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유치원에는 안 줍니다"...아이들 건강도 차별?

"조선유치원에는 안 줍니다"...아이들 건강도 차별?

2020.03.12. 오후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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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이타마 시, 무료 마스크 배포에 ’조선유치원 제외’
사이타마 시청, 관할 시설 아니라며 마스크 배포 안 해
시청 직원, "마스크 나눠주면 되팔 수 있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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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각 유치원에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는데 한 군데만 안 준다면 납득이 가시겠습니까?

실제로 일본 사이타마 시에 있는 조선유치원이 겪고 있는 일입니다.

이경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일본 사이타마 현 조선유치원 관계자와 학부모들이 굳은 표정으로 시청을 찾았습니다.

발단은 마스크 때문이었습니다.

시청에서 유치원에 무료로 마스크를 준다고 해 언제 받으면 되는지 연락해 보니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은 겁니다.

유치원 인가를 사이타마 현에서 받았기 때문에 시청에서는 마스크를 나눠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정용수 /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 교장 : 이런 비상시에 그런 선긋기가 과연 행정이 할 일입니까? 비인도적이고 차별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뿐 아니라 마스크를 나눠주면 되팔 수 있어 안된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조선유치원 학부모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은 재일동포 사회뿐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공분을 샀습니다.

결국 관계자는 사과했지만 마스크를 나눠줄 지에 대해서는 끝내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사이타마 시청 관계자 "마스크를 지금 바로 나눠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럴 경우 다른 시설도 (줘야 하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도와가며 어려움을 이겨내려 하는데 행정기관이 앞장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김초미 / 사이타미 조선유치원 학부모 : 오늘 아침 학교 정문에 마스크, 티슈, 소독용 알코올 등이 놓여있었습니다. 따뜻한 일본인 이웃들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가 그런 분의 행동에 용기를 얻는 것 이상으로 당신들도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전국 유치원 무상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조선유치원만 제외한 뒤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진 상탭니다.

[김치력 / 사이타마 조선유치원 학부모 : 간단한 문제 아닙니까? 줄 것이냐 안줄 것이냐를 며칠씩 결정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역시 우리에 대한 차별로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외국인 시민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국제화추진기본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스크를 둘러싼 이번 논란이 과연 이런 정부 방침에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사이타마에서 YTN 이경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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