그거 보면서 다들 어떤 집이나 저런 갈등이 있다고 생각할 텐데요. 어쨌든 이번 영화는 끝까지 감동?

◆ 이종은> 저는 이런 가족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사실은. 굉장히 가족, 며느리, 아들, 딸들이 너무나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도와주는 모습들이 과연 이게 현실의 가족인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가족들이라서 사실은 고구마 캐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을 편집하다 말고 눈물이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을 만날 수 있다니, 그리고 그분들을 제가 카메라로 담을 수 있다는 감동에 너무 벅찬 기분을 받아서 편집하다가 운 경우는 저도 거의 20년 가까이 일을 했었는데요. 처음이었습니다.

◇ 이동형>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습니까? 촬영하시면서?

◆ 이종은> 마찬가지의 경우인 것 같아요. 어머니들께서 다른 부분들은 촬영 협조를 잘 해주셨어요. 그런데 단 한 장면. 촬영하지 못하겠다고 거부하신 부분이 있는데요. 아주 완강하게. 그게 혼자서 식사하시는 모습은 찍지 말아달라, 혹은 찍었으면 사용하지 말아달라. 어머니 왜 그러세요? 그랬더니 우리 아들들이 이 장면을 보면 마음 아파한다. 왜 마음 아파하세요, 어머니? 그랬더니 찬도 없고, 물 말아먹는 거 우리 아들들이 보면, 안 된다고 그거는 찍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그 말씀을 듣고, 저는 사실 그 장면을 꼭 넣고 싶었거든요. 어머니들을 우리가 너무 잊고 사는데, 우리가 바쁘다고, 거래처 만난다고, 친구 만난다고 하는 그 시간에 어머니는 혼자서 물 말아서 김치 하나 놓고 식사를 때우시는데, 이 장면을 정말 넣고 싶었지만 넣을 수는 없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들의 삶에 진실들은 곳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포기하더라도 진심은 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기꺼이, 그리고 당연히 소원을 들어드려야죠.

◇ 이동형> 요즘 우리 젊은 친구들은 ‘혼밥족’이라고 해서 혼밥 많이 먹고, 나름대로 그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 이종은> 그런데 그게 너무나 외로우니까 유튜브나 이런 먹방을 보면서 같이 달래는 것들이 있잖아요. 혼자 먹는 외로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 같아요.

◇ 이동형> 그런데 할머니들은 혼자 먹는 외로움보다 우리 자식들이 이것을 봤을 때 안타까워하고 슬퍼할까봐 그것을 더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 이종은> 그렇죠. 그게 더 이분들한테는 더 걱정스러운 지점이었던 거예요. 본인의 외로움보다 아들이 걱정할까봐, 딸이 걱정할까 봐가 더 우선이었던 거죠.

◇ 이동형> 네, 시인 할매 라는 영화가 어떤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까?

◆ 이종은> 내가 외롭고, 지치고, 힘들었을 때 이 영화를 봤었지, 하고 후에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또는 윤금순 어머니의 눈처럼 우리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마찬가지 독백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이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동형> 청취자 여러분들이 듣기에는 조금 건방진 소리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가끔가다가 나이가 40대 중반밖에 안 됐는데도 뭐 때문에 살지? 행복한가? 이런 질문을 가끔 던질 때가 있거든요. 우리 감독님은 할머니들 이렇게 1년 동안 취재하고,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할머니들은 무엇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행복하다고 느꼈을까, 아니면 하루하루 행복함을 느꼈을까, 혹은 할머니도 그런 직접적인 얘기는 아니더라도 얘기를 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이종은> 당연히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왔고, 누구나 그럴 텐데요. 그래서 어머님들께도 여쭤봤어요. 어떻게 그 긴 세월을 살아오셨습니까, 여쭤보면 이렇게들 말씀하세요. 벌로살았제, 라고 말씀하세요. 벌로 살았다는 게 무슨 말씀인지 잘 몰랐는데, 얼핏 들으면 그냥 살았고, 대충 살았어, 같은데, 그 벌로 살았다는 말은 순응하면서, 견디면서, 인정하면서, 그렇게 자연처럼 살아왔다는 말씀으로 저는 이해했는데, 다른 관객분들은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아포리즘 같은 멘트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이동형> 네, 마지막으로 2월 5일에 개봉한다고 했습니까?

◆ 이종은> 설날에 개봉합니다.

◇ 이동형> 설 연휴 때 영화 많이 봐달라고 홍보 한 번 하시죠.

◆ 이종은> 네,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기 위해 좋은 영화일 것 같고요. 또 고향에 찾아가지 못하는 사연이 있으신 분들도,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 엄마의 목소리와 집밥이 그리우신 분들은 저희 시인 할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따뜻한 설 연휴 보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이동형> 지금 댓글 창에는 할머니들 시 전체 보고 싶다는 얘기가 많은데,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습니까?

◆ 이종은> 서점에서 ‘시집살이 詩집살이’를 검색하면, 지금도 구매하실 수가 있고요. 또 얼마 전에 그림책도 내셨어요. ‘눈이 사뿐사뿐 오네’라는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시와 사연이 있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그 두 책을 같이 보시고, 또 영화를 보셔도 좋고, 영화 먼저 보시고, 두 책을 보시면 더 좋을 것 같고요.

◇ 이동형> 오늘 스튜디오에 나와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이종은> 고맙습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영화 시인 할매 이종은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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