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묻은 친구 보러 왔어요"...'선감학원' 유해발굴 시작

"내 손으로 묻은 친구 보러 왔어요"...'선감학원' 유해발굴 시작

2022.09.26. 오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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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져 전두환 정권 때까지 운영되던 선감학원이란 곳이 있습니다.

수천 명의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폭행과 강제 노역에 시달렸던 곳인데, 진실화해위원회가 피해자들의 유해를 찾는 발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박정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무성한 잡초들 사이 작아서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작은 무덤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풀을 걷어내고, 조심조심 어루만지듯 흙을 긁어냅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유해를 찾는 시굴 현장입니다.

부랑아로 찍혀 강제로 끌려와 폭행과 노역을 당하다 숨진 피해 아동들이 묻힌 곳으로 추정됩니다.

봉분을 해체하는 작업이 한창인 현장입니다.

구타를 당하거나 선감도에서 탈출하려다 숨진 아이들 150여 명이 이곳에 묻힌 거로 추정됩니다.

선감학원에 수용됐던 삼 형제도 시굴현장을 찾았습니다.

당시 인천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만나러 나섰다 선감학원에 끌려갔던 안영화 씨.

안 씨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생들도 영문을 모른 채 선감학원으로 끌려 왔습니다.

[안영화 / 선감학원 피해자 : 제가 (선감학원) 온 건 13살이었어요. (안에서) 노동하고 기합받고 매 맞고….]

형제는 가까스로 학원을 나왔지만, 두고 온 친구들은 마음에 평생의 짐으로 남았습니다.

섬을 떠나려다 파도에 휩쓸려 숨진 친구를 이곳에 묻었던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안영화 / 선감학원 피해자 : 제가 동료들 갖다 묻은 것도 있습니다. 여기 오면 생각할 수 없는 그런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지금도 제가 말을 못할 정도로 그렇게 격해져 있습니다.]

실제로 선감학원 수용자 대부분이 동료 사망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망자 처리에 직접 참여했다는 피해자도 절반 가까이 됩니다.

선감학원 사건을 조사하는 진실화해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여러 진술에 근거해 유해 발굴을 결정했습니다.

[김진희 /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 원아 대장에 사망자 수는 24명으로 기재돼 있는데요, 저희 조사 결과 사망자 수가 24명 이상 되는 거로 조사돼서….]

진실화해위는 발굴을 끝낸 뒤 다음 달까지 조사를 마무리해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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