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암컷 죽이는 '유전자 조작 모기' 14만 마리 풀어

美 암컷 죽이는 '유전자 조작 모기' 14만 마리 풀어

2021.05.06. 오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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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암컷 죽이는 '유전자 조작 모기' 14만 마리 풀어
Oxyt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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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에 암컷 모기만 골라서 죽게 만드는 유전자 조작 모기 14만여 마리가 풀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의 생물공학 기업 옥시텍이 최근 미 플로리다주 남부의 키스 지역에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알을 풀었다. 앞으로 약 3개월 동안 14만 4,000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가 부화할 예정이다.

옥시텍은 "4월 마지막 주부터 5월 첫째 주까지 6곳의 장소에 부화를 앞둔 모기알이 들어있는 상자가 배치됐다"고 밝혔다. 미국 본토에 유전자 변형 모기가 방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험 대상이 된 유전자 조작 모기는 이집트숲모기 수컷으로 지역 전체 모기 개체 수의 4%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황열병 등 대부분의 질병이 이집트숲모기를 통해 전염된다.

옥시텍 연구진은 이집트숲모기 암컷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유전자 조작 모기를 개발했다. 이 모기는 지역의 야생 암컷 모기와 만나 짝짓기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암컷에 치명적인 유전자를 지닌 새끼가 태어난다. 그로 인해 암컷 모기는 성체가 되기 전에 모두 죽고 병을 옮기지 않는 수컷만이 살아남게 된다.

옥시텍은 미국 환경보호국과 플로리다 농림부의 승인을 받아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조작 모기는 최근 살충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살충제는 벌, 나비 등 유익한 곤충에 악영향을 미치고 모기 역시 살충제에 내성을 갖도록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환경보호국은 총 7억 5,000만 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사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한 상태다. 환경보호국은 이번 플로리다 실험을 통해 결과를 확인한 뒤 유전자 조작 모기 방사를 곧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플로리다 일부 주민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에 물릴 수 있다는 공포감과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기 방사 지역 근처에 살충제를 뿌리거나 상자를 파손하는 방법으로 실험을 방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옥시텍 직원들은 모기 상자를 울타리로 두른 사유지에 숨기고, 정확한 위치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방법으로 파손을 예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 프렌드센 옥시텍 대표는 "모기의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옥시텍의 안전하고 통제된 기술을 미국에 도입하는 데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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