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이메일에 MAGA도 등돌리나...반 트럼프 정서 확산 조짐

엡스타인 이메일에 MAGA도 등돌리나...반 트럼프 정서 확산 조짐

2025.11.14. 오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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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 13일 최근 민주당이 공개한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이메일 내용이 마가 내부에서 반(反)트럼프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지난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생전에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권에 투신하기 전부터 교류가 있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50세 생일 때 여성 나체를 외설적으로 그린 축하 편지를 보낼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면서 엡스타인과의 교류는 2000년대 초반에 끊겼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엡스타인이 생전에 남긴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의혹이 확산했습니다.

엡스타인의 이메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성범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2만 쪽이 넘는 이메일을 분석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체포되기 전까지 수년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과거 친분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할 방안을 궁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폭로할 정보가 있다는 암시와 함께 자신을 '트럼프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도전이 가시화된 지난 2015년에는 NYT 기자에게 "우리 집 부엌에서 비키니를 입은 소녀들과 함께 있는 트럼프의 사진을 볼 생각이 있나"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실제로 그런 사진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서도 의구심이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같은 이메일 내용은 엡스타인과 관련한 방대한 수사 기록이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적 시각과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연방 의회에는 '정부가 보관 중인 엡스타인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는 법안이 제출돼 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마가 진영을 대표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의원을 비롯해 4명의 의원이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그린 의원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오직 미국뿐이고, 미국이 최우선"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충성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뉘앙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 의원에 대해 "좋은 사람이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길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엡스타인 문건 공개를 촉구하는 법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실제 효과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다만 표결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균열 현상이 가속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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