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험실에 웬 CCTV...성적 수치심 퇴사

단독 실험실에 웬 CCTV...성적 수치심 퇴사

2019.07.08. 오후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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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IBS, 기초과학연구원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자며 지난 2011년 설립된 우리나라의 유일한 기초과학 전문연구기관입니다.

최근 연구비 유용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는데, 이번에는 연구실에 CCTV를 설치해 연구원들을 감시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습니다.

감시를 당한 한 여성 연구원은 성적 수치심을 느껴 퇴사했는데 IBS는 감사 과정에서도 이런 사실을 덮기에 급급했습니다.

이성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4년 기초과학연구원의 한 연구실에 CCTV가 설치됩니다.

연구실 책임자인 연구위원 A 씨가 장비 도난 방지 목적이라며 설치한 건데 사실상 업무 감시용으로 이용됐습니다.

[IBS 연구실 동료 : (설치한 연구위원이) 자기 입으로 연구원들 감시하려고 해놨다, 자기 입으로 말했어요.]

더 큰 문제는 이 CCTV로 인해 여자 연구원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겁니다.

실험실 보안용이라면 외부인 출입을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가 출입문을 향해야 했지만, CCTV는 특정 여자 연구원을 향했습니다.

[IBS 연구실 동료 : 완전히 고화질이었고, 완전히 다 보이는 각도로 돼 있었어요. 물론 파여있는 옷을 안 입으면 보이지 않겠지만, 파여있는 옷을 입으면 다 보일 수 있는 45도 각도로 돼 있었어요.]

이 같은 사실을 연구원들이 알게 되면서 결국, CCTV는 제거됐지만, A 씨는 끝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연구원 B씨가 실험 시약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B 씨의 설명입니다.

A 씨는 실험기기 보호를 위해 CCTV를 설치했으며, B 연구원은 자신의 실험지시를 거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문제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폭로된 뒤 IBS가 내부 감사에 착수했지만 이마저도 엉망이었습니다.

[IBS 연구실 동료 : 이렇게 되면 (제보자) 너한테도 문제가 되고, (연구위원) 걔한테도 문제가 된다.]

사건을 덮고 합의를 유도하는 데 급급했다는 겁니다.

[IBS 연구원 : 감사를 통해서 제보자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건 실제로 내부 제보자에게 협박한 거나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IBS 감사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했을 뿐, 해당 사안을 무마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여직원과 이 문제를 제기한 B 연구원은 재계약이 되지 않아 결국 퇴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IBS는 어떠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sklee95@ytn.co.kr]입니다.

[반론보도] "실험실에 웬 CCTV...성적 수치심 퇴사" 등 관련

본 방송은 지난 7월 8일 "실험실에 웬 CCTV...성적 수치심 퇴사"라는 제목 등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관련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초과학연구원 측은 "감사과정에서 노조원에 대한 차별적 과잉감사는 없었고, 감사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었으며, 특정 직원에 대한 감사 중지 공문을 보낸 적은 없었다. 또한 2014년 CCTV와 관련해 성적 이슈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적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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