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만남'...칼로 그리는 산수

'전통과 현대의 만남'...칼로 그리는 산수

2018.08.25. 오전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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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동안 붓이 아닌 예리한 칼끝으로 산수를 그리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이준호 작가가 개인전을 열고 있습니다.

가볼 만한 전시, 김상익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웅장함이 느껴지는 붉은 산세가 살아 호흡하는 듯합니다.

작품은 전통 산수와 서양의 현대적인 스크래치 기법이 만나 완성됐습니다.

물감을 덧입히고 칼로 긁어내기를 반복한 현대적 의미의 산수인데 천이 찢어지지 않으려면 손끝의 완급이 무척 중요합니다.

군데군데 동물을 그려 넣은 민화적인 요소는 엄숙주의를 벗어나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담겼습니다.

[이준호 / 화가 : 우스꽝스러운 호랑이라든가 반달곰이라든가 사슴 이런 것들을 해학적으로 집어넣었을 때 대중이 멀리서 봤을 때는 산수지만 가까이 들여다볼 때 한번 웃을 수 있는…]

산수의 현대화를 위한 작가의 20년 독특한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인터넷에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이미지가 재편집돼 대형 걸개그림으로 재생산됐습니다.

혁오 밴드의 앨범 재킷을 그리기도 한 작가는 SNS에서 수집한 이미지 위에 먹지를 대고 재편집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일부 드로잉 작품은 의류 매장처럼 옷걸이에 걸려 마치 관람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노상호 / 화가 : 그림도 골라서 보고 순서가 섞여도 상관없고 그림을 정면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얇게 먼저 대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이런 디스플레이를 하게 됐습니다.]

SNS에 그림을 올리면 사람들이 캡처하고 리트윗하면서 자신의 작품이 완벽한 소비재가 되길 바라는 게 진짜 의도라고 작가는 설명합니다.

YTN 김상익[si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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