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개 식용은 '오랜 문화' vs '동물 학대'...시민들 생각은?

[뉴있저] 개 식용은 '오랜 문화' vs '동물 학대'...시민들 생각은?

2022.09.27. 오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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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간 뉴있저' 시간입니다.

9월 한 달 '동물권'을 주제로 여러 이슈를 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개 식용 논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민대홍 PD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PD]
네, 안녕하세요.

[앵커]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하나, 허용해야 하나 여전히 논란인데요. 먼저 법적으로는 어떻게 돼 있나요?

[PD]
네, 엄밀하게 말씀드리면, 개를 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식품위생법 7조에는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기준과 규격을 정해두고 있는데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을 조리하거나, 진열 또는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들을 보면 식용 자라나 식용 개구리 등 파충류는 물론 메뚜기나, 식용 누에같이 먹을 수 있는 곤충의 종류까지 명시했지만, 여기에 개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는 축산법상 가축에 해당합니다.

일정 조건을 갖추면 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보면, 개에 대한 도축과 유통 방식은 규정돼 있지 않아 사육은 가능하지만, 도축은 불법인 셈입니다.

[앵커]
이렇게 법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 식용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죠? 하지만 단속이나 처벌은 쉽지 않아 보여요?

[PD]
네, 먹을 것이 부족했던 과거부터 이어져 온 식습관과 개 식용 문화 때문에 법적 처벌이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상당수가 여전히 개를 식용으로 기르고 음식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 전국에 개 농장은 천백여 곳으로 총 52만여 마리, 농가당 450마리가 길러지고 있었고요.

음식점은 천 6백여 곳으로 한 해 약 39만여 마리가 음식으로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육견협회는 개 식용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개 식용을 엄연한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위생적인 관리와 섭취를 위해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식품 공전에 포함하자는 입장인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손원학 /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 : 양돈도 양돈산업, 마찬가지로 개도 육견 산업, 그래서 먹는 사람이 있고 소비하는 사람이 있고 또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고 엄연한 하나의 어떤 산업의 영역으로 보셔야죠. 우리는 항상 얘기하는 게 비위생적이면 법의 테두리에 넣어라. 도축장에서 정상적으로 도축하게 해달라….]

하지만 동물권 단체는 도살과 식용 이용이 현행법상 불법이고 동물 학대인 만큼, 개를 축산법상 가축에서도 제외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지연 / 동물해방물결 대표 : 상처 입은 개들, 뭐 탈장 된 개들, 안구 질환이 있는 개들…. 자기들끼리 부딪혀서 개들이 지금 일어설 수가 없는 상태인 개들도 있어요. 학대가 발생하는 그리고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 개 도살이 벌어지는 것은 소수가 아니라 이거는 개 식용 산업 전반에서 일상적으로 만성적으로 벌어지는 굉장히 일반적인 실태예요.]

[앵커]
빨리 명확하게 정리해서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PD]
제가 개 식용과 관련해 담당 부처인 식약처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하지만 식약처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현행법상 '개고기'를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먹어오고 안전하다면 식품 원료로 지정될 수 있는데,

'개고기'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원료로 기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데요.

개 식용을 허용할지 금지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작년부터 위원회를 꾸려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앵커]
제도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단 얘긴데, 현재 개 식용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어떤가요?

[PD]
네, 제작진이 개 식용에 대해 일반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물어봤는데, 각자의 취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개고기'를 보양식이나 오랜 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이제는 사라져야 할 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문자 / 서울 마포구 : 저는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먹고 나면 한결 몸이 괜찮아. 그래서 다른 보약보다 그거(개고기)가 좀 낫구나 하는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황문선 / 서울 마포구 : 개고기를 만든다고 해야 하나요? 그 과정이 굉장히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어서…. 강아지를 고기로 먹는 게 좀 이해가 저한테는 좀 안 되는 편이에요.]

[안용근 / 전 충청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계속 먹어왔거든요. 조선 시대 때 왕실에서도 먹은 기록이 있고요. 일반 재상들도 먹은 기록이 있고…. 뭐 학대를 한다는 둥 해서 자꾸 개 문제를 물고 늘어지거든요. 서양 사람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 또 자꾸 뭐 나쁘다 할 수도 있는데 그 일종의 사대주의거든요.]

[천명선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예전에 개를 한두 마리쯤 시골집에서 키우다가 잡아먹는 행위들은 단백질 섭취원이 부족했던 서민들한테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었습니다. 근데 지금의 개 식용은 그때하고는 약간 달라요. 지금처럼 개 농장에 몇백 마리의 개들을 한꺼번에 넣고 식용으로 키우는 사례들은 없었어요. 이걸 반드시 학대라고 우리가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이 과정 안에서 우리가 용납할 수준이 아닌 정도의 비인도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상식적으로 생각하게 된 거죠.]

그런데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86%, 부정적인 의견이 13%였는데요.

지난 4월 실시 된 조사에서는 개 식용을 전통문화로 보아야 한다는 응답이 19%, 동물 학대라는 응답이 약 67%로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또, 정부가 지난 3월에 조사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앞으로 개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응답이 80%를 넘었습니다.

[앵커]
이런 생각의 변화 이유는 무엇인가요?

[PD]
네, 아무래도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확산한 게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고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개 식용을 꺼리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영재 / 서울 마포구 : 우리나라에서 내려오는 뭐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사실 뭐 부정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는데…. (개는) 같은 동물이지만 가족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이명재 / 경기 용인시 : 굳이 강아지를 안 먹어도 뭐 닭이나 소 이런 대체품들이 많으니까 굳이 강아지를 안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문율리아 / 서울 서대문구 : 전체적으로 고기에 대해서 조금 어느 땐가 그냥 식품으로만 생각하고 동물이라고는 생각을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좀…. 그것 때문에 제가 굳이 고기를 많이 안 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전국에서 가장 큰 개고기 시장인 모란시장을 찾았을 때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제가 만난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재옥 / 모란시장 상인 : 정말로 이렇게 찾는 사람 아니고는 잘 안 드시고, 젊은 사람들은 많이 늘지를 않아. 자연스럽게 놔둬도 이삼 년이면 개고기 먹는 사람이 국내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먹지 말자고 안 해도 굳이 드실 분들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소멸할 거고 세상이 그렇게 바뀌어 가잖아요.]

[앵커]
개 식용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문화 자체가 사라지는 만큼, 식용 개 산업도 바뀔지 지켜봐야겠군요.

월간 뉴있저, 다음 주제는 뭔가요?

[PD]
월간 뉴있저, 다음 주제는 비건입니다.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동물복지와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저희 제작진이 비건 체험을 하며, 실제 비건의 삶은 어떤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민대홍 (mindh09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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