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점진적 비핵화 안해"...대화 내세우며 '빅딜' 압박

비건 "점진적 비핵화 안해"...대화 내세우며 '빅딜' 압박

2019.03.12.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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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연일 대화와 압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나섰습니다.

대화에 문은 열어두면서도 북한에 단계적이 아닌 일괄타결식 비핵화 해법을 수용하라고 압박한 건데요, 워싱턴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얘기 나눠 봅니다. 김희준 특파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섰군요.

[기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오늘 워싱턴에서 '카네기 국제 평화기금'이 주최한 국제 핵 정책 컨퍼런스 단상에 섰습니다.

헬렌 쿠퍼 뉴욕타임스 기자와의 좌담회 형식이었습니다.

북미 실무협상 대표였던 비건 대표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공개석상에서 발언하는 것이 처음이라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트럼프 정부에서 대화파 역할을 맡았던 비건 대표의 대북 메시지는 한층 강경해졌습니다.

행사 뒤 비건 대표를 만나 추가 질문을 해봤는데, 답변을 않겠다고 양해를 구하며 자리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비건 대표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짚어볼까요.

먼저 비핵화 해법에 대해 점진적이 아닌 일괄타결식을 요구했다고요.

[기자]
비건 대표는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 대신 일괄타결식 '빅딜'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건데요, 비건 대표의 말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스티븐 비건 /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 우리는 단계적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도 이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 행정부가 이에 완전히 일치돼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입니다.]

비건 대표는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가 무산된 이유는 북한이 부분적인 핵 폐기의 대가로 전체 제재 해제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영변+알파라는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재제해제라는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거죠.

또 비핵화 대상은 핵연료 주기의 모든 영역이며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도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동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보였습니까?

[기자]
북한이 비건 대표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관련 움직임을 심각하게 보고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스티븐 비건 /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 우리는 서해(동창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아주 심각하게 보며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크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왔습니다. 북한이 로켓이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 생산적인 조치가 되지 않을 것이란 거죠.]

[앵커]
그래도 북한에 대한 대화의 문은 분명히 열어둔 거죠?

[기자]
비건 대표는 오늘 좌담회 일성으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원하는 만큼 진전은 못했지만 "북한과의 외교는 여전히 아주 크게 살아 있다-very much alive"란 표현을 썼습니다.

또 "외교의 문을 계속 열어둘 준비가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적인 대화를 유지하는 것을 100%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가 무산되고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움직임도 심상치 않지만 판을 깨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은 확실히 한 겁니다.

[앵커]
트럼프 정부에서 그래도 대북 협상파였던 비건 대표 입에서 일괄타결식 '빅딜' 해법이 나온 것은 좀 의미심장해 보이는군요.

[기자]
북미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북대표 등 국무부 라인은 협상과 대화에, 대북 강경파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찍어왔죠.

비건 대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 전 스탠포드대 연설에서도 동시적, 병행적 접근법을 내세우고, 핵 목록 신고도 비핵화의 입구가 아닌 일정한 시점으로 미루면서 미국의 입장이 다소 유연해진 것 아니냐, 그래서 북미가 모종의 합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나서, 단계적 해법을 거두고 일괄타결식 비핵화 빅딜을 촉구해왔습니다.

비건 대표의 오늘 대북 메시지는 이런 볼턴 보좌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합니다.

트럼프 정부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접근법에서 북한을 전면적인 비핵화 조치를 한층 압박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북미간 간극이 다시금 넓혀진 것 같은데 향후 협상 전망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은 이같은 강경한 메시지로 북한을 압박하며 일단 공을 북한에 넘긴 것으로 평가됩니다.

조윤제 주미대사도 지금은 공이 북측 코트에 넘어가 있다 이렇게 진단했죠.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나서 빅딜 타결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추후 내밀 카드를 고심하며 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써 미국의 입장이 다시금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어서. 북한이 향후 행보를 어떻게 결정하고 후속 협의에 응할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앵커]
김희준 워싱턴 특파원과 비건 국무부 대북대표의 발언과 북미 협상 전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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