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경파 '리비아식 해법' 거론...의도적?

美 강경파 '리비아식 해법' 거론...의도적?

2018.05.25. 오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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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취소의 표면적 이유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에 대한 북한 당국자들의 비난 발언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측의 강경발언은 주로, 펜스 부통령 등이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을 계속 거론하는 걸 문제 삼았습니다.

리비아식 해법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길래, 잘 될 듯하던 회담이 이렇게 된 것일까요?

임장혁 기자입니다.

[기자]
핵 개발을 추진하던 리비아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봉쇄로 극심한 경제난을 버틸 수 없게 되자 2003년, 완전한 핵 포기를 이행합니다.

사실상 미국에 백기 투항했다는 평가 속에서 경제적 보상이 일부 이뤄지던 중, 2011년 리비아는 혁명에 휩싸입니다.

이때 미국 주도의 나토군이 혁명을 지원하고 나섰고, 카다피 대통령이 처참하게 사망하면서 리비아 독재 정권은 무너집니다.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으로선 떠올리기 싫은 사례입니다.

[니콜라스 번스 전 美 국무차관 /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 : 리비아식 해법은 무아마르 카다피의 죽음,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말하기 때문에 북한은 당연히 이를 경계할 겁니다.]

그런데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날짜가 논의되던 지난달 말, 대북 강경파로 회담에 부정적이던 백악관 존 볼턴 신임 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해법'을 꺼내 듭니다.

[존 볼턴 / 美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북한의 비핵화에 관해서, 우리는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이뤄졌던 리비아 모델을 많이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회담 추진을 주도하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식'이 될 거라며 진화에 힘썼지만, 최근엔 펜스 부통령이 '카다피의 최후'까지 연상시키며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 미국 부통령 : 리비아 모델이 그렇게 끝난 것처럼 김정은도 제대로 협상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자 북측이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을 겨냥한 비난전에 나서면서 회담 취소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을 믿지 못하고, 대화가 달갑잖은 미국 내 강경파가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밥 메넨데즈 / 미 상원 외교위 민주당의원 :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성과를 추구하면서 리비아식 해법을 계속 거론하는 게 외교적으로 옳은 것인지 의문이군요.]

미 정부와 공화당 내 대북 강경파와 협상파의 의견이 아직 조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그래서 나옵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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