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미스비헤이비어 : 해프닝을 오프닝으로 만든 사람들

[人터view] 미스비헤이비어 : 해프닝을 오프닝으로 만든 사람들

2020.06.27. 오전 08:2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여성을 부속품 내지는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 안에선 언제나 성을 도구화, 상품화하는 성적 대상화가 만연하곤 했습니다.

1970년의 영국도 그런 모습이었는데요.
'미스월드 선발대회'는 그 정점에 있는 국민 스포츠였습니다.

당시 그러한 사회적 인식에 단호히 맞선 여성들이 있었는데, 얼마 전 그들의 반란을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린 영화가 나왔습니다.

사람, 공간, 시선을 전하는 YTN 인터뷰.

오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페미니즘 영화를 통해, 여성운동이 여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담았습니다. 함께 보시죠.

[영상리포트 내레이션]

비헤이비어(Behaviour)는 행동,

미스비헤이비어(MisBehaviour)는 잘못된 행동이란 의미다.

[여성시위 구호 : 여성들이여 함께합시다!, 여성들이여 와서 함께합시다!, 어서 와서 함께 합시다!, 여성해방은 곧 인간해방입니다!]

이혼 후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샐리에겐 딸이 있다.

딸아이가 TV에 나오는 미인대회 여성을 흉내 내자,

[샐리 딸 : 나 미스 월드 아가씨야!]
[샐리 모 : 예쁘기도 해라, 아가.]
[샐리 : 엄마, 하지 마! 여성 비하에 성차별이야!]

그는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남성 중심의 세상을 거부한다.

주변에선 샐리에게 다른 여자들처럼 살라고 조언하지만,

[샐리 : 여성은 물건이 아닙니다. 장식품도 아니고. 누굴 기쁘게 하려고 있지도 않죠.]

그는 그렇게 살 생각이 없다.

1970년 당시 영국 여성들은 일을 한다 해도, 남성들의 도움 없인 신용거래를 하기 힘들었다.

독립인격체로서 여성들의 투표권을 인정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사회는 여전히 그들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고 있었다.

그해 11월 20일 런던에서 열린 미스월드 행사에 샐리 알렉산더를 비롯해 페미니스트 예술가 조 로빈슨 등이 참석했다.

[사회자 : 1970년 미스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달 착륙이나 월드컵 결승보다 시청률이 높다는 미인대회.

이곳을 향한 세간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행사를 지켜보던 샐리와 조가 경찰에 연행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샐리 알렉산더 : 우린 예쁘지도 추하지도 않다. 화가 났을 뿐!]

2015년 4월 26일, 뮤지션인 키란 간디가 런던마라톤에 참가했다.

그런데 마라톤을 완주하고 기뻐하는 그의 모습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역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8억 명의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다는 월경 때문이다.

월경 첫날이던 간디는 월경용품을 사용하지 않은 채 달리며, 피로 물든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성들에겐 일반적 경험이지만, 사회는 여전히 마법, 그날, 개양귀비, 묵주, 케첩, 붉은 깃발 등 수많은 은어로 표현하며 월경을 터부시하도록 종용한다.

남성과는 다른 생물학적 차이를 틀림으로 간주해온 것이다.

나쁜 피라서 매달 흘려보내야 한다는 말도 이러한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오히려 탯줄에서 얻는 줄기세포보다 월등히 뛰어난 재생 세포를 월경혈에서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간디는 이듬해 월경을 대하는 태도를 '낙인찍기'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낙인'은 남이 '찍는' 것이 아니다.

움츠러들 게 아닌데 움츠러들고, 감출 게 아닌데 감추어 결국 침묵할 것이 아닌데 스스로 침묵하게 되는.

[키란 간디 : 낙인찍기란 (스스로) 자신에 관해 솔직하고 편안하게 말할 수 없는 무능력한 상태를 일컫는다.]

1991년 8월 14일.

일흔을 목전에 둔 한 여성이 증언대 앞에 섰다.

[김학순 : 일본 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 계집애가 이 꽉 물고 강간을 당하는, 그 참혹한! 말이 나오질 않아. 더 못하겠어요. 말이 안 나와요. 그때 생각을 안 해야지 하면서도 내 마음이 아주 그냥, 더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어요. 그 생각을 하면.]

어린 시절 끔찍했던 경험을 뒤로하고 가정을 꾸렸지만,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

평생 자신을 옥죄며 살아왔을지 모를 그가 자신의 삶을 고백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선 용기를 우린 헤아릴 수 있을까.

그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1924년생 김학순.

이 땅 최초의 증언자였다.

[김학순 :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두어야 한다.]

여성이 남성의 성적 도구가 되어왔던 야만의 시대.

샐리와 조, 그의 동료들은 이 잘못된 세상을 뒤엎기로 한다.

[코미디언 밥 호프 : 오늘 밤 아가씨들 참 좋았죠. 하나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진짜로 사랑해요! 내가 여성의 느낌엔 전혀 신경 안 쓰는 그런 짐승이라고 오해하진 마세요. 항상 여성을 느끼려고 얼마나 신경 쓰는데요.]

미스월드 선발대회 무대에서 유명 코미디언 밥 호프가 성희롱 발언을 이어가자, 이들은 미리 준비한 시위 도구를 꺼내 행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샐리 : 못 참겠군!]
[샐리와 동료들 : 부끄러운 줄 알아!]

이는 고스란히 TV로 생중계됐고, 이튿날 모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런데 대부분 흥미 위주로 다뤘을 뿐, 이들 목소릴 진지하게 실은 곳은 없었다.

당시 세상은 이들 '행동'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했고, 법적 책임을 지웠다.

[정유진 / 前 일본 도시샤대학 교수
: 금기를 깬다는 것은 금기의 내용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기를 가능하게 했던 사회적 권위, 즉 기존의 인식체계에 대해서 균열을 냄으로써
새로운 국면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 중요합니다. 피해자가 증언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다면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고통의 목격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스비헤이비어(MisBehaviour) : 잘못된 행동

미스_비헤이비어(Miss_Behaviour) : 행동하는 여성들

구시대가 하룻밤 해프닝으로 기록한 그날을
새 시대의 오프닝으로 만든 사람들


버트너/ 이상엽[sylee24@ytn.co.kr], 윤용준[yoonyj@ytn.co.kr], 홍성욱

도움/ 판씨네마(주), 정유진 前 일본 도시샤대학 교수, 김세윤 영화평론가, 엘리즈 티에보『이것은 나의 피』

#press_your_버튼 #人터view #YTN_인터뷰 #영화_미스비헤이비어 #MisBehaviour #잘못된_행동 #Miss_Behaviour #행동하는_여성들 #미스월드 #키란_간디 #월경 #김학순 #일본군_성노예제 #수요시위 #키이라_나이틀리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