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반유대' 강조했는데...교황청 근위병이 유대인에 침 뱉는 시늉

ⓒ연합뉴스

교황청의 스위스 근위병이 성 베드로 광장을 찾은 유대인 여성들에게 침을 뱉으려 해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작가 겸 연극 감독인 미할 고브린이 교황청에서 열린 노스트라 아에타테 선언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노스트라 아에타테는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비(非) 그리스도교와 (가톨릭) 교회의 관계를 담은 선언으로, 종교 간 화합을 강조한다. 그녀는 국제 유대인 대표단의 일원 자격으로 행사를 찾았다.

다음 날인 29일, 고브린과 또 다른 유대인 학자 비비안 리스카가 미사를 위해 함께 성 베드로 광장에 들어서자 한 스위스 근위병이 비웃는 목소리로 여성들을 향해 "유대인들"이라고 말했다. 고브린은 리스카와 함께 항의했지만, 근위병은 도리어 두 여성 쪽으로 침을 뱉는 시늉을 했다고 주장했다.

고브린은 교황청에 문제를 제기했고 사과를 받았지만 근위병의 행동은 유대인 혐오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바티칸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브린 일행이 근위병에게 모욕당한 뒤 참석한 공개 미사에서 교황 레오 14세는 "노스트라 아에타테의 첫 번째 초점이 유대인 세계를 향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가톨릭교회는 언제든, 누구에 의해서든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박해, 반유대주의적 행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는 1506년 교황 율리우스 2세 치하에서 창설된 부대로 교황과 사도 궁전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군사단 중 하나이다.

근위대 대변인은 10일 해당 근위병이 내부 조사에 회부됐다며 "스위스 근위대는 어떠한 형태의 반유대주의와도 완전히 거리를 둔다. 행동 위반은 최대한 엄중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TN digital 정윤주 (younju@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