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아버님 댁에 로봇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

[과학을 품은 뉴스] 아버님 댁에 로봇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

2019.05.14. 오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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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아버님 댁에 로봇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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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YTN 사이언스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아버님 댁에 로봇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2일 부처님 오신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엔 유독 이런 날, 저런 날이 참 많은데요.
하지만, 어린이도 어버이도, 선생님도 부처님도 아닌 사람들은 약간의 소외감 느낄 수 있습니다.
'뭐야 나도 좀 챙겨줘' 하는 분들을 위해, ‘점심시간, 즐거운 과학을 선물할게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이번 주는 YTN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합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조현지 : 이동은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요?

이동은 : 조현지 아나운서는 평소 게임을 많이 즐기시나요?

조현지 : 저는 한번 빠지면 못 헤어 나오는 스타일이라서 아예 시작을 안 합니다.

이동은 : 그럼 혹시 주변에 게임 중독이 아닐까, 이렇게 의심되는 분들 있으세요?

조현지 : 중독까지는 모르겠는데, 좋아하는 분들은 많죠.

이동은 : 네, 저는 사실 모바일 게임을 가끔 즐기는 정도인데, 주변에 흔히 현질이라고 하죠. 돈을 써가면서 정말 게임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 가끔 중독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요, 이 게임 중독을 두고 질병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주장이 있습니다.

조현지 : 네, 저도 아주 예전부터 들어본 이야기 같은데요, 게임 중독도 술이나 담배같이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런 얘기죠?

이동은 : 맞습니다.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져왔는데요. 세계보건기구 WHO가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총회에서 이번에는 결정을 내리겠다, 이렇게 발표를 한 겁니다.

조현지 : 그럼 이 자리에서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건데, 국내에도 파장이 크겠어요.

이동은 : 네, 만일 이번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게임 중독이 하나의 질병코드로 등록되는데요, 다른 나라들도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되기 때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겠죠.

조현지 : 그럼 반대하는 사람도 많겠는데요?

이동은 : 그래서 국내 한 여론조사 기관이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성인 6천1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서 모두 500여 명이 답변했는데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결과는 45.1%가 찬성, 36.1%가 반대라고 응답을 했는데요, 찬성한 쪽은 게임 중독을 술이나 도박, 마약 중독과 마찬가지로 분류해야 한다, 이렇게 답한 거고요, 반대라고 답한 사람들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면 놀이 문화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유의미한 수준으로 찬성이 더 많이 나온 거죠.

조현지 : 네, 사실 비율로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분들이 찬성 의견을 내신 건가요?

이동은 : 응답자를 보면 전체적으로 여성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렇게 찬성 입장을 밝혔고요, 50대 이상 장년층과 노년층에서 찬성 의견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게임을 주로 즐기는 20, 30대 남성에서는 반대 의견이 아주 월등하게 나타났습니다.

조현지 : 역시 게임을 즐기는 분들과 아닌 분들의 의견 차이가 확실히 있네요.

이동은 : 네, 여기에 대한 주장도 아주 오랫동안 엇갈려 왔는데요, 우선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렇게 보는 쪽에서는 일부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게임이 뇌 기능을 떨어뜨리거나 금단 현상을 가져와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는 거죠. 실제로 게임중독 환자의 뇌파를 측정해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들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특정 뇌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고 합니다. 또 게임 때문에 대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사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서 스스로 사회로부터 격리될 수 있다는 건데요, WHO에서도 오랫동안 이런 연구와 분석을 통해서 게임 중독을 국제표준질병 분류에 포함 시키겠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물론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기존 WHO의 연구에 대해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없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들 주장으로는 마약이나 도박과는 다르게 게임은 직접적인 중독의 원인이 아니라는 건데, 일상에서 얻는 스트레스 때문에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고, 게임이 아니라도 자기 통제력이 없다면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는 거죠. 또 낙인 효과를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게 되면 우울증이나 분안 장애처럼 약물로 치료를 한다거나 과잉 의료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게임 산업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현지 : 사실 양쪽 주장에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마 듣고 계시는 청취자분들도 경험에 따라서 의견이 많이 갈릴 것 같아요. 우선 20일이 되면 WHO의 결정이 나온다고 하니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네요. 다음은 어떤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이동은 : 네, 우리가 인공지능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이제는 생활 속에서도 흔히 인공지능 기술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인공지능이 이제는 우울증과 조울증 재발도 예측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조현지 : 인공지능 기술이 특히 의료분야에 많이 쓰인다고는 하는데요, 이런 정신 건강에 관한 건 예측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동은 : 그렇죠. 보통 이렇게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면담을 통해서 진단하는데요, 환자가 대부분 주관적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의사도 상태를 평가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환자의 진술 없이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우울증과 조울증 재발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거죠.

조현지 : 그렇군요. 객관적인 데이터라면 어떤 건가요?

이동은 : 우선 2년 동안 환자 50여 명을 꾸준히 관찰하면서 수면의 양과 질, 심박 수 변화, 또 빛에 노출되는 정도를 보기 위해 낮과 밤에 활동하는 양을 측정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정신 질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3일 후에 증상이 재발할 것인지 예측해 봤더니 정확도가 무려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현지 : 90%면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네요?

이동은 : 네, 그렇죠. 우리 몸에는 생체 리듬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가 있는데요, 스마트밴드나 스마트폰 센서를 통해서 이런 지표의 변화를 측정하는 겁니다. 이런 데이터들을 모아서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우울증이나 조울증 재발 여부를 알 수 있는 거죠.

조현지 : 이렇게 예측이 가능해지면 아무래도 치료가 훨씬 쉬워질 것 같은데요?

이동은 : 네, 특히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율이 크게 높아지는데요, 아무래도 좀 증상이 나아진다 싶으면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발률이 높아지고 또 치료 효과도 줄어들게 되는데요, 이렇게 높은 정확도로 증상을 미리 알 수 있으면 더 빨리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겠죠. 특히 우울증 같은 경우는 전체 인구의 10%가 평생 한번은 겪는다고 해요, 아직은 연구 단계지만 이런 기기들이 일상에서 활용된다면 잠재적인 환자들까지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예전에는 인공지능 하면 SF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긴 줄 알았는데요, 이제는 뭐 생활 속에서도 인공지능을 흔히 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동은 : 맞습니다. 그만큼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그만큼 생활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진다는 건데요, 얼마 전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로봇을 선물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얘기들도 나오더라고요.

조현지 : 네,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질병을 치료하고 진단하는 데 인공지능이 쓰일 정도면 어르신들 건강관리에는 로봇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동은 : 네, 이미 기능적으로 어르신을 돕는 역할은 가능한데요, 치매 환자의 혈압이나 심박 수, 약 먹을 시간 등을 측정해서 관리해주는 건 기본이고요, 최근에는 노인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보호자에게 응급 상황을 알려준다거나 직접 환자를 부축해서 사람처럼 돌봐주는 로봇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단순히 집안일을 도와준다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공지능 로봇이 정서적인 도움도 주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강아지 모양으로 된 로봇이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반응하거나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요, 평소 어르신이 즐겨 듣는 음악을 기억하고 있다가 원할 때 알아서 들려주기도 합니다. 여기에 어르신과 대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로봇도 있는데요, 카메라로 상대의 얼굴을 인식해서 다른 가족과 치매 환자의 얼굴을 구분하고 거기에 맞는 대화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치매 어르신이 "나 점심 먹을래"라고 하면 "지금은 아침 10시이기 때문에 아직 점심때가 아닙니다. 조금 더 기다리세요"라고 말하는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하니까요,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봐야겠죠.

조현지 : 앞서 우리가 우울증 얘기를 했는데 어르신들의 경우는 혼자 계실 때 이런 로봇이 있으면 편하기도 하고 또 기분도 좋아지실 것 같아요.

이동은 : 그렇죠. 요즘은 혼자 사는 어르신들도 많고요, 특히 치매 노인들의 경우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발생률이 크게 높아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대화를 한다거나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는 로봇이 있으면 증상 악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조현지 :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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