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댐 '붕괴인가 유실인가' 논란

라오스 댐 '붕괴인가 유실인가' 논란

2018.07.25. 오후 6:1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라오스에서 SK건설이 시공 중인 대형 수력 발전댐 일부가 무너지면서 수백 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화면 함께 보시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곳곳에 지붕만 드러났습니다.

원래 마을이 있었던 자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온통 물바다입니다.

사고가 난 곳은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 주.

지난 23일 저녁 8시쯤 수력발전용 댐인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이 무너졌습니다.

이 사고로 무려 50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물이 갑자기 방류돼 인근 6개 마을을 덮쳤습니다.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도 집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언론은 최소 70명 사망, 실종자는 200명이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6천 6백여 명의 이재민들도 대피소와 학교 천막 등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세피안-세남노이댐 건설은 약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135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2012년 SK건설이 한국서부발전, 현지 기업, 태국 전력회사와 합작법인(PNPC)을 구성해 사업을 맡았습니다.

2013년 11월 착공해 현재 92% 정도 공사가 완료됐고, 내년 2월 준공해 발전을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전력 생산량은 410메가와트 급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충주댐과 맞먹습니다.

이 댐에서 생산된 전력은 태국에 90%를 수출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댐 붕괴 사고가 나면서 그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은 당국 발표를 인용해 댐이 '붕괴'됐다고 보도한 반면, 시공에 참여한 SK건설 측은 흙 댐의 일부가 '유실'됐다는 입장입니다.

문제가 생긴 보조댐은 토사를 채워 만든 흙댐으로 수력발전을 위해 물을 가둬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수일간 기록적인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이 댐의 윗쪽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며 '붕괴'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SK건설은 폭 730m 규모인 해당 흙댐의 200m 구간의 상부가 댐 범람 과정에서 쓸려 내려가 유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SK건설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SK건설 관계자 : 보조댐인데 그 보조댐 5개 중 하나가, 여기가 비가 엄청 오고 있거든요. 범람하면서 상부가 좀 깨진 거예요. 그러면서 물이 다 내려온 거죠. 하류 쪽으로…]

하지만 흙댐 200m 구간 유실을 두고 '붕괴'가 아니라고 강조한 SK건설의 대응을 두고 사태를 축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고 초기 '붕괴'가 아니라 단순히 물이 넘친 '범람'이라고 주장하다가,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유실'이라고 정정하는 등 SK건설의 대응이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원인 규명은 자세히 조사해 봐야 할겠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댐 붕괴 사고로 향후 해외 수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댐이 붕괴돼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될 경우, SK건설은 물론 국내 건설업계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참여연대 국제외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라오스 댐 건설은 한국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으로 지원된 사업으로, 한국 정부도 책임이 있다며 관계 당국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는데요.

청와대는 곧바로 긴급 구호대를 파견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긴급 지시했습니다.

[김의겸 / 청와대 대변인 : 문 대통령이 라오스 댐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있지만, 우리기업이 참여한 만큼 정부도 지체없이 현지 구호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라오스 댐 사고는 라오스 정부의 '전력 수출 드라이브' 야심이 빚은 재앙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메콩 강 유역에 많은 수력발전소를 짓고 인근 국가에 전기를 수출하는 라오스 정부의 이른바 '동남아 배터리' 계획에 내포된 위험 요인의 일부가 현실화한 사례라는 주장입니다.

지난 1993년 태국에 천500 메가와트(㎿)의 전력을 수출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라오스는 지금까지 모두 46개의 수력발전소를 지어 가동하고 있는데요.

오는 2020년까지 54개의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때문에 댐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홍수나 범람 등 안전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돼 왔던 상황입니다.

폭우에 따른 범람인지 아니면 붕괴인지 논란이 한창이지만, 그동안 제기돼온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국내 기업이 건설 시공 중인 사업이었던 만큼 입지 선정이나 설계, 시공 과정에 잘못은 없었는지 정부 차원의 철저한 원인 규명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