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건물은 안전한데...흉기로 돌변해버린 '담장'

日 건물은 안전한데...흉기로 돌변해버린 '담장'

2018.06.19. 오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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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최고 수준의 지진 대책을 자랑하는 일본이지만 오사카 강진을 겪으면서 큰 구멍이 드러났습니다.

건물은 비교적 안전한데 널려있는 담장이 문제였습니다.

도쿄에서 황보연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40m 길이에 깜찍한 그림이 가득한 학교 담장.

그런데 규모 6.1의 강진이 덮치자 마치 반으로 접은 듯 인도 쪽으로 쏟아졌습니다.

때마침 담장 밑 인도를 따라 등교하던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이 담장에 깔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주민 : 그 아이가 희생됐다는 게 너무 충격이지요. 상당히 귀엽고 붙임성 있는 아이였어요.]

언제나처럼 손주 뻘 되는 아이들의 등굣길 봉사활동에 나서던 80대 할아버지도 똑같은 참변을 당했습니다.

[숨진 80대 노인의 부인 : 아이들이 좋아하면서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고 말해 주는 걸 기뻐했습니다.]

지난 1978년 미야기현 강진 때 사망자 28명 가운데 9명이 담장에 깔려 숨지자 일본 정부는 법을 고쳐 안전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담장 높이를 2.2m 이하로 제한하고 안쪽에 철근을 가로 세로로 일정하게 배치하도록 하는 등을 대책을 마련한 겁니다.

문제는 이런 기준을 잘 안 지켜 똑같은 사고가 매번 되풀이된다는 점.

이번에 참사가 난 초등학교 담장도 높이가 기준을 훨씬 초과한 3.5m로 드러났습니다.

전문가 표본 조사 결과 담장 90% 가까이가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공립 학교와 주요 건물 내진 설계율이 99%에 달하고 수시로 점검하는 데 비해 담장에 대해서는 내진 관련 조사 자체가 없는 점도 문제입니다.

[고바야시 테쓰 / 건축 전문가 : 담장에 대해 내진이나 면진 등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도 잘 안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는 담장이 지진이 일어나면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는 뒤늦게 전국의 초중학교 등의 담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습니다.

도쿄에서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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