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부친은 제국주의 시대 일본군"...'역사 직시' 강조

하루키 "부친은 제국주의 시대 일본군"...'역사 직시' 강조

2019.05.10. 오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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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으로 글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잘못된 역사라도 숨기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이 이 글에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도쿄에서 황보연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일본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월간지 '문예춘추'에 특별기고한 글을 통해 부친에 대해 처음으로 자세히 언급했습니다.

하루키는 이 글에서 제국주의 시대인 1938년 부친이 20살 때 징병 돼 중국에 배치됐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부친으로부터 소속됐던 부대가 중국 포로를 참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군용 칼로 사람을 해치는 잔인한 광경을 떠올렸다는 하루키,

이는 어린 마음에 강렬하게 낙인찍혀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술회했습니다.

되살리고 싶지 않은 오래전 에피소드를 굳이 거론한 이유는 그다음에 비교적 명확히 드러납니다.

하루키는 너무 불쾌하고 눈 돌리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나쁘고, 감추고 싶은 역사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 같은 하루키의 역사관은 과거 작품과 발언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2017년 발표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일본군에 의한 난징 대학살을 거론하며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우회적으로 거론했습니다.

지난 2월 프랑스에서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좋은 것만을 역사로 규정해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에는 맞서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복도훈 / 문학평론가 : 일본 과거사와 관련해 하루키가 책임 있는 발언을 하려는 게 아닌가 유추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직시를 강조한 하루키의 메시지는 침략전쟁을 전면 부정하는 아베 내각의 역사관과 대비돼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도쿄에서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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