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폼페이오 '빈손'...美, 고개 드는 대북 강경 분위기

[취재N팩트] 폼페이오 '빈손'...美, 고개 드는 대북 강경 분위기

2018.07.09. 오전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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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 전환의 물꼬를 텄던 북미 관계가 생각처럼 원활히 진행되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기대를 모았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에서도 확실한 진전이 나타나지 않자,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은 한미군사훈련을 다시 하자는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특파원 연결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기봉 특파원!

먼저 관심을 모았던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방문 고위급 회담부터 짚어보죠. 폼페이오 본인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죠?

[기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이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다신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기존 합의에 대해 분명한 진전을 이뤘고, 그런 의미에서 목적을 달성한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회담을 조만간 열기로 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폼페이오 자신이 가장 큰 의미를 둔다고 말하기도 했던 미군 유해 송환 문제에 대해서도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기로 했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협상 상대인 북한 측도 같은 평가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 북한의 반응은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죠?

[기자]
고위급회담 직후 북한 외무성은 회담 성과에 대한 결과물이 아닌, 정반대 성격의 유감 표명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동시 행동의 원칙으로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인데도, 미국은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습니다.

정상회담 제의 이후 나름 외교적 예의를 지키던 화법과 달리 '강도적'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다시 등장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고 밝혀, 판 자체를 먼저 흔드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회담 양측 당사자가 각각 다른 평가를 하는 모양새인데,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불발된 것도 좋지 않은 기류로 해석되죠?

[기자]
이번 회담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폼페이오는 이전 두 차례의 방문에서 모두 김 위원장을 만났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만날 것으로 예견됐고, 백악관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에 앞선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난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 예상이 빗나갔는데, 폼페이오는 회담 이후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수행기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트윗을 올리는 등 '김정은 면담 불발'을 예상치 못한 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을 못 만났다는 것뿐 아니라 폼페이오 장관의 일정 자체를 본인도 미리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일정이었다면서요?

[기자]
이번 회담에 폼페이오 장관을 동행 취재한 블룸버그 통신의 니컬러스 워드험 기자의 글을 통해 확인된 사실인데요.

금요일 오전 10시 54분 평양에 도착했을 때, 폼페이오 장관은 일행이 묵을 숙소도 모른 채 자신의 일정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자는 "적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악수는 확실해 보였다"고 말해, 이때 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 면담을 모두 예상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일행의 숙소는 원래 예상과 다른 평양 외곽의 게스트하우스였다면서 "이는 30시간에도 못 미치는 혼란스러운 방북의 출발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회담이 북한이 통제하고 주도하는 형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힙니다.

[앵커]
북미 정상회담의 실질적 이행의 시금석으로 간주됐던 이번 회담이 결국 손에 잡히는 소득 없이 끝났는데, 미 국내 여론은 어떻게 돌아가나요?

[기자]
일단은 이번 회담 이후 대북 강경파나 회의론자들의 목소리가 더 불거지는 모습입니다.

대북 강경파인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의 강경 입장은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레이엄은 자신은 북한 전체에 뻗치고 있는 중국의 손을 본다며, 중국이 북한을 압박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적대감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을 다치게 하는 것보다 미국이 중국을 더 다치게 할 수 있고, 무역 전쟁에서 쓸 수 있는 총알이 중국보다 많다며 중국을 원흉으로 몰아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상원 정보위원회의 로이 블런트 의원과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조니 어니스트 의원 등은 미국이 한미군사 훈련을 양보한 건 큰 잘못이라며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번 회담 이전에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다며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더 강경해진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북한의 핵시설이 오히려 증강되고 있다는 정보기관들의 주장이 회담 며칠 전부터 불거져 나오면서 대북 강경 분위기가 더 강해졌습니다.

CIA 등 정보기관 인사들이 '북한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고 언론에 말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이런 비판을 페이크 뉴스의 근거없는 비난이라고 규정하며 비관론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회담 이후 상황이 이전의 위기 상황보다 나아졌다는 원론적인 설명 이외 당초 궁극적인 목표였던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전된 언급이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앞으로 북-미 관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북한 주도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유력해 보입니다.

그러니까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이렇다 할 비핵화의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과 이번 회담에서도 오히려 강경해진 모습을 보이는 것, 이 모든 것이 북한의 계획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처음부터 너무 쉽게 해줄 경우 반대급부로 얻어야 할 체제보장과 제재해제, 경제 지원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는 대북 상황이 웬만큼 좋지 않아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북미정상회담을 스스로 실패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북한이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북한도 큰 판을 깨지는 않는 상태에서 최대한 줄다리기를 하는 전략을 계속 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급한 결론보다는, 일단은 핵과 미사일 실험 등 급한 위기가 없는 상황을 유지하면서 좀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북한의 줄다리기가 자칫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뜻하지 않는 관계 냉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LA 김기봉 특파원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위한 둘러싼 얘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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