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만든 천리안2B호 발사 D-1

우리 기술로 만든 천리안2B호 발사 D-1

2020.02.18. 오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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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술로 만든 천리안2B호 발사 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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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우리 기술로 만든 천리안2B호 발사 D-1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클래식 음악과 과학. 식빵과 고추장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고, 지구에서 해왕성만큼 거리가 아주 멀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클래식 음악! 과학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궁금하시죠? 매주 화요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할게요. <과학을 품은 뉴스>

◇ 조현지> 지난주, 지지난 주 저희가 계속 ‘과학을 품은 뉴스’를 통해서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주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준비해오셨네요.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이하 이혜리)> 네, ‘코로나 19’로 많은 분이 실외 활동도 요즘 많이 안 하시고, 여러모로 분위기가 많이 위축돼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이 시간만큼은 조금 흥미롭게 들으실 수 있을만한 이야기 준비했습니다. 빅데이터와 ‘작곡가’에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서양 클래식 음악사에서 대표적인 작곡가라고 하면, 현지 아나운서는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 조현지> 저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분들이 떠오르네요.

◆ 이혜리> 그렇죠. 저도 ‘베토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이렇게 누구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그런 사실을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본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후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작곡가는 누구인가, 이걸 빅데이터를 통해 알아본 건데요. 1700년에서 1900년 사이 19명의 작곡가, 방금 저희가 언급했던 그런 유명한 작곡가들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요. 그 19명의 작곡가의 900개의 곡을 분석했더니,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로 ‘베토벤’이 꼽혔습니다.

◇ 조현지> 그러니까 베토벤의 영향력이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된 셈이네요. 그런데 그 영향력을 어떻게 입증한 거죠?

◆ 이혜리> 네, 악보에서 보면 동시에 연주되는 음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칠 때 우리가 보통 오른손 왼손, 함께 사용해서 누르는 그 음을 말하는데, 그걸 ‘코드워드’라고 합니다. 음악을 나누는 ‘최소 단위’다, 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900개 곡을 코드워드로 나눠서 분석해 본 겁니다. 엄청 많은 수의 코드워드가 생겼을 텐데요. 이를 두고 각 코드워드들이 얼마나 비슷한지 그리고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분석한 거죠. 이를 ‘네트워크 과학’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베토벤의 곡에서 발견되는 특정 ‘코드워드’가 후대 여러 작곡가의 곡에서도 발견된다거나, 아니면 베토벤의 곡에서 발견되는 특정 코드워드와 비슷한 코드워드가 후대 작곡가의 곡들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되면 베토벤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봤습니다.

◇ 조현지> 그러니까, 베토벤의 곡에 있는 코드워드가 다른 작곡가들의 곡에서도 자주 사용됐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 이혜리> 그렇습니다. 베토벤은 새로운 코드워드를 만들어내는 시도를 많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이 코드워드가 다른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줬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베토벤이 태어나서 작곡하고,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는 영향력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는데요. 딱 영향력이 딱 높아지는 그 시점이 음악사에서 고전기에서 낭만기로 전환되는 그 시점과 일치한다는 겁니다. 이는 베토벤이라는 인물로 인해서 음악사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걸 과학적으로도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 조현지> 베토벤은 정녕 ‘천재’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까요? 청각 장애라는, 작곡가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후대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 이혜리> 맞습니다. 베토벤은 어떻게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코드 워드를 만들었을까, 이거야말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겠죠. 새로운 걸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새롭기만 하고, 좋지 않으면 영향력이라는 것이 생겨날 수 없는데,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조현지> 여전히 그의 교향곡들은 전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이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혜리> 그렇습니다. 한 가지, ‘영향력’ 측면에서 분석한 것 외에 ‘창의성’의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도 있는데요. 그러니까 어떤 작곡가가 가장 창의적인 코드워드를 만들었냐, 이걸 따져보니까 가장 창의성이 높은 작곡가는 러시아 출신의 ‘라흐마니노프’로 나타났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도 재밌는 점이 한 가지 있는데요. 라흐마니노프가 후기 낭만파 인물이라는 거예요. 상대적으로 후대 사람이라는 거죠. 그런데 창의성이라는 건, 남들이 해 놓은 것들이 없을 때 발휘되기 쉬운 거잖아요. 그런데 라흐마니노프는 후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창의성을 발휘했다는 거고, 이 대목에서 그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우리가 흔히 ‘창작의 고통’ 이런 말을 하기도 하잖아요. 새로운 걸 만들어 낸다는 게 그만큼 힘든 일인데, 라흐마니노프가 얼마나 새로운 것을 위해 노력했을지, 분석 내용을 통해서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을 이렇게 과학으로 보니까, 또 색다르고 재밌네요?

◆ 이혜리> 네, 이런 분석이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 인공지능으로 음악을 만드는 시도, 이런 일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사실 우리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 가운데 대표적인 일로 인간의 창의력이 필요한 일들을 꼽잖아요. 예술 분야가 대표적인 건데,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작곡’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데요. 그런데 이런 창작물이 얼마나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일인가, 이를 평가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인공 창작물의 가치 평가를 하는 수단으로 기존의 사람이 만들었던 예술 작품들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런 분석법을 사용하면, 사람이 만든 것과의 비교 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 평가를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저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예술 분야는 사람이 계속 쭉 했으면 좋겠어요. 그 분야만큼은 인공지능에 뺏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 이혜리>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한 인간에게서 나온 예술작품의 감동과 영향력은 엄청난 것 같아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식도 그렇고, 예술작품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감동과 영향력까지 인공지능이 따라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아주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겠습니다.

◇ 조현지> 네, 그렇습니다. (마무리 살짝) 한 가지 소식 더 준비해 오셨네요?

◆ 이혜리> 네, 이번 주 국내 과학계에서 의미 있는 소식이 있어서 가지고 왔는데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위성, 천리안2B호가 내일, 발사됩니다.

◇ 조현지> 천리안2B호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위성이죠?

◆ 이혜리> 네, 천리안 2B호가 지닌 여러 임무가 있는데요. 핵심은 ‘대기 환경을 관측하는 일’입니다.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거나, 20가지가 넘는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되는 건데요. 미세먼지가 우리 국민의 생활을 위협하는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잖아요. 이 문제를 두고 중국 영향이다 아니다, 이런 미세먼지의 유입 경로에 대한 논란도 있고요. 이런 문제를 이 천리안 2B호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대기 환경 관측 기능이 탑재된 정지 궤도 위성이 발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고요. 이 밖에 적조나 녹조 이동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임무도 맡았습니다.

◇ 조현지> 아, 잠시만요. ‘정지 궤도 위성’이라고 하셨는데 말이 조금 어렵네요.

◆ 이혜리> 네, 정지궤도 위성은 쉽게 말해서 마치 고정된 것처럼 24시간 같은 곳을 관측하는 그런 위성을 말하는데요. 천리안 2B호는 적도 상공 3만6천km 고도에서 지구 자전 속도로 같은 속도로 돌면서 한반도를 24시간 관측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천리안 2B호는 관측 성능도 무척 좋아졌는데요. 녹조나 적조의 이동을 파악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2010년 발사된 천리안 1호보다 4배 향상된 관측 정확도를 지녀서, 적조·녹조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됩니다. 또 천리안 2B호의 발사가 설계와 조립, 시험까지 우리 기술로 수행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천리안2B에 앞서 쌍둥이 위성이라고 불린 천리안 2A호도 2018년 말, 성공적으로 우주로 발사됐는데요. 천리안 1A호는 집중호우나 태풍과 같이 한반도에 위험을 줄 수 있는 기상 현상을 관측하는 위성이고요. 이번에 천리안 2B호가 발사되면 이 두 위성이 나란히 위치하면서 한반도 상공을 관측하게 됩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우리나라 위성 개발 기술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는 생각이 여러모로 드는데요. 내일 발사된다고 하셨죠? 그럼 지금 발사준비가 한창이겠네요?

◆ 이혜리> 그렇습니다. 천리안2B호는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우주센터에서 막바지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날씨 상황이 가장 변수인데 현재까지는 우선 큰 무리 없이 예정대로 내일 오전 7시 18분에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사 모습은 YTN 뉴스를 통해 생중계되니까요, 함께 발사 모습을 시청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발사 모습을 보면 뭔가 벅찰 것 같기도 하네요. 성공적으로 발사돼서 우주에서 모쪼록 대한민국 대기와 해양 환경을 잘 감시해 줬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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