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두테르테의 계엄령...반군진압? 철권통치?

[취재N팩트] 두테르테의 계엄령...반군진압? 철권통치?

2017.05.26.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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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약사범에 대한 마구잡이식 처형으로 인권탄압 논란이 큰 필리핀에 이번엔 계엄령까지 내려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IS를 추종하는 반군 세력을 소탕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게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유지만, 사실상 철권통치로 가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국제사회가 불안한 시선으로 필리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제부 취재기자를 통해 필리핀 계엄령의 내막을 알아보겠습니다. 임장혁 기자!

필리핀은 수많은 섬들로 이뤄져 있는데, 계엄령은 전국에 내려진 건가요?

아니면 특정 지역에만 선포됐나요?

[기자]
전역은 아니고 일단은 민다나오 섬에만 내려졌습니다.

지도를 잠시 보시면, 필리핀 남부, 노랗게 표시된 지역이 민다나오 섬입니다.

섬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필리핀 면적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남한 면적과 비슷한 넓은 지역입니다.

인구도 2천만 명에 이릅니다.

[앵커]
전국적인 계엄령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좁은 지역에만 국한됐다고 볼 수도 없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계엄령이 왜 내려진 건가요?

[기자]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테러를 일삼고 있는 IS와의 대테러전입니다.

민다나오 계엄령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 선포됐는데, 민다나오 북부 마라위 시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에 벌어진 교전이 계기가 됐습니다.

민다나오 섬에는 정부에 대항하는 반군 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 중에 IS를 추종하는 '마우테'라는 무장반군이 주요 시설물을 점거하고 성당이나 학교를 불태웠다는 게 필리핀 정부의 발표입니다.

이러면서 교전이 벌어져, 정부군과 경찰 3명이 숨지고 반군도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당시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 소식을 보고받고 즉각 계엄령을 내린 겁니다.

[앵커]
그럼 지금도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건가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계엄령 이후에 정부군의 반군 소탕 작전이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정부군과 반군 양쪽을 합쳐 4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도 수십 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일부 민간인들까지 반군에 납치되거나 살해됐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고요.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군을 모두 소탕할 것을 지시하면서 정부군은 장갑차와 특수부대 투입은 물론, 헬기와 로켓을 동원해 공습작전도 벌이고 있습니다.

마라위 시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피난민들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화면에서 보시는 것처럼, 마라위 시 외곽에는 위험을 피해 시를 빠져나가려는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 20만 명 중 절반이 훨씬 넘는 14만 명이 피난길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마라위 시 뿐 아니라,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디바오 시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계엄령 때문에 오히려 혼란이 더 커졌다는 말도 들리던데, 계엄령에 대한 필리핀 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지자들은 반군 소탕을 위해서는 혼란이 따르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고요.0

야당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나 적잖은 국민은 반군 소탕은 명분일 뿐, 결국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잠시 지도를 다시 한 번 보면요, 문제가 된 지역은 마라위 시인데, 민다나오 섬 전체에 계엄령을 내린 것은 과도한 조치이고, 결국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해 무력, 강권 통치를 하려는 의도라는 게 야당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부는 물론 수도 마닐라가 있는 루손 섬 등 전역으로 계엄령을 확대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고요, 이번 계엄령은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 혐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영장이 없어도 체포하거나 가둬둘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무력으로 잠재우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과거 수만 명이 투옥되거나 실종됐던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1972년 계엄령에 대해 매우 좋았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앵커]
가뜩이나 우리 교민들이 필리핀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잦은데, 우리로서는 현지 교민들이나 여행객들의 안전이 걱정입니다. 다행히 아직 교민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지 우리 외교 공관은 아직 확인된 교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셨듯이 필리핀에서 우리 교민들이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이번 계엄령으로 교민사회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필리핀에는 2014년 기준으로 8만 9천 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고, 현재 계엄령이 내려진 민다나오 섬에는 4천 명에서 5천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 내정자의 특별지시로 필리핀에 대한 특별 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태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필리핀 계엄령 사태에 대한 내용 알아봤습니다.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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