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트럼프가 공개한 김정은 친서... 숨은 내용과 공개 의도는?

[취재N팩트] 트럼프가 공개한 김정은 친서... 숨은 내용과 공개 의도는?

2018.07.13.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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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미간의 협조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했습니다.

정상 간의 친서를 한쪽에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외교적 관례를 넘어서까지 왜 친서를 공개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특파원 연결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기봉 특파원!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이번에 보낸 두 번째 친서의 내용, 다시 한 번 정리해볼까요?

[기자]
친서는 같은 내용의 한글과 영문, 각각 한 페이지씩으로 돼 있는데, 실제 내용은 4문장으로, 그리 길지 않은 글입니다.

'미 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각하'라는 제목 아래,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라는 호칭으로 시작되는데요,

24일 전 공동성명은 매우 의의가 깊은 여정의 시작이며, 양국 관계 개선과 성명 이행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열정과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

그리고 트럼프와 김정은 자신, 두 사람의 의지와 노력은 훌륭한 결실을 맺을 것이며, 북미 관계의 획기적 진전이 다음 상봉 날짜를 앞당길 것이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앵커]
최근 삐걱거리던 북-미 관계에 비해 편지 내용은 일단 긍정적으로 들리는데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전체적인 톤은 우호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정과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합의 내용을 이루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부분이 강조돼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좀 뜯어보면 합의 사항 중 특히 '북미 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 나라의 관계 개선, 조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 조미 관계 개선이라는 표현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문장에 모두 관계 개선이 언급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체제를 보장하라는 내용에 큰 방점을 둔 주문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북-미 두 나라의 '관계 개선', 이것은 미국보다는 북한 쪽의 바람인데요, 반대로 미국의 바람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죠?

[기자]
이번 친서 어디에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다만, 둘째 줄에 '공동성명의 충실한 이행을 위하여'라는 말이 있는데, 6.12 회담의 합의문 내용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포괄적으로 언급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엄격히 따지면 여기에도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6.12 합의문 세 번째 항목은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되어있어 그 노력의 주체가 북한입니다.

그런데 이번 친서는 '공동성명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트럼프의 열정과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고 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친서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김 위원장 자신이 노력하겠다고 적시한 부분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로이터 통신 등 현지 언론들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편지를 매우 좋은 신호로 평가했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편지의 사진을 그대로 올리면서 "북한 김 위원장으로부터 온 아주 멋진 편지! 매우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인의 소견을 피력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직접 언급돼있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자신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합의 사항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시 제안한 것으로 해석하는 모습입니다.

친서 내용을 간접 인용한 것도 아니고 원본을 트위터에 그대로 올리는 방식으로 공개한 것도, 그런 긍정적인 본인의 해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정상 간의 친서를 한쪽에서 이렇게 공개하는 건 일반적인 외교적 관례와 맞지 않다는 평가가 많은데,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공개를 했을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합류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뒤 이 글을 공개했는데요.

친서 공개에 대해 사전에 북한의 동의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관례를 깨면서까지 친서를 공개한 것은, 북미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미 국내와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하고 어떤 구체적인 진전도 얻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강도 같다'는 비난 성명만 듣게 된 절망적인 상황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키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른바 '빈손' 방북 이후 미 국내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속은 것 아니냐는 회의론과, 대북 강경 대응의 목소리가 높아진 점도 서신 공개의 동기가 된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자, 그러면 앞으로 북미 관계,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과정,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돌이켜보면 북미정상회담 기획부터 회담의 합의 내용, 그 이후 진행 상황이 모두 사실상 북한이 미국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친서도 '판을 먼저 깨지 않고, 오히려 그 판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이미지'를 대외에 강조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사실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내용은 6.12 합의문의 첫 번째 합의 내용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번 친서에서 주장한 내용이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6.12 회담이 열리기 이전 미국이 시종 강조했던 '선 비핵화, 후 보상', 또는 '조건없는 완전 무결한 비핵화'라는 시나리오와는 상당히 다른 그림으로 진행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북한이 관계를 주도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 보입니다.

[앵커]
북미 관계 개선과 완전한 비핵화, 결국 두 목표를 다 이룰 수 있다면 방법론의 유연성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 LA 김기봉 특파원[kgb@ytn.co.kr]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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