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NOW] “벨라루스 대통령 도둑 취임, 갈리는 외교 관계”

[세계NOW] “벨라루스 대통령 도둑 취임, 갈리는 외교 관계”

2020.09.28.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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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NOW] “벨라루스 대통령 도둑 취임, 갈리는 외교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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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20년 9월 28일 월요일
□ 출연자 : 정재원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기습적으로 취임식을 강행했습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가 7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 취임 이후 이 시위 진압이 폭력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과 EU는 그를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러시아는 벨라루스 사태에 외세가 개입해선 안 된다며 루카셴코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입니다. 오늘 나우 인터뷰,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정재원 교수와 함께 벨라루스 사태 분석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정재원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이하 정재원): 네, 안녕하십니까.

◇ 전진영: 루카셴코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계속해서 사퇴 요구도 받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 시민들의 시위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사전에 예고도 안 하고 비밀리에 취임식을 치렀거든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인 것 같은데요.

◆ 정재원: 그만큼 또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비밀이라고 할지라도 빨리 법적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자신의 헌법적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도 공포감도 심어주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다소 시위가 약화된 틈을 타서 하루라도 빨리 임기를 시작해서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럴싸한 정책을 빨리 국민한테 내놔서 불만을 조금 달래려는 생각에서 이렇게 비공개로 취임식을 치른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전진영: 말씀해주셨습니다만, 교수님께서 아무래도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그 생각을 벨라루스 내부에서도 비슷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야권에서도 정말 정직하다고 하면 이렇게 비공개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하면서 조롱도 하고 있고, 비난도 하고 있고요. 시민들도 계속해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 정재원: 네, 그렇습니다. 당장 야권 연합 세력인 조정위원회도 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고요. 또 일시적으로 망명 중인 지도자 중 한 명 티하놉스카야도 이게 단순히 도둑들의 모임일 뿐이다, 라고 하면서 강력한 반대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또 이에 맞서서 바로 그 직후에 24일 날 수백여 명이 시위를 벌인 데 이어서 26일에는 다소 큰 규모의 시위가 여성들을 중심으로 당국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장소를 옮겨서 개최되기도 했고요. 그 과정에서 약 40명이 구금되기도 했습니다. 또 찾아보니 27일에도 200여 명이 구금되는 등 시위가 격해지는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그러면 저희가 본격적으로 이번 사태 분석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지난 며칠 동안의 벨라루스 사태에 대해서 한 번 정리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지난 8월 초에 벨라루스 대선이 실시됐고, 거기에서 현직이었던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면서 연임에 성공한 건데요. 국민들은 이 결과 자체가 지금 조작된 거라고 보는 거죠?

◆ 정재원: 네, 그렇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루카셴코는 벌써 지난 1994년 소련에서 독립한 후에 처음으로 제정된 벨라루스 헌법 하에서 최초로 치러진 선거에서 벨라루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 있었습니다. 그 이후 수차례 개헌을 통해서 대통령의 임기 연안도 바꾸고, 또 임기 제한도 없애면서 2020년 이번 선거까지 대통령을 무려 6선까지 연임하면서 장기집권을 이어왔죠. 지난 8월 대선에서도 80%의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시민들은 이는 투표조작 및 개표조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권에 대한 강력한 탄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티하놉스카야가 이겼다고 확신을 하면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러니까 국민들이 대선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고 본다는 건 그만큼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 아닐까요?

◆ 정재원: 네, 그렇습니다. 흥미로운 게 하나가 있는데요. 여타 구소련 국가들 중에서도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을 포함해서 민주화 운동 등 대중운동이 가장 활발하지 않은 사회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지원이라든지, 자원에 대한 지원이라든지, 또 루카셴코가 사실은 조금 독특한 복지정책으로 커다란 부침 없이 점진적인 발전을 벨라루스를 만들어온 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요. 이는 곧 일정 정도 지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장기집권이 26년이나 됐고요. 또 특히 유럽과 접해 있는 벨라루스 시민들은 유럽의 영향도 많이 받고, 그러다 보니까 인권이나 민주주의, 단순히 장기집권 자체도 그렇지만, 인권과 민주주의, 시민사회를 탄압해온 정권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전진영: 집권 초기에는 그래도 나름대로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지지나 신뢰를 얻었던 적도 있었던 건데 그러면 말씀해주신 그 독특한 복지정책이라는 것은 어떤 건가요?

◆ 정재원: 대부분의 구소련 국가들이요. 급격한 민영화 정책, 그런 것으로 빨리 자본주의로, 시장경제 체제로 넘어가는 것은 좋았습니다만 그 과정 속에서 심각한 경제적인 후퇴가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빠지고요. 그런데 그런 사회화를 굉장히 더디게 했고요. 그것이 굉장히 실패할 줄 알았는데, 어쨌든 그 과정 속에서 임금은 낮게 유지하나, 사람들에게 일정 정도 실업률을 크게 낮추는 그런 형태로 정책을 펴 왔습니다. 임금은 낮으나 실업은 크지 않은. 1% 정도로 유지된 적도 있었고요. 그렇게 계속 국영기업 시스템으로 이어져 왔죠.

◇ 전진영: 그렇군요. 지금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벨라루르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진행이 되고 있는데, 이 시위와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언론들이 주목하는 부분이 굉장히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는 부분에 주목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만, 시위가 끝난 다음에 쓰레기를 치운다거나 교통질서를 굉장히 철저하게 지킨다거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주목을 많이 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는 이런 양상 어떻게 보셨습니까?

◆ 정재원: 네, 이게 두 가지로 크게 볼 수 있는데요. 일단 구소련의 기존 다른 국가들에서 폭력 진압을 할 경우에 시위가 급격히 약화되는 것을 본 야권에서 실제로 이를 노리는 정부에 맞서서 폭력진압으로 급격한 시위가 사그라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했던 전술이라고 봅니다. 특히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대중운동, 저항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벨라루스에서는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았는데요. 초반에도 실제 다소 격앙했던 시위대에 대해서 무자비하게 진압을 하는 것을 보고 여성들에게는 폭력을 강하게 행사하는 것을 상대적으로는 자제하는 지역 문화가 있습니다. 구소련 전체적으로. 그래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전술, 평화적인 그런 전술을 채택한 것으로 봅니다. 또 하나는 거리 치우기나 이런 것들도 흥미로운데, 그런 것도 언론 등이 장악되어 있는 상황에서 언론에서 주취자들이나 깡패들, 질서 교란자들, 이런 사람들의 난동이라고 보통 많이 가짜뉴스를 하게 되는데요. 그런 빌미를 잡히지 않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이유뿐만 아니라 주요 야권 인사들이 여성인 것도 보이고, 또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지금 이 민주화 운동을 이끈다는 것에 대해서 사실은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 분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전진영: 그리고 일각에서는 워낙 독재정권 하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단련된 질서정연함이라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 정재원: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고요. 오히려 그런 부분은 다소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그런 것에 단련되어 있다고 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 전진영: 그런데 이렇게 평화적인 방식으로 시위가 진행되면 아무래도 외부에서는 굉장히 주목을 많이 하겠습니다만, 내부에서는 평화적인 방식을 너무 가지고 가기 때문에 의견 관철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고민이 나온다고 하던데요.

◆ 정재원: 아무래도 시위가 장기화됐고, 제일 중요한 것은 지도부 거의 전원이 체포되거나 추방된 이 상황에서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데, 여전히 루카셴코는 건재하다 보니. 취임까지 하고. 당연히 내부에서 강경파들의 불만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러나 저는 거꾸로 지금 방식이 아닐 경우에는 강경 진압이 오히려 더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시위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지도부는 유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향후 또 어떻게 변화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내부에 불만이 있는 분파들이 생겨날 거고요. 다양한 시위 형태가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 전진영: 말씀해주신 대로 시위가 7주 이상, 거의 두 달째 지속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취임을 어찌 되었건 강행했기 때문에 진압 수위를 더 높일 거라는 예측도 동시에 나오거든요. 이렇게 되면 동력도 내부적으로 약해지고, 진압 수위가 약해지면 시위는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전망은 교수님께서 어떻게 하십니까?

◆ 정재원: 이 부분은 진짜 판단이 쉽지 않은데요. 일단 루카셴코의 도둑질 같은 비공식 취임이 일시적으로는 시위를 격화시킬 것입니다. 그것은 확실한데, 장기적으로 현재 구심점이 굉장히 약한 반대 운동 진영의 상황을 보자면 이러한 루카셴코의 취임이 오히려 시위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안타깝게도 진압 수위가 높아지는가, 아닌가는 벨라루스 국민들의 시위 양상이 격해지느냐, 아니냐의 문제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겠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 즉,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가 얼마만큼 여기에 관심을 갖고 개입을 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 전진영: 그러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주변국들 반응이랑 주변국들 향후 움직임도 저희가 살펴볼 건데요. 일단 러시아는 굉장히 공개적으로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에 대한 군사적 지원, 경제적 지원도 약속하겠다고 했죠?

◆ 정재원: 네.

◇ 전진영: 러시아가 이렇게 벨라루스와 손을 잡는 이유는 뭘까요?

◆ 정재원: 심지어 시위가 최고조로 이르렀을 때 루카셴코는 러시아로까지 가서 보란 듯이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았죠. 루카셴코의 퇴진이라고 하는 것은 벨라루스의 민주화가 곧바로 반드시 철저하게 반러시아적이고, 친서구적인 정권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유럽과의 완충지대에서의 소위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의한 민주정권의 등장이라고 하는 스토리는 굉장히 러시아에게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민주 정권의 등장 자체가. 그래서 굉장히 위협이 될 수 있고요. 또 특히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런 민주화의 바람이 러시아에서도 일어나게 되면 지금 장기집권을 이루고 있는 푸틴 정권 역시도 강한 바람을 맞기 때문에 이러한 러시아의 입장은 루카셴코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 전진영: 그리고 서방국가, 미국과 EU는 루카셴코를 벨라루스 대통령으로 정식으로 인정할 수 없다, 정당성이 없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상태까지 가면 제재도 고려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말을 하고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제재까지는 이어지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 훨씬 더 많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 정재원: 저도 그렇게 보고 있는데요. 벨라루스의 야권 세력이나 국민들 일반은 인근 국가 우크라이나와 달리 강력한 친서구, 탈러시아를 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EU 가입이나 나토 가입도 시도하고 있지 않고요. 또 서구에게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자원이나 인구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시장도 아닙니다. 물론 지정학적으로 충분한 가치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서구 대 러시아, 중국의 구도가 충돌하는 현재,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현재, 러시아로부터의 여러 가지 에너지 지원이 절실한 서구로서도 벨라루스에 대한 적극적 제재로 인해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피하랴고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 어떤 국가에도 제재를 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전진영: 결국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데요. 그렇다고 하면 주변국들도 계속해서 직접적인 제재 없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테고, 벨라루스 국민들도 계속해서 평화적인 시위를 유지하면서 유혈충돌 같은 극한 상황까지 안 간다고 하면 벨라루스 사태가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고 마무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루카셴코 대통령이 어떤 타협점을 찾게 될까요?

◆ 정재원: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 서로 모든 국가들이 신중한 상태에 있고요. 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서구 주요 국가들과 러시아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제일 심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특히 러시아는 크림 합병으로 인해서 서방의 경제제재, 또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이 겹치면서 기세등등한 겉모습과는 달리 러시아는 더 경제상황이 심각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양 진영 모두 강한 개입은 피하려고 할 것인데. 루카셴코 정권이 러시아를 믿고 강력한 진압을 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루카셴코 정부의 방침은 향후 시위의 동력이 약화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어느 경우에든 모두 당근과 채찍을 동원할 건데요. 가령 자신의 사태는 제외하고, 일부 어떤 민주주의나 인권의 발전, 또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양보안도 제시하고, 무엇보다 이번에도 밝혔다시피 코로나19를 어떻게든 빨리 극복해서 경제회복을 하는 그런 방식으로 불만들의 축소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교묘한 탄압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이 모든 이야기의 전제조건은 유혈충돌로 극한까지 가는 상황을 배제하는 경우에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하겠습니다. 본인은 사퇴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전진영: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재원: 네,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정재원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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