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어 수당 깎는다"...이주여성에겐 공고한 '임금 차별'의 벽

"예산 없어 수당 깎는다"...이주여성에겐 공고한 '임금 차별'의 벽

2022.05.21. 오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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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결혼 이주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여성가족부 산하 가족센터에서 오히려 이주여성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 최근 보도해드렸는데요.

이주여성 직원들은 한국인 직원에 비해 대부분 급여도 낮고, 수당도 제각각 다르게 받는 등 제도적으로도 차별을 받고 있었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3년부터 가족센터에서 이주민들의 통번역을 돕고 있는 이주여성 C 씨.

올해에야 처음으로 경력 수당 대상자가 됐지만, 센터에선 예상치 못한 말을 내놨습니다.

센터 예산이 빠듯해 대신 명절 수당을 절반으로 깎아야겠단 겁니다.

[C 씨 / 가족센터 근무 이주여성 : (이전에도) 명절수당 다 120% 받고, 저 혼자는 60% 받아왔으니까 좀 서운했는데…. 경력수당 15만 원 받는 대신에 명절 수당은 줄여야 했고요.]

10년 차 전문가지만, 한국인 직원들과 달리 호봉제 적용도 안 됩니다.

[C 씨 / 가족센터 근무 이주여성 : 계속 계속 5만 원씩 올랐거든요. 10년간 지금까지 190 몇만 원,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높은….]

가족센터 이중언어코치로 일하는 이주여성 D 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1년 늦게 들어온 한국인 행정직 직원과 비슷한 임금을 받는단 사실에 허탈하기만 했습니다.

[D 씨 / 가족센터 근무 이주여성 : 해가 갈수록 경력에 따라서 추가되는 게 있잖아요. 그런 거 보면, 저는 1년 됐는데 그 입사하신 분이랑 똑같이 받고 있다는 거죠.]

실제 2020년 기준 가족센터 행정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3천4백여만 원이었지만, 결혼 이주여성만 채용하는 직군은 2천만 원대였습니다.

배경에는 애초 다르게 적용되는 임금 체계가 있습니다.

가족센터 사업은 크게 한국인 직원들이 행정 업무를 하는 기본 사업과, 직군 절반이 이주여성들로만 구성된 특성화 사업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특성화 사업 종사자들은 호봉제와 각종 수당 지급을 규정한 정부의 인건비 지침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수당 역시 별도 지침이 있지만, 센터에 배정된 예산 안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하다 보니 저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여가부는 기본 사업과 특성화 사업 직무가 달라 다른 임금 체계를 적용하는 것일 뿐, 출신국에 따라 차별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애초 지원할 수 있는 선택지가 사실상 특성화 사업으로만 제한된 이주여성들로선 견고한 '임금 차별의 벽'을 넘을 수 없는 셈입니다.

[이지혜 /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 : 다문화 특성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고, 다문화 특성화 사업을 위해 채용되었으니 평생 차별적 대우를 감내하고 일하라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최근 인권위조차 정부와 같은 입장에서 차별 진정을 기각하면서 기댈 곳이 없어진 상황.

다른 이주민들을 돕기 위해 가족센터에 발을 들인 이주여성들의 설움은 오늘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YTN 송재인입니다.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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