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전당포 줄서는 美 공무원...출구없는 셧다운

[취재N팩트] 전당포 줄서는 美 공무원...출구없는 셧다운

2019.01.22. 오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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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한 달을 넘겼지만,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생계가 어려워진 공무원들은 급한 마음에 전당포를 찾고, 먹을 것을 찾아 전전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특파원 연결해 얘기 나눠봅니다. 김기봉 특파원!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셧다운의 1차 피해자인데요, 상황이 어느 정도 어려운가요?

[기자]
갖고 있는 재산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한 달 이상 임금이 묶인 상황의 충격이 꽤 커 보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세 제도가 없고 매월 렌트비, 즉 월세를 내는 시스템인데요, 적게는 2천 달러, 많게는 3천 달러 이상,  우리 돈 3백만 원 안팎의 돈을 내야 합니다.

모아놓은 돈이 크게 없는 경우엔 당장 주택 렌트비를 못 내는 경우가 많고, 어렵게 돈을 끌어모아 렌트비를 댄다 해도 공과금이나 다른 생활비용이 부족하게 됩니다.

당장 먹을 게 없는 공무원도 있는데요, 이렇다 보니 집에 있는 물건을 잡히러 전당포를 찾거나, 공짜 음식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잠깐 들어보시죠.

[바비 오로즈코 / 美 연방 공무원노조 : 제 뒤로 먹을 것 구하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 보세요. 살기 위해 뭐라도 얻으려고요. 정말 큰일입니다.]

[美 교통안전국 공무원 / 셧다운 해당 부처 : 입장을 바꿔 한번 생각해보세요. 한 달 월급을 못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요.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

이번 셧다운의 직접 영향을 받는 공무원은 80만 명 정도인데, 이 가운데 38만 명은 임시 해고 상태입니다.

나머지 42만 명은 이른바 '필수 직군'으로 분류돼 돈을 못 받으면서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부양해야 할 가족들도 있는데 임금을 못 받는 공무원들의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업무 차질로 인한 혼란도 크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인의 일상생활 속에 연방 정부가 관여하는 부분이 꽤 많은데요, 무엇보다 안전과 직결되는 공항 업무에 차질이 큽니다.

공항 보안을 맞는 미 교통안전국, TSA는 일단 필수 직군으로 분류돼 출근은 하지만 차질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어차피 돈을 못 받을 상황이기 때문에 휴가를 내고 쉬는 인력들이 점차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공항 입출국을 위한 줄이 매우 길어지고 시간이 걸려, 비행기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아예 일부 검색대를 폐쇄하는 공항도 있습니다.

이외에 국립공원과 국립도서관, 국립박물관 등이 문을 닫은 지는 오랩니다.

아울러 혼인신고 등 기본적인 대민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끝없이 이어지는 셧다운을 끝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빅 딜'을 제안했는데 민주당이 거부를 했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지난 금요일, 다음 날 오후 셧다운 관련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트윗에 올렸습니다.

혹시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종의 빅딜 제안이었습니다.

임기 초기부터 본인이 매몰차게 폐기를 주장해온 불법체류 청소년 보호제도(DACA)를 3년간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대신 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카 수혜자 외에도 임시체류 허가가 곧  만료되는 이민자 30만 명에 대해서도 3년간 추방을 유예해주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의 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거부 반응을 보였습니다.

'빅 딜' 제안을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언론의 질문에 애당초 되지도 않을 말이라는 의미의 'non starter'이라는 단어를 쓰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먼저 셧다운을 중단하고 협상을 하는 게 순서이지 셧다운을 볼모로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는 것입니다.

또 내용에서도 다카 연장은 일시적인 조치인 반면, 장벽은 영구적인 건데 맞교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제안을 거부한 민주당에 대해 분노를 쏟아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양쪽 모두 장벽에 대해 왜 이렇게 강한 입장인가요?

[기자]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습니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로 대표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실제로 이민자 유입을 싫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이유는 트럼프의 유일한 치적이 공약 이행이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목적도 큽니다.

반면 지난 중간선거를 통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으로서는, 예산안 권한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겁니다.

아울러 독선적인 스타일의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물러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민주당의 수장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직접적인 공격을 주고 받으며 감정까지 격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심한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는 모습입니다.

[앵커]
끝없이 악화일로로 가고 있는 미국의 셧다운 상황 얘기 들어봤습니다.

LA 김기봉[kgb@ytn.co.kr]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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