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또 '뇌출혈'...사회적 합의에도 여전한 분류작업

택배기사 또 '뇌출혈'...사회적 합의에도 여전한 분류작업

2022.05.26. 오전 05: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최근 경기 성남시에서 택배 기사가 뇌출혈 증상을 보여 입원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택배 기사는 분류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를 맺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황윤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꼭두새벽부터 레일 위에서 쉴 새 없이 택배 상자들이 쏟아집니다.

레일 양옆에서는 분류인력과 택배 기사가 뒤섞여 바쁜 손놀림으로 상자를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던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기사 49살 김 모 씨가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발견된 건 지난 8일.

사흘째 출근하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지인들이 집에 찾아가고 나서야 이상 증세를 발견한 겁니다.

병원에서는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았는데 아직 원활한 의사소통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김 씨 가족 : 아이한테도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 많이 걸리는지, 아이를 위해서 살겠다는 이야기를 메시지에 남겨놓기도 했더라고요. 누나에게 보낸 메시지에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던 김 씨는 한 달에 5천 개가 넘는 택배를 배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벽 6시 반부터 하루 13시간 정도씩 주 6일 근무를 하는 날도 있었는데, 배달이 어려운 곳을 담당해 노동 강도도 높았다는 게 동료들의 설명입니다.

[김 씨 동료 : (김 씨에게 할당된 지역 특징이) 짐이 크고, 주택가였다 보니까 차가 다 안 들어가니까 그게 문제가 됐던 거죠.]

배송 기사가 부족했던 탓에 김 씨는 입사 3개월 만에 20여 차례나 연장 근무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택배 기사들은 분류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도 맺었지만, 김 씨가 일하는 사업장에선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택배들이 옮겨지는 레일이 설치되면 트럭이 오갈 수 없는 구조라 택배 기사들도 많게는 하루 7시간씩 걸리는 분류 작업에 동원될 수밖에 없습니다.

택배 노조가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 소속 기사 2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분류작업에 대한 임금을 받은 건 41%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YTN 취재진에 김 씨의 업무량이 다른 기사들에 비해 크게 많지 않았다면서도, 노동 조건이 열악한 구조인 만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달이면 노사가 극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타결한 지 1년이 됩니다.

택배 기사들이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어렵게 맺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황윤태입니다.


YTN 황윤태 (leekk0428@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