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北에서 납치돼 평생 감시당한 66년의 삶..."아직도 밤 지새워"

[취재N팩트] 北에서 납치돼 평생 감시당한 66년의 삶..."아직도 밤 지새워"

2022.08.16. 오후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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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삼 씨, 지난 1956년 10월 북파공작원에 납치
북파공작원, 김주삼 씨 서울로 이송
김주삼 씨, 공군 첩보대 기지에서 심문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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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쟁이 끝난 지난 1956년 북파 공작원에 의해 남측으로 끌려와 심문을 당하고 평생 감시를 받으며 살아온 80대 노인이 있습니다.

이 노인의 억울한 삶과 피해는 66년 만에 진실화해위원회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김 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윤성훈 기자!

북한에서 살던 김주삼 씨가 납치돼 남측으로 끌려왔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기자]
북한 황해도에서 거주하던 김주삼 씨는 지난 1956년 10월 10일 국군 특수임무부대, 즉 북파공작원에게 납치됐습니다.

당시 김주삼 씨의 나이는 19살로, 중학생 신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갑자기 무장한 군인 3명이 김주삼 씨의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김주삼 씨를 깨우고, 목선에 태워 백령도로, 이어 서울로 이송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주삼 씨는 어린 여동생 3명과 남동생 1명과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김주삼 / 북파공작원 납치 피해자 : 그날 밤에 내 동생들하고 자고 있는데 국방군이 총 들고 들어와서 내 동생들은 어리니까 관두고, 나만 크니까 나만 데리고 왔지. 총 들고 들어왔어요.]

[앵커]
국군이 북한에 거주하던 민간인 소년을 납치한 이유는 뭐죠?

[기자]
김주삼 씨가 끌려간 곳은 서울 오류동에 있는 공군 첩보대 기지였습니다.

국군이 북측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김주삼 씨를 납치했던 거였습니다.

공작원들은 김 씨에게 황해도 주변의 큰 다리를 포함한 지형 정보와 북한군 부대 위치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1년 동안 진행된 조사가 끝났지만, 김주삼 씨는 풀려나지 못했습니다.

다시 3년 동안 부대에서 보수도 없이 잡일을 하거나 차량을 고치면서 노역해야 했습니다.

[김주삼 / 북파공작원 납치 피해자 : 부대에서 수송부라고 있잖아요. 차 정비하고 하는 데, 거기에서 심부름하고 그러면서 지낸 거예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급된 보수는 전혀 없었습니다.

황당하고 비통했을 김주삼 씨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말도 들어보시죠.

[임중철 / 당시 부대 근무·목격자 : 북쪽에다 대고 철망을 붙잡고 소리를 안 내고 우는 거야. 그걸 내가 여러 번 봤어요.]

[앵커]
김주삼 씨, 참으로 황당했을 거 같은데요.

4년 뒤에는 풀려난 건가요? 그 뒤의 삶은 순탄했습니까?

[기자]
군 부대에 강제로 억류된 지 4년여 만인 1961년 김 씨는 풀려나 대한민국 국적과 새 호적 등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풀려난 뒤의 삶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지역에서 태어나 줄곧 거주하다가 4년간은 군 부대에 억류돼 있었기 때문에 사회로 나와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겁니다.

또, 중학교도 마치지 못한 상태로 학업을 중단해 변변한 직업을 구하는 것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김주삼 / 북파공작원 납치 피해자 : 롯데로 들어가서 있다가 또 여기에서 북한산에 나무 심는 데 거기서 일을 하고, 막노동이지 그런 거 하면서 산 거지.]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끊임없이 간첩으로 의심받고, 감시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지만,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북한과 내통하진 않을까 하는 의심을 평생 받은 겁니다.

[김주삼 / 북파공작원 납치 피해자 : 처음에는 하우스에 살았어요, 비닐하우스. 거기다 집을 짓고 살았는데, 어떤 형사는 신발을 신고,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와서 다 훑어보고 그랬거든.]

[앵커]
뒤늦었지만 김 씨의 피해에 대해 보상이 이뤄져야 할 거 같은데요.

[기자]
네, 김 씨는 지난 2020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족과 강제로 이별을 하고, 무보수 노역을 당하고 감시를 받아온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었습니다.

소송이 시작됐지만 국방부는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자료를 제공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 씨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결국, 김 씨 측은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하며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앵커]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김 씨의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고요?

[기자]
네, 진실화해위에서 김주삼 씨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신청인 진술과 주변인 진술은 있었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진실화해위는 김 씨의 피해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인 자료를 확보하게 되는데요.

김 씨를 납치했던 북파공작원이 공적을 인정해달라며 보상지원단에 보상금을 신청한 기록을 확인한 겁니다.

진실화해위는 이를 토대로 납치 사건을 진실로 규명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김 씨가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가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 사과, 북한 가족과 상봉할 기회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앵커]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지만, 금전적인 보상을 하더라도 김 씨의 짓밟힌 삶이 보상되는 건 아닐 텐데요.

[기자]
네, 올해 여든다섯의 나이인 김 씨, 66년 만에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지만 보상을 받기 위해선 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또, 김 씨가 진짜 원하는 건 따로 있는데요.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 하며 밤을 지새운다는 김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김주삼 / 북파공작원 납치 피해자 : (가족과) 연락만 할 수 있으면 거기에서 더 좋을 게 어디 있어. 그걸 할 수가 없으니까. 지금도 저녁에 밤 꼬박 새울 때 있어요. 생각하기 시작하면.]

[김주삼 / 북파공작원 납치 피해자 : 생존해만 계시면 나 솔직히 가서 안 넘어오고 싶어. 집에서 가서 오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여기 내 생활이 말도 못하게 형편이 곤란한데 여기 뭐하러 또 넘어와. 여기도 가족이 있지만 가고 싶은 건 사실이야.]

지금까지 사회1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윤성훈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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