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사료 모양으로 반려견 생명 노리는 유박 비료...사용규정 마련 시급

개사료 모양으로 반려견 생명 노리는 유박 비료...사용규정 마련 시급

2020.05.05. 오전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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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봄철 산책로나 화단에 뿌려지는 '유박 비료'라고 들어보셨나요?

아주까리라는 식물의 찌꺼기로 만들어져 '유박'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그런데 유박 비료에 맹독성 물질이 들어있어 개나 고양이가 비료를 먹고 생명을 잃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소라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에 한 아파트 단지의 화단입니다.

어린이 손톱만 한 작은 알갱이들이 군데군데 뿌려져 있습니다.

주로 봄철 식물의 생육을 돕기 위해 아주까리 찌꺼기로 만들어진 유박 비료입니다.

문제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유박 비료와 반려견 사료가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 아파트 주민 이 씨는 함께 산책 나온 반려견이 유박 비료를 먹고 생명을 잃는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이길훈 / 서울시 마포구 : (목줄을) 당기고 '안돼' 하고 입에 든 거 빼고 털어 주고 했는데 그런데도 한두 알 먹은 것 때문에 3일도 안 돼서 피를 많이 흘리고 세상을 떠난다는 자체가 (충격적이었어요)]

[이영호 / 수의사 : 혈토와 혈변을 보였고 간 수치와 염증 수치 (상승)을 동반했습니다. 이것이 리친 중독 때 발견되는 임상 증상이며 리친으로 사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유박 비료의 원료인 아주까리의 씨에 들어있는 '리친(RICIN)' 성분입니다.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무려 6천 배나 강해 무게가 10kg이나 되는 큰 개라도 한두 알만 먹으면 쉽게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비료를 뿌린 곳에 경고문 부착 등의 규정은 전혀 없습니다.

[안윤주 /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 : 생물체 내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전신에 영향을 미쳐서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물질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흙을 만지기 때문에 흙 만진 손이 입으로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화단이나 텃밭, 산책로 등 생활 시설 주변에 널리 사용되는 유박 비료.

반복되는 반려견 사고뿐만 아니라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사용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csr7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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