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원유 공급' 제재 빠진 안보리 결의안...실효성은?

[취재N팩트] '원유 공급' 제재 빠진 안보리 결의안...실효성은?

2017.08.07. 오전 11:4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ICBM 발사 한달여 만에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대북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원유 공급 제재는 제외돼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조수현 기자!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새 대북제재 결의안, 먼저 주요 내용부터 간략히 짚어볼까요?

[기자]
이번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겁니다.

기존 제재의 빈틈을 메꿔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등 주요 광물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했고요.

납과 수산물 수출 금지 조치가 처음으로 포함됐습니다.

이와 함께 제재에 연루된 선박에 대해 유엔 회원국 입항을 불허하는 등 해상 통제도 강화했습니다.

중국의 대북 투자 등을 겨냥해 북한과의 합작 사업도 차단했습니다.

수출 전체의 1/3 이상이 끊겨, 북한이 입을 손실액은 10억 달러, 1조 원 상당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이번 결의안 채택 시점이 예상보다 빨랐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제재보다는 평화적 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 방점을 둬왔는데요.

두 나라가 막판에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북한의 ICBM 발사 33일 만에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이전 사례를 보면 비교적 신속하게 합의에 이르른 건데, 무엇보다 북한의 생명줄이자 중국의 핵심 이익을 남겨둔 영향이 커보입니다.

바로 미국이 강력히 요구해온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인데요.

이번 결의안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경제 제재가 확대·강화되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원유 수출 내용은 제외됐습니다.

원유 제재 대신, 다른 경제 제재로 중러와 상당 부분 타협을 이뤘다는 관측입니다.

[앵커]
원유 공급 차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결국 중국의 반대 때문인데,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중국은 무엇보다 북한 체제 붕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 공급되는 원유 중 90% 이상을 중국이 책임지고 있는데요.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북한 정권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군대부터 공장까지 멈춰서면서 북한이 반발 차원을 넘어 적대국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중국은 북한을 통제할 마지막 카드를 써버린 상태에서 동북아 세력 구도 자체가 자국에 불리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고요?

[기자]
송유관 밸브를 오랫동안 차단하면 내부에 원유와 찌꺼기들이 굳어버려 송유관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나중에 상황이 바뀌어 원유 공급을 재개하려면 정비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단해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중국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원유 차단이 거론된 지 10년이 넘은 만큼 이미 다른 나라 수입 루트를 어느 정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가 궁금한데, 공식적으로 나온 입장이 있습니까?

[기자]
앞서 안보리 대북 결의가 채택되기에 앞서 작성된 논평인데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이 핵 방망이와 제재 몽둥이를 휘두르며 북한을 건드리는 날에는 본토가 상상할 수 없는 불바다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신문은 "미국은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명 논평에서, 미국이 거덜이 난 대북 적대정책을 완전히 폐기하여 역사의 쓰레기통에 넣는 것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자멸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미국 주도로 이뤄진 대북제재 결의에 더 강한 반발로 대응할 것임 예고한 셈인데요.

마닐라에서 진행 중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오늘 저녁 일정에 북한도 참여하는 만큼, 북한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될 때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라는 표현이 나왔죠.

그런데 북한 반응을 봐도, 북한의 태도 변화는 없고 내성만 키워주는 게 아니냐, 이런 목소리도 나오는데?

[기자]
이번 결의안도 기존 제재의 구멍을 더욱 촘촘히 메워 북한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만, 결국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의 하나로 꼽혀온 원유 공급 중단은 빠져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다른 제재에 아무리 힘을 써봤자 북한의 생명줄을 남겨놨다는 건데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제대로 이행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국제부 조수현 기자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