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불 붙은 '뇌관'

[취재N팩트]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불 붙은 '뇌관'

2017.12.07.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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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동 지역의 오랜 이념적·실질적 분쟁의 상징인 예루살렘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것으로 세계에 공표해버렸습니다.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미 대사관도 옮기겠다고 발표하자 엄청난 반발이 나왔는데, 앞으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도대체 트럼프는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요?

LA 특파원과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기봉 특파원!

우선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말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는지 그 내용부터 자세히 좀 전해주시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시각 오늘 새벽 3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진짜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은 미국의 이익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는데요, 잠깐 한번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 : 나는 이번 결정이 미국에 가장 큰 이익이 된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추구하는 길입니다. 이것은 진작 이뤄졌어야 할 행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가 새로운 평화 프로세스, 즉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주장을 했는데, 어떤 근거입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오랜 갈등을 해소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 주권국가이다. 따라서 이를 인정하는 것이 평화를 얻는 조건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서도, 어떻게 평화를 얻겠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안 되는데요.

굳이 짜 맞춰보자면, 이스라엘이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예루살렘을 온전히 그들의 것으로 인정해주고, 그 토대 위에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듭을 풀 수 있는 길이다. 이런 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팽팽한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패배 선언을 받은 상대가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되지는 않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일단 팔레스타인을 거칠게 궁지로 몰아붙인 뒤 조금씩 풀어주는 방식을 구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반응은 당연히 크게 엇갈리게 나오고 있는데요, 세계에서 찬성하는 나라는 이스라엘밖에 없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평소엔 전면에 잘 나서지 않는 리블린 대통령까지 쌍수를 들고 환영 성명을 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현지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역사적이고 용감한, 정당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술 더 떠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결정에 합류해서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도 즉각 성명을 내고 이보다 더 적합하고 아름다운 선물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찬양했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분쟁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이 크게 반발했을 텐데, 이건 사실 팔레스타인만의 문제가 아니죠?

[기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역시 TV로 중계로 연설을 했는데요.

거센 반발과 함께 트럼프의 발표 내용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마무드 압바스 / 팔레스타인 정부 수반 : 트럼프의 결정은 예루살렘의 실체를 전혀 바꾸지 못하며, 이스라엘에 아무런 합법성도 주지 못할 것이다.]

또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이 평화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 결정은 테러리스트 그룹에 도움이 되고 중동 지역의 평화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한 정치적인 불만의 수준을 넘어 이슬람 근본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을 자극해서 어떤 일을 저지르게 할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입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에 대한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앵커]
중립적인 위치인 UN 역시 트럼프의 이번 발표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면서요?

[기자]
UN은 유감을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트럼프의 이번 발표가 몰고 올 불안과 파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번 금요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트럼프의 발표 이후 볼리비아와 이집트, 프랑스, 영국 등 8개국이 이번 주 내로 안보리 긴급회의를 열 것을 요구했고, 안보리는 8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의 발표에 대해 예루살렘의 지위는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어떠한 일방적인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앵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지정한 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면에서 그렇게 큰 문제인지 한번 정리를 해주시죠.

[기자]
한마디로 누구도 섣불리 끼어들 수 없이 팽팽하게 유지돼오던 이념적 싸움을 제 3자인 미국, 즉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쪽의 승리로 공표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은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종교적 이념적인 분쟁이 계속됐고, 실제로 많은 피를 흘렸던 곳입니다.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이기 때문에 국제사회도 그렇게 인정해왔습니다.

나라를 잃었던 이스라엘이 1948년 다시 이곳에 일부 정착하기 시작했고, 1967년 3차 중동전쟁, 즉 '6일 전쟁'에서 아랍동맹에 대승함으로써 장악력이 커진 것입니다.

이후 이곳에서 통하던 유일한 해법은 6일 전쟁을 결과로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국가를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이른바 '2국가 해법' 이었는데, 트럼프의 이번 선언이 그 원칙을 사실상 무너뜨린 셈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위험하고 불안한 결정을 제 3자인 트럼프가 왜 굳이 강행한 것입니까?

[기자]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해석됩니다.

우선 자신은 공약을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때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누가 뭐래도 공약은 지킨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이런 주장에 열광했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했던 지지층이어서 이들의 인기를 더 공고히 하겠다는 뜻도 보입니다.

아울러 친이스라엘 행보를 확실히 함으로써 미국 내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큰 유대계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전략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자신이 크게 기용하고 있는 사위 쿠슈너가 유대교이고 딸 이방카도 그를 따라 유대교로 개종한 상태인 것도 관련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가 일으킨 평지풍파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기봉[kgb@ytn.co.kr]특파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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