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대 장비 대금 부풀리기...내부 곪은 기상청

수십억대 장비 대금 부풀리기...내부 곪은 기상청

2012.10.09.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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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얼마 전 기상청장이 기상장비 납품비리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요.

사실은 수십억 대의 장비 대금을 부풀린 기상청 산하단체 직원들이 공모해 벌인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김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공항에서 바람과 먼지 등을 관측하는 라이다라는 장비입니다.

기상청 산하 항공기상청은 지난 2010년 9월 72억 원에 이 장비를 3대 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후 3개월 뒤 항공기상청은 라이다 도입 대수를 3대에서 2대로 줄였습니다.

주요 부품이 고장나면 수리기간이 길기 때문에 예비품을 사야 한다는 것인데, 예산은 웬인일지 그대로 72억 원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이 장비는 실제 가격이 15억 원에 불과합니다.

조석준 청장이 취임한 이후 실무자는 관련 부서와 대수를 줄이는 문제에 대해 협의를 거쳤다고 보고했지만 거짓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예산 부풀리기에 허위 보고, 공문서 위조까지 저지른 것입니다.

[인터뷰:김상민,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담당자가 공문서를 위조한 겁니다. 굉장히 심각한 범죄행위를 한 거예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라이다 도입 실무자는 청장에게 라이다 탐지 규격을 15km에서 10km로 바꾸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입찰 평가 전 심사위원 회의에서는 직접 10km가 적합하고 특정 회사 제품만이 규격을 만족시킨다는 말까지 공개적으로 합니다.

[녹취:당시 기상산업진흥원 구매본부장]
"저희가 시장을 조사한 바로는 10km 이상 탐지한 것은 장비가 록히드마틴 것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단일규격 사유서를 내면서 이것은 이것밖에 못산다 하고 조달청에 보냈더니 조달청에서는 일단 공고를 해보자."

하지만 조달청에서 10km 규격의 다른 회사 제품이 결정되자 갑자기 말을 바꿔 청장이 규격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낙찰을 받은 업체에 조 청장이 근무했던 경력이 빌미가 돼 청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내부 감사 결과 항공기상청과 기상산업진흥원의 라이다 도입 관계자가 외부 업체와 계속 이메일을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서로 공모해 예산을 부풀리려다가 일이 틀어지자 조 청장을 걸고 넘어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인터뷰:최봉홍,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진흥원 구매팀장 박진석 이메일 내역을 보면 2011년 2월부터 마틴사 항공청 웨더링크 록히트마틴사와 라이다규격과 가격에 대해 이메일을 주고 받고."

청장도 내부 조직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조석준, 기상청장]
"(공모한 것 알았어요?) 구체적으로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경찰수사, 검찰수사가 밝혀지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기상청 예보 담당 부서는 24시간 철야를 하며 날씨를 살핍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장비 도입 국가 예산을 부풀리고 청장과 경찰까지 농락한 일부 세력들이 기생하면서 기상청을 썩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YTN 김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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