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가 교통 카드 사용을 두려워한 이유

홍콩 시위대가 교통 카드 사용을 두려워한 이유

2019.06.16.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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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가 교통 카드 사용을 두려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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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던 홍콩 시민들이 교통 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을 쓴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2일 한 트위터리안은 지하철역에 지하철 일회용 티켓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사진을 올리며 "대중교통 카드를 사용하는 대신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은 자신들의 승차 내역이 시위 참여의 증거로 사용될 것을 우려했다"고 적었다.

홍콩 시민의 99%가 교통 카드 '옥토퍼스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부가 위치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긴 줄을 서고 현금을 쓰며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거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Quartz)에 따르면 "역의 한 구역에 있는 다섯 대의 티켓팅 기계에 적어도 10m의 줄이 뻗어 있었다"며 "한 시위 참여자는 경찰이 2014년 민주화 운동 당시 주요 시위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것처럼 자신들의 카드 자료를 추적해 시위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위자는 "우리는 우리의 데이터를 추적하는 것이 두렵다"라며 2014년 홍콩 우산 시위 때는 추적을 대비한 현금 구매 방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사람들이 더 잘 알고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범죄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옥토퍼스 카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2010년 초, 경찰은 산성 공격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옥토퍼스 카드 자료를 사용했는데, 후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실제 각 옥토퍼스 카드에는 미지급 잔액과 거래 기록을 저장하는 칩이 들어 있으며, 각 카드에는 식별을 위한 일련 번호가 있다. 또 경찰이 카드 소유자가 사용하는 장소와 시기를 파악할 수 있는데, GPS 시스템과 유사하다.

다른 교통 카드 자료가 범죄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사용된 사례도 있다. 2001년, 뉴욕의 한 지하철 직원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경찰이 그의 메트로카드 데이터를 분석하자 진술한 것과 알리바이가 달라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 메트로 카드 데이터는 1999년 맨해튼의 슈퍼마켓 관리인의 폭행과 강도 혐의로 한 남성을 기소하는 데 사용되었다.

쿼츠는 홍콩 시위대의 현금 사용에 대해 "기업들과 정부들이 개인 테이터를 쓸어 담으면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감시, 그리고 '스마트 시티'의 위험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라며 "불편해 보이지만 현금을 사용하기로 한 시위대의 고의적인 결정은 현금 없는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사생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100만 홍콩 시민이 시위를 벌이면 반대했던 '범죄인 인도 법안'의 처리는 연기됐다. 지난 15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이틀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결과 '범죄인 인도 법안'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시민 사회와 소통하고 더 많이 들을 것"이라며 "홍콩 행정당국은 법안에 대한 의견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범죄인 인도 법안'의 2차 심사를 중단할 것이며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데 있어 시한을 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법안의 완전화 철회가 아님을 분명히 하며 법의 허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법안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홍콩 시민들의 시위에 대해서는 "관리들이 의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부적절한 조치로 최근 2년간 비교적 조용했던 홍콩에서 큰 갈등이 발생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사진 출처 = 트위터 (@jchrist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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