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치인이 아닌 그냥 사람"...코미디언 출신 대통령 탄생

"난 정치인이 아닌 그냥 사람"...코미디언 출신 대통령 탄생

2019.04.23. 오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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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거침없이 총을 쏘는 대통령.

우크라이나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국민의 일꾼'(Servant of the People) 시즌 2의 한 장면입니다.

법안이 막히자 답답함에 상상 속에서 벌인 일이지만, 통쾌한 면이 있는데요.

이 드라마에서 대통령을 연기한 41살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진짜 우크라이나의 신임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드라마 제목인 '국민의 일꾼'을 당명으로 정해, 선거에 그대로 사용한 우크라이나의 국민배우 젤렌스키가 현지 시각 21일 치러진 대선에서 포로셴코 현직 대통령을 이기고 당선됐습니다.

득표율도 70%를 훌쩍 넘겨 포로셴코 대통령보다 3배에 가까운 득표를 받으며 압승했습니다.

젤렌스키는 교수 아버지와 공학자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 법학을 전공했지만, 어린 나이부터 연예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17살에 러시아 코미디 TV 쇼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 TV 코미디 시리즈와 영화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 왔는데요.

그러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로 이른바 '국민 배우' 반열에 올랐습니다.

'국민의 일꾼'이란 제목의 드라마에서 부패 정권을 비판해 인기를 얻고, 또 대통령까지 된 교사 역을 맡았는데, 현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국민배우지만 정치 경험이 없는 젤렌스키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에 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소개한 시민 인터뷰를 보면 '젤렌스키가 대통령이 되면 90% 큰 불행이 될 수 있지만, 10%의 변화 가능성에 투표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현 정치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인데요.

젤렌스키는 이런 점을 선거에 충분히 활용했습니다.

정치 집회 대신 현직 대통령을 패러디한 내용의 개그 공연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며 시민에게 다가갔습니다.

대선 양자 토론에선 포로셴코를 향해 '나는 당신의 실수로 생긴 결과'라며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스템을 부수러 온 그냥 사람' 이라고 차별화했지요.

결국, 기존 정치에 대한 과감한 비판에 박수를 보내던 시민들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대통령 당선자 : 우리가 함께 해냈습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동적인 연설은 없을 것입니다. 단지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오렌지 혁명 등 정치적으로 많은 혼란을 겪은 나라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국민의 60%가 최저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며, 러시아의 영향 속에서 미국과의 관계 등 복잡한 국제 관계 이슈들도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대통령 젤렌스키'는 과연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요.

드라마처럼 부패와 싸우면서도 서민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우크라이나의 정치 실험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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