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코로나 發 생계난으로 수십 년 만에 반정부 시위

쿠바, 코로나 發 생계난으로 수십 년 만에 반정부 시위

2021.07.24. 오후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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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코로나19로 깊어진 생계난과 정부에 대한 불만이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쿠바 정부는 자체 개발한 백신을 접종하고 경제 제한을 일부 해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쿠바 정한나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도심 한복판에서 시위대 수천 명이 몰리고 경찰과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합니다.

쿠바 40여 곳에서 지난 1994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습니다.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수입원인 관광업마저 막히자 민심이 폭발한 겁니다.

음식, 의료품 등을 구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게 일상이 되자 시민들의 생계 불안이 체제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단 반응입니다.

[마를렌 로드리게스 / 쿠바 아바나 : (정부의) 거짓말이 너무 심해져 국민이 이러고 있어요. 월급을 올려주고는 물가를 엄청나게 올리면 이틀 후에 월급을 다 쓰게 돼요. (다음 월급까지) 남은 기간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시중에) 음식도 없는데 왜 음식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쿠바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되기 전에 아바나에 정부 지지자들을 규합해 맞불 시위에 나섰습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반정부 행진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단체가 인위적인 캠페인을 통해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정국도 불안한데 쿠바의 코로나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지난달(6월) 중순 천명 대에 이르던 신규 확진이 이달(7월) 들어 7천 명에 이르는 등 폭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쿠바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혼란과 정부에 대한 반감을 막기 위해 자체 개발한 백신의 효능을 홍보하면서 긴급 승인에 나섰습니다.

[루이스 에레라 마르티네스 / 쿠바 유전·생물공학센터(CIGB) 고문 : (쿠바 자체 백신) '압달라'는 임상 3단계를 거쳐 92.28%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현재까지 효능이 가장 좋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니엘 트레포 로다포르 / 보건소 주치의 : 지난 6월 22일부터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 하루 80명 접종하고 지금은 하루 100명씩 접종하고 있습니다.]

쿠바 정부는 다음 달(8월)까지 전체 인구의 70%의 백신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이루겠단 계획입니다.

대부분 관광업에 종사하는 아바나 시민들은 하루빨리 백신 접종이 이뤄져 국경을 열고 경제회복까지 이루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로사 / 쿠바 아바나 : 바닷가도 가고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백신 맞았으니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네스토르 김 / 쿠바 한인 후손 : 쿠바의 제일 큰 수입원이 관광업인데 (코로나로) 관광객이 없어 쿠바는 너무 힘들었어요. 빨리 상황이 종료돼서 관광이 다시 시작되고 쿠바 경제 상황이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이례적인 반정부 시위를 겪은 뒤 쿠바 정부는 백신 정책 외에도 음식·의료품의 수입 한도를 늘리고, 기존에 식료품 배급을 진행하지 않던 일부 지역에까지 배급 규모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생계난으로 시작된 불만이 체제 불안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정국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쿠바 아바나에서 YTN 월드 정한나입니다.

YTN 강현정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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