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출발새아침] 서진석 “브라운관 대신 LED 다다익선? 거장 백남준의 뜻은...”

[김호성의출발새아침] 서진석 “브라운관 대신 LED 다다익선? 거장 백남준의 뜻은...”

2018.10.19. 오전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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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의출발새아침] 서진석 “브라운관 대신 LED 다다익선? 거장 백남준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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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 출연자 :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아날로그 전자기기 기반 예술작품, 유지에 어려움 겪어
-백남준, 구현 매체보다 콘셉트 중요하다 생각 
-대중이 원본 유지 원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지가 중요해
-미디어아트, 원본성·경제성·지속성·안전성 원칙 아래 보존
-백남준 아트센터 원칙은 작품 원본성 보존
-LED TV로 교체하는 작업, 의견 도출에 시간 걸릴 것
-백남준의 유토피아적·낙천적 비전과 상상, 다양한 작가들이 이어가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TV 브라운관으로 만든 미술작품 하면 바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故 백남준 작가를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대표작인 ‘다다익선’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이 작품이요. 세월이 흐르면서 이곳저곳이 고장 났습니다. 그래서 8개월째 가동이 안 되고 있어요. 이게 지금 백남준 예술가의 작품은 화면에서 콘텐츠가 나타나면서 감상하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브라운관 TV가 워낙 예전 모델이어서 부품이나 대체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깁니다. LED TV로 교체하는 일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얘깁니다. 미술계의 고민이 큽니다. 백남준 아트센터 서진석 관장, 전화 연결해서요.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관장님, 안녕하십니까.

◆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이하 서진석): 안녕하세요, 서진석입니다.

◇ 김호성: 백남준 아트센터 하면 사실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가보지 못하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지 한 번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 서진석: 저희 아트센터는 용인에 있고요.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경기문화재단 산하의 공립 미술관입니다. 백남준 선생님하고 경기도가 주도해서 2008년도에 개관했죠. 올해로 10년째가 되고 있는데요. 저희 아트센터는 두 목적을 가지고 지금까지 전시해왔는데요. 첫 번째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모토로 해서 백남준 선생님의 작업을 연구하고 전시하고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대중들한테 알리는, 지속적으로. 그런 역할을 했고요. 두 번째 목적은 ‘21세기 기술매체 기반의 예술을 선도하는 역할’, 다시 말하자면 미디어 아트라든가 비디오 아트라든가 디지털 아트라든가, 그런 신기술 매체를 가지고 하는 예술들을, 새로운 예술들을 제시하는 그런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약 250여 점의 백남준 선생님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요. 약 2500여 점의 비디오 영상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항상 여기 오시면 백남준 선생님의 작업을 항상 볼 수가 있고요. 또 백남준 선생님 작업뿐만 아니라 저희가 소위 말해서 아까 말씀드린 미디어 아트라는 기술매체 기반으로 한 그런 예술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호성: 주말 나들이 때 그쪽에 가서 백남준 선생의 예술작품도 감상하고, 이러는 가족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되는데요. 그런데 아까 제가 오프닝에서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백남준 예술가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의 감상이 어려운 그런 환경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면서요?

◆ 서진석: 네. 그것은 어떻게 보면 각 기관마다, 전 세계 있는 예술기관이나 또 그런 형태에서 좀 다릅니다. 다른데 사실은 그건 백남준 선생님 작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20세기 중반 이후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 작가들이나 작업들이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아날로그 전자기기들이 수명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더 이상 그게 생산이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또 하나는 이런 기술매체들이 순환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소위 말해서 지속성이라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예전에 저희가 베타나 VHS 테이프를 활용하다가, 그다음에 Hi-8mm라는 걸 활용하다가, 지금 디지털 파일로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순환주기들이 굉장히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더 이상 생산도 안 되기도 하고요. 지금 브라운관 TV나 필름카메라, 또 예전에 컴퓨터 우리 플로피 디스켓이라고 하죠. 그리고 테이프 카세트 이런 것들은 지금 사용되고 있지 않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 때문에 사실 아날로그 전자기기를 기반으로 한 예술작품들이 사실 그런 문제에 약간 봉착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 김호성: 백남준 선생께서도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 예상하지 않으셨을까요?

◆ 서진석: 예상을 했었죠. 예상하고 백남준 선생님 스스로는 자기 작업은 콘셉트가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그러한 기술매체가 그렇게 그것을 구성하는 그런 미디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라고 말씀하셨고요. 사실은 백남준 선생님 입장에서는 저희가 유추해보건대, 또 그런 말씀도 하셨고. 어떤 그런 신매체가 나올 때마다 마음대로 변형하거나 아니면 저희가 컨버팅이라고 하죠. 변환하거나, 그런 걸 가능하게끔 열어놓으시긴 하셨어요. 하셨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한 전문가로서 예술작품의 보존·복원이라는 개념, 변환 이런 개념에 대한 권한과 어떤 권위는 작가한테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그게 작가한테만 있다고 해서 작가한테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 많았는데, 동시대에 와서는 그게 작가한테만 있는 게 아니라 대중, 향유자들한테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김호성: 수용자.

◆ 서진석: 그렇죠, 수용자죠. 작가는 그렇게 변화하게끔 하는 걸 원하더라도 대중이 원본성을 유지하는 작업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까. 간단하게 예를 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자기 모나리자가 이렇게 몇 백 년, 몇 천 년 유지되고 하나의 보물로써 국가적·세계적 유산으로써 추앙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겁니다. 단지 자기 작업이 하나의 귀족의 얼굴을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수명을 다해서 사라질 수도 있겠다, 라고 간단히 생각했었겠지만, 그 그림에 대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에 대해서 전 세계인이 하나의 가치를 부여하고 영원히 보존하겠다고 한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저희가 백남준 선생님의 작업에 어떠한 가치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제 입장에서는 저희 항유자들이 어떻게 보존하고 복원하고 오리지널리티를 원본성을 유지할 것인가. 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호성: 예전에 인터뷰에서 백남준 선생께서 본인의 작품 수명과 관련된 이야기하실 때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 이렇게 굉장히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게 지금 백 선생님의 예술작품이 예를 들어서 단종된 브라운관 TV로 구성돼서 수명이 다했다 했을 때, 그것을 LED TV로 교체하는 방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서진석: 아마 그것은 몇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각각의 미술관이 보존·복원에 대한, 미디어 아트 보존·복원에 대한 정책도 다르거든요. 사실은 미디어 아트를 보존·복원하는 데에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원본성이고요. 두 번째가 경제성, 세 번째가 지속성, 네 번째가 안정성이거든요. 그러니까 얼마나 원본성을 유지하느냐고, 경제성이라는 것은 비용이죠. 들어가는 비용. 그리고 세 번째는 지속성, 얼마나 한 번 그 매체를 사용해서 보존했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그 매체를 쓸 수 있느냐는 거고. 안정성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존하느냐거든요. 아시다시피 CRT 우리가 말하는 브라운관 모니터보다는 LED 모니터가 훨씬 안정적이거든요. 발열도 적고 전기 값도 덜 들고요. 이런 네 가지 원칙이 있는데 사실은 어디에다가 더 중요성을 두느냐에 따라서 좀 다릅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원본성을 추구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독일의 ZKM이라는 미디어 아트센터는 원본성을 굉장히 중히 여깁니다. 그래서 지금도 굉장히 많은 대체 브라운관들을 사고 있거든요. 모으고 있고요. 그들의 창고에 가면 몇 천 대 엑스트라 대체 브라운관들을 소유하고 있어요. 그와 반면에 일본의 ICC라는 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아예 작품을 소장할 때 계약서를 두 개 씁니다. 하나는 소장 계약서를 쓰고요. 또 하나는 어떻게 이 보존·복원을 할 때 그 매뉴얼하는 방식에 관한 계약서도 같이 써버리거든요. 작가한테 그 권한을, 변환에 대한 권한을 기관이 같이 가져가버리는 거죠. 그래서 ICC 같은 경우에는 그것을 계속, 일본의 ICC라는 미술관 같은 경우 계속 변환시킵니다. 

◇ 김호성: 그러니까 일종의 저작권에 대한 변화를 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가져간단 얘긴가요?

◆ 서진석: 그렇죠. 그런 거죠. 그래서 이런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다다익선’이나 저희 아트센터에서,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가지고 있는 정책은 오리지널리티 보존입니다. 그래서 대체 TV 브라운관을 지속적으로 구입해서 활용한다든가, 아니면 어떻게든 원본과 가까이 보이게끔 만듭니다. 예를 들면 몇몇 기관이나 콜렉터 같은 경우에는 큐브 모니터라고 하죠. 왜 저희가 브라운관 TV 앞면 유리는 활용하고, 뒷면은 LED로 붙여서 보기에 거의 흡사하게, 어떻게 보면 TV 모니터와 별 차이가 없게끔, 육안으로는. 그런 방식을 채택하는 곳도 있고요, 실제적으로. 그런데 전면적으로 LED로 교체할 경우에는 사실은 약간 원본성에서 다른 느낌은 나겠죠. 다른 느낌은 나는데 앞으로 향후에 전문가들만 모여서가 아니고요. 예술가나 기획자들이나 비평가나 이런 전문가들만 모여서가 아니라, 어떤 콜렉터나 향유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어떤 토론과 어떻게 보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서 그런 방법을 정해야겠죠, 향후에.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다다익선’ 같은 작업의 경우에는 향후에, 지금 꺼져 있으니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 어떤 컨센선스를 사람들이 하나의 의견을 도출해나가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겠죠.

◇ 김호성: 미디어 아트 같은 경우에는 보면 아까 콘셉트가 중요하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만, 작품 자체의 보존도 중요하겠지만 백남준 선생의 예술적인 정신을 이어받은 현대 작가들이 그 명맥을 이어간다는 것도 또 다른 보존의 가치를 갖는 것 아닐까요?

◆ 서진석: 그것도 당연히 그렇고요. 물리적 보존이라는 개념하고, 물리적 가치의 보존이라는 개념하고 정신적 가치의 보존이라는 개념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 두 가지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공유되어서 가기는 하는데요. 물리적 보존의 가치는 저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처럼 어떻게 보면 최대한의 노력으로 해서 원본성을 유지할 것인가. 우리가 보고 만지고 이런 유형적인 부분을. 그리고 정신적인 가치의 보존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백남준 선생님의 어떤 그러한 정신세계, 그리고 작품세계, 비전 이런 것들이 사실은 지금 21세기에, 저희가 지금 21세기 동시대가 굉장히 약간 암울하지 않습니까. 내셔널리즘이라든가 네오파시즘이라든가 종교 간, 국가 간에 충돌이 생기고, 경제 간에 불균형이라든가 계층 간의 갈등이라든가, 환경에 관한 문제라든가 굉장히 어려움이 있는데 사실 백남준 선생님 작업에 관통하는 메시지가 세상 만물의 수평적인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한 상생의 미래예요. 그래서 유토피아적인, 그리고 낙천적인 비전과 상상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그런 비전이 사실 동시대에 실천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마 많은 작가들이 어떤 예술의 공공적 가치로써의 공공적 기능으로써의 예술을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백남준 선생님의 어떤 그런 예술적 비전을 물려받아서. 

◇ 김호성: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서진석: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백남준아트센터 서진석 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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