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트럼프, 한중일 순방 '투자유치' 성적표는?

[취재N팩트] 트럼프, 한중일 순방 '투자유치' 성적표는?

2017.11.10. 오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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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중국, 일본 방문을 통해 수백조 원대의 경제적인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핵 카드를 손에 쥐고 세 나라에 무역 적자 해소를 압박하는 전형적인 사업가 기질을 보여줬다는 평가인데요

하지만 진짜 실리는 중국이 챙겼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뉴욕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영수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향했는데요. 이번 순방에서 사업가적인 기질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부터 이번 첫 아시아 순방에서 무역과 북핵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습니다.

특히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 당사국들을 직접 만나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모두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국에 가서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같은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지 않았고요. 무역 불균형 문제도 중국보다는 과거 미국 정부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돈 280조 원 규모의 미중 경제 협력 체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잉이나 제너럴일렉트릭, 퀄컴 같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석유공사와 샤오미, 중국은행 등과 투자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겁니다.

사업가 출신답게, give & take, 주고받는데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통 큰 선물 보따리를 받고 대신 대중국 압박을 거둔 겁니다.

[앵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첫날 일본을 찾아서도 계속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꺼내 들면서 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방문의 목적을 북핵과 무역 문제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무역에 치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중일 세 나라는 북핵 문제의 당사국이면서 동시에 대미 무역흑자 국가입니다.

중국이 3천470억 달러, 일본이 689억 달러, 우리나라가 277억 달러 흑자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무역 적자문제를 해결해야 미국의 일자리가 돌아온다며 반드시 해소하겠다고 강조했었는데요.

이번 순방 때도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무역 문제를 꺼냈습니다. 무역 불균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박 3일 일본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아베 총리에게 빨리 무역적자 해소를 보여주는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결국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고요.

또 펜스 부통령과 아소 다로 부총리가 이끄는 미일 경제 대화체에서 새로운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국 사업가 대 정치가 트럼프 대 아베의 머리싸움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 와서도 미국산 물건을 많이 사야지 적자가 줄 것이라면서 압박했는데요. 예상보다는 압박의 강도 약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5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매우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동안 한미 FTA를 "끔찍한 협상이다. 일자리를 죽이는 협상이다" 라고 말하면서 철강 자동차를 꼭 집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번엔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교역협상단에 긴밀하게 협력하라고 지시한 것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회 연설에서도 한미 FTA 폐기 같은 무역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앞으로 4년간 미국에 83조 원 규모의 대미 경제 구매 투자 계획을 발표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42개 한국 기업이 미국에 20조 원 이상 투자를 하고 또 60조 원 이상의 미국 상품과 에너지, 서비스 구매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 수백조 원 상당의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국 언론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이 비즈니스 거래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주고 받았던 과격한 발언은 자제하고 대신 수백조 원대의 비즈니스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겁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통상 이슈보다는 개별적인 현안을 챙겼다며 무역협정이 아니라 단순한 사업 거래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미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손에 잡히는 새로운 거래는 없었다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오히려 TTP 환태평양경제공동체 등에서 탈퇴하면서 그동안 세계 경제 리더로서 미국이 주도했던 역할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래서 그렇습니까, 오히려 중국이 실리를 챙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돈 봉투를 건네고 실익은 모두 챙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280조 원 규모의 미중 경제 협약은 대부분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용으로 즉 자기 자랑거리는 생겼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승자는 시진핑 주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을 더욱 압박하라는 압력도 없었고 미국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도 없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고, 자동차 회사들도 미중 합작회사가 아니면 설립이 제한됩니다.

시진핑 주석, 만족해하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두 나라 간의 대등한 관계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중국과 미국에 협력만이 올바른 선택이며 더욱 나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한 겁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성적표는 당장은 빛나 보이지만 실제로 큰 알맹이는 빠졌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지금까지 김영수 뉴욕 특파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투자유치 성적표, 수백 조원 투자유치의 겉과 속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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