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비 불량' 엔담호, 작동 검사는 합격...'거친 바다 때문에' 황당 해명

단독 '장비 불량' 엔담호, 작동 검사는 합격...'거친 바다 때문에' 황당 해명

2022.09.27. 오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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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담호, 5월 시운전에서 오일펜스 하자 첫 발견
수리 시도했지만…"정상 작동 어려워" 최종 판정
’검정 성적서’ 확인해보니…전 항목 ’합격’ 판정
부유 시험도 합격…해경 장비 검증 능력 ’의문’
악천후 대비 목적인데…"파도 거칠어" 해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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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예산 760억 원을 들여 만든 초대형 방제선 '엔담호'가 장비 불량을 숨긴 채 취항식까지는 했다는 보도 전해드렸는데요.

YTN이 추가로 확인한 결과 이 불량 장비는 해양경찰청이 주관한 작동 검사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전에 장비 이상을 걸러내지 못한 건데, 해명은 더 황당했습니다.

강민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초대형 방제선인 엔담호의 필수 장치인 오일펜스 문제점이 처음 발견된 건 지난 5월 말.

해양환경공단은 취항식을 앞두고 진행한 시운전에서 기름 확산을 막는 장치인 오일펜스가 물에 뜨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수리를 시도했지만 정상 작동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제조사 측에 새 오일펜스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YTN 취재 결과 문제가 있는 오일펜스는 시운전 훨씬 전인 재작년과 지난해 해양경찰청이 주관한 성능시험과, 건조사가 주관한 장비 작동검사를 모두 통과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검정 성적서입니다.

재질 검사와 복원성은 물론 가장 문제가 됐던 부유 시험까지 모두 우수한 점수로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해양경찰청이 수리가 안 될 정도로 불량인 필수 장비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합격 처리한 겁니다.

석연치 않은 합격 판정 과정에 대한 해양환경공단의 답변은 더 황당합니다.

성능 시험과 작동 검사는 원래 통제 환경인 도크 안에서 이루어져서 조류가 세고 파도가 거친 실제 바다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애초에 엔담호는 태안 기름 유출 때와 같은 악천후에도 방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앞뒤가 안 맞는 답변입니다.

2022년, 국내 최초 대형 방제선 '엔담호'의 등장으로 기상 악화 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일펜스로 해상 유출유를 가두고 유회수기로 수면에 떠 있는 기름을 회수합니다.

악천후는커녕 시운전을 나갈 정도의 바다에서 큰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출항 전 검사를 더 꼼꼼히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정훈 / 더불어민주당 의원 : 환경 재난이나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엔담호의 건조 목적에 비춰봤을 때도 출항 전에 엔담호의 기능을 더 꼼꼼히 살펴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양환경공단은 여전히 기름을 가두는 오일펜스는 엔담호의 여러 부속 장비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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