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美 '대화파'도 잇단 北 압박...기류 변화?

[취재N팩트] 美 '대화파'도 잇단 北 압박...기류 변화?

2019.03.13. 오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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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정부에서 잇따라 북한에 대한 압박성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대화 협상파들 입에서도 완전한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맞바꾸는 '일괄타결식' 해법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 같은 기류 변화 배경과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을 알아봅니다.

워싱턴 연결합니다. 김희준 특파원!

오늘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군요. '북한의 말이 아닌 행동만 보겠다'는 언급을 했네요.

[기자]
폼페이오 국무장관, 에너지 기업 행사 참석차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 중인데요.

여기서 지역 방송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문제, 빠지지 않고 거론됐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말은 쉽다. 그런데 우리는 행동 만을 가치 있게 본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미국이 봐야 하는 것은 '행동'이고, 그것만 믿는다"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얻기를 바라는 바"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을 직접 만난 5~6번 동안 비핵화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도 실질적인 비핵화에 진전이 없었으니, 이제 정말 '행동으로 보이라'고 촉구한 셈입니다.

[앵커]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 제안에도 불만을 나타냈군요?

[기자]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몇 번이고 재확인했는데도 하노이에서 만나보니 '준비가 안 돼 있더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제안이 충분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고도 했는데요.

북한이 영변 핵 폐기 대가로 사실상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은 수용하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후속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구체적이고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입니다.

[앵커]
어제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내놓은 언급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비건 대표도 어제 좌담회에서 북한이 부분적인 핵 폐기로 모든 제재 해제를 원했다며 하노이 회담 합의가 무산된 이유를 밝혔죠.

북한이 후속 협상을 하려면 영변 폐기는 기본이고 플러스 알파를 들고 나오라는 겁니다.

또 비핵화에는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까지 포함된다면서 "점진적 비핵화는 없다"는 말로 일괄타결식 '빅딜' 수용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어떤 것도 합의될 수 없다"고도 했는데요.

일부에서 '토털 솔루션'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핵을 다 내려놓아야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대화 협상파의 발언이 한층 강경해졌어요. 매파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거든요.

트럼프 정부 기류가 확실히 달라진 거죠?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 메시지 압박 발신의 전면에 나선 인사는 볼턴 보좌관이었습니다.

"북한이 빅딜을 수용할 뜻이 없었다", "비핵화 안 하면 제재를 강화하겠다"라고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입장을 재확인하며 다시 대북 압박 대열을 이끌었죠.

볼턴 보좌관이 북미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몸을 낮췄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포스트 하노이에서 볼턴이 뜨고 폼페이오는 물러났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일주일 여 만에 다시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도 '대북 강경파' 대열에 등판한 셈입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미국은 단계적, 동시적 행동을 수용하는 듯한 기류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북미가 이른바 '스몰딜'이라도 도출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북미가 바라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의 등가성에 차이가 현격하다는 것을 깨달은 미국은 다시금 '비핵화 문턱을 높이는 모습입니다.

[앵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잇따르고 있는 이 같은 대북 압박, 미국 정부가 노리는 것은 뭘까요?

[기자]
미국 정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로드맵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내년 안에 일괄 타결"로 잡은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그가 언급해온 대로 급할 것이 없고, 당장 비핵화 문제를 타결 지어야만 하는 동력도 크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 동력은 내년 대선 정국이면 시작될 재선 행보가 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미 대선에서 북한 문제가 그렇게 큰 변수는 아니었습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카드를 꺼내 들며 북핵 문제를 치적으로 내세우며 재선에 활용할 공산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핵미사일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강온 카드로 북한의 큰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이를 통해 '나쁜 합의'보다 '노딜'로 국내외에 충격을 준 뒤 북한을 계속 압박하며 만족할 만한 합의 '굿딜'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도 더욱 강화하고 있군요?

[기자]
공교롭게도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오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연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그대로 유지하고, 유엔 제재 망을 피해 각종 위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낱낱이 밝힌 보고서입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국제사회의 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제재 대오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심각히 본다는 경고를 내놓았고, 폼페이오 장관도 국제사회의 단결된 제재 행보를 환기하기도 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내일,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요.여기서도 북한 인권 유린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핵화 협상 문턱을 높인 미국 정부는 당분간 최대 압박과 제재를 통해 전방위로 북한을 옥죄일 것으로 보여 북미의 기싸움은 다시금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의 비핵화 협상 기조 변화와 배경에 대해 얘기 나눠 봤습니다. 김희준 워싱턴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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