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일왕, '평화·헌법 준수' 즉위 선언...아베 "일왕은 상징"

[취재N팩트] 일왕, '평화·헌법 준수' 즉위 선언...아베 "일왕은 상징"

2019.10.23. 오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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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즉위식서 ’세계 평화·헌법 준수’ 강조
아베, ’국민 통합 상징으로서의 일왕’ 강조
이낙연·아베, 내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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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일본에서는 새 일왕의 즉위를 국내외에 알리는 의식이 치러졌습니다.

나루히토 일왕은 평화를 기원하고 헌법 준수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했는데요.

아베 총리는 '일왕은 상징'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현실 정치의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조수현 기자!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식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았나요?

[기자]
전후 세대로는 처음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이 국내외에 어떤 각오를 드러낼지 관심이 쏠렸는데요.

일왕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평화 염원'이었습니다.

일본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의 역사관을 이어받아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헌법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요, 이 부분은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나루히토 일왕 : 헌법에 따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헌법에 따른 일왕의 임무를 강조함으로써 평화 헌법 수호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베 정권의 개헌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습니다만,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와 상반된 시각을 드러낸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일본의 종전 기념일인 지난 8월 15일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는,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며 침략 역사에 대한 참회의 마음을 보였습니다.

[앵커]
즉위 의식에서 아베 총리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도 궁금한데요.

[기자]
네, 아베 총리는 2분 남짓한 축사를 통해 일왕의 상징성을 부각했습니다.

일본 사회의 통합을 상징하는 일왕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정치적 권한이 없는 존재'로 거듭 규정한 셈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아베 신조 / 일본 총리 : 일왕이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말에 (감명받았고) 국민 통합 상징으로서 우러러보는 마음을 새롭게 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축사를 마친 뒤 일왕 즉위를 축하하며 만세 삼창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즉위식은 30분 만에 마무리됐고요.

저녁에는 일왕 부부가 180여 개국 대표로 참석한 해외 사절 4백여 명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앵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 행사를 계기로 각국 대표와의 회담 자리도 마련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식 참석차 방일한 각국 대표들과 그제부터 연쇄 회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 등을 이미 만났고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오는 25일까지 모두 50여 개국 대표와 회담할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는 즉위 행사를 계기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각국 사절과 아베 총리의 외교를 성과로 내세우며, 지지율을 올리는 데 활용하려는 모습입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 기간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와 손을 잡고 여러 과제 해결을 위해 대응하는 일본의 생각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우리로서는 이낙연 총리와의 회담이 가장 주목되는데, 관련 일정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네, 이낙연 총리와 아베 총리는 어제 연회에서 짧은 인사를 나눈 데 이어, 오늘과 내일 잇달아 만납니다.

이 총리는 오늘 저녁 아베 총리 부부가 외빈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고, 내일은 총리관저에서 면담을 합니다.

양측은 내일 오전을 목표로 정확한 시간을 조정 중인데요,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회담 시간이 10분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한일 양국 정부 입장 차가 여전히 뚜렷한 상황에서 이번 짧은 만남으로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9월 이후 끊긴 두 정상 간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조수현[sj10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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