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너무나 부적절한 FTA 폐기 발언... 美 전문가들 맹비난

[취재N팩트] 너무나 부적절한 FTA 폐기 발언... 美 전문가들 맹비난

2017.09.05. 오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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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정부는 위험수위를 넘은 북한의 도발로 가뜩이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부담을 또 안게 됐죠.

바로 '한미 FTA를 아예 폐기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때문인데요,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부적절한 이 지시에 대해 미 국내 전문가들도 크게 비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파원 연결해 얘기 나눠보죠. 김기봉 특파원!

먼저 정확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해 보죠.

[기자]
한마디로 한미 FTA를 폐기하자, 즉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고, 이번 주에 참모들과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상황입니다.

후보 시절부터 '아메리칸 퍼스트' 즉, 미국 이익 최우선주의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많이 본다며 불만을 제기해오다, 지난 6월 30일 한미 FTA 재협상을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재협상이 채 시작도 되기 전에 갑자기 한미 FTA를 아예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한미 FTA 폐기 발언이 나온 뒤 오히려 미국 내 업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죠?

[기자]
네, 먼저 미국 농축산업계는 한국으로의 소고기 수출량이 지난 2012년 5억8천만 달러에서 지난해엔 11억 달러로 두 배가량 늘었다며 한미FTA를 폐지하면 안 된다고 나섰습니다.

전미제조업자협회도 회원사들에게 긴급 이메일을 보내 "한미FTA 폐기 결정을 막기 위해 가능한 빨리 정부 고위 관리나 의원들, 주지사들을 접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미 상공회의소도 회원들에게 한미FTA 폐기 결정을 막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내용의 서한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미 FTA로 상대적으로 무역구조가 나빠진 미국의 업계도 있습니다만, 폐기를 해야 할 만큼 일방적으로 미국에 불리하지는 않다는 시각이 많은 것입니다.

[앵커]
FTA 내용 자체를 봐도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는 말씀인데요, 지금 이게 더욱 문제가 되는 건 현재의 안보 상황 때문이지 않습니까?

[기자]
예,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검토 발언을 한 시점은 북한이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하기 직전입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시점인데, 도대체 지금이 한미 FTA 폐기 문제를 들고 나올 시점인가 하는 의문과 비판입니다.

어느 때보다 긴밀하고 강력한 공조가 필요한 때인데, 공조에 찬물을 끼얹고 큰 갈등을 부추기는 이런 말을 하는 건 납득이 안된다는 반응입니다.

미 국내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강하게 비난했는데요.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 연구원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보다 더 바보 같은 짓은 있을 수 없고, 시기적으로도 최악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한술 더 떠 마치 누가 더 한미동맹 관계에 틈을 벌릴 수 있는지를 놓고 트럼프와 김정은이 경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 정도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이 현 시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인데, 다른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또 다른 두뇌집단인 스팀슨센터의 앨런 롬버그 수석 연구원도 "미국이 한미FTA에서 철수하는 것은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어리석고 바보 같은 일이며,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하는 자해 행위"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동맹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을 고려한다면, 한미FTA 철회 주장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는 "한미 양국이 공동전선을 펴나가야 할 순간에 한미FTA 철회라는 엄청난 압력을 한국 정부에 가하면서 북핵 문제를 함께 헤쳐나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미경제연구소도 한미 FTA 철회는 한미동맹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한미 양국의 경제적 이익과 안보 이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한국의 동맹이라고 하면서도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데요, 대북 정책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과도 연관 지을 수 있을까요?

[기자]
한미 FTA의 폐기 검토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발상에서 나온 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관례나 외교적 체면, 이런 것 따지지 않고 오직 미국에 이익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만 판단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은 '코리아 패싱'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 정책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한국의 의사와 입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최근 북한 도발에 대한 대처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에 대해 보여준 공조의 밀도가 차이가 난다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협상용 카드라는 말도 있지만, 협상용이든 아니든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중요시한다면, 이런 시점에 이런 발언을 할 수 있겠느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대북 안보 위기 대처를 더 어렵게 만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에 대해 김기봉 특파원과 말씀 나눴습니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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