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는 바이러스, '약' 된다...소두증 바이러스로 뇌종양 치료

'병' 주는 바이러스, '약' 된다...소두증 바이러스로 뇌종양 치료

2018.09.21. 오전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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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아에게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는 뇌세포에 특이한 방식으로 침입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미국 연구팀이 이런 지카 바이러스의 특징을 활용해 뇌종양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데요.

자세한 내용 이성규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지난 8월 미국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목숨을 앗아간 교모세포종.

뇌종양의 일종으로 암 진단 후 생존율이 2년이 채 안 됩니다.

항암 치료를 받더라도 암의 근원이 되는 암 줄기세포가 살아남아 계속 암세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강석구 / 연대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 수술하고 나서도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는 재발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반드시 재발하는 이유는 수술이 잘 됐다고 해도 기원이 되는 부위에서 계속해서 암세포가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뇌종양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암 줄기세포를 공략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합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워싱턴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에서 그 해법을 찾았습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태아의 신경 줄기세포를 공격해 뇌 크기가 정상보다 작은 소두증을 일으킵니다.

미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가 신경 줄기세포를 공격할 때의 특징이 암세포를 만드는 암 줄기세포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했습니다.

이런 가정 아래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을 일으킨 생쥐에게 지카 바이러스를 주입해 봤습니다.

그 결과 암세포의 약 70%가 사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뇌종양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에 적용하려면 바이러스 안전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우주 /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지카 바이러스가 성인에서는 감염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어요. 드물게 뇌막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지카 바이러스를 성인 교모세포종 암 환자에 쓸 때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서 줄일 수 있을지 아니면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교모세포종은 뇌에서 발생하는 종양 중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치료가 까다로웠습니다.

암 줄기세포를 공략하는 지카 바이러스 치료법과 기존 항암 치료를 병행할 경우 교모세포종 완치에 한 발짝 다가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sklee95@yt.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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