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실패' 대신 '비정상비행'으로...당부 이유는?

[앵커리포트] '실패' 대신 '비정상비행'으로...당부 이유는?

2021.10.19. 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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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앞으로 다가온 누리호 발사, 관련해서 최근 당국 브리핑이 있었는데요. 당부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실패' 대신 '비정상비행', '발사' 대신 '비행시험'으로 용어를 택해달라는 겁니다.

어떤 이유일지 자세히 보겠습니다.

누리호는 우주발사체, 쉽게 말해 로켓입니다.

1.5t급의 위성을, 고도 600~800km 궤도에 올려놓는 걸 목표로 하는데요.

이번 1차에선 실제 지구를 도는지까지 보는 건 아니고 오로지 해당 고도 사이에 물체를 투입할 수 있는지를 보고 성패를 판단합니다. 실제 인공위성은 아닌 같은 무게의 모형이 실리게 되고요. 목표 높이까지 오르는데 900여 초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어떤 비행시험도 성공률 100%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특히 각국의 우주산업 초창기에는 실패 확률이 더 높은데요.

구소련과 미국 등 2010년 이전 발사체를 확보한 11개 나라 가운데 단 세 나라만이 첫 번째 시도에서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확률로 보면 27.2%, 미국과 일본, 중국도 처음엔 실패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관련 기술이 가장 진화했다는 2010년대에 들어서도, 2010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1,000번의 시도에서 55번은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과거 나로호 역시 세 번의 시도가 필요했습니다.

1차에서는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서, 또 2차에서는 1단 비행 중 통신이 끊겼고 이후 추락했습니다. 당시 일부 보도에서는 "좌절된 우주의 꿈", "양치기 소년 나로호" 등의 다소 자극적 문구가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정말 아무 의미 없는 희생이었을까요?

지금 보시는 화면, 지난 1993년 우리의 첫 발사체 개발과 시험비행 장면입니다.

발사체 높이 6.7m, 비행 고도 39km에 날아간 거리는 77km.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지만, 이 같은 경험이 축적되면서 1997년 KSR 2호, 2002년 3호를 거쳐 나로호, 지금의 누리호 비행시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발사체 발사 기술을 '터질락 말락' 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수많은 실패, 다른 말로는 성공의 어머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건데요.

이번 누리호의 1차 비행 결과와 관계없이, 내년 5월에는 2차 비행이 예정돼 있습니다.

발사와 실패라는 단어 대신 시험비행, 비정상비행으로 표현하는 이유,

이번 역시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개발 과정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문제가 발생한다면 냉정하고 꼼꼼히 분석해야겠죠. 다만 이 단계에서의 좌절과 실망은 최대한 지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YTN 박광렬 (parkkr0824@ytn.co.kr)
영상편집 : 박지애
VJ 그래픽 : 우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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