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기지 담장 밖 '벤젠 기준치 510배'..."내부는 조사도 못 해"

단독 용산기지 담장 밖 '벤젠 기준치 510배'..."내부는 조사도 못 해"

2022.04.13. 오후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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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청사 주변에 있는 용산공원 완공을 앞당겨 국민들에게 전면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를 위해선 용산 미군기지 오염 문제부터 우선 해결되어야 합니다.

YTN 취재 결과 가장 최근에 기지 주변을 조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510배 이상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기지 안은 조사조차 못 하는 상황입니다.

홍민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집무실이 들어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

청사 뒤쪽의 미군 부지인 '사우스포스트' 바깥 담장 바로 아래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봤습니다.

지하 6m 아래에서 채취한 지하수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맑아 보이지만, 직접 냄새를 맡아보면, 기름 냄새가 강하게 납니다.

사우스포스트 주변에는 이렇게 지하수를 퍼 올리기 위한 관측공과 양수정이 모두 50여 개 설치돼 있습니다.

남영동 전쟁기념관 인근에 있는 '캠프 킴' 주변 27곳에서도 분기마다 지하수 채취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군 기지 주변의 땅과 지하수 오염도는 어떨까.

지난해 10월, 사우스포스트 주변에선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510배 넘게 검출됐습니다.

'캠프 킴' 주변에서도 기름에 의한 토양 오염을 의미하는 TPH가 리터 당 900mg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학교나 공원 부지에 적용되는 기준치를 두 배 가까이 넘은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반환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기지 안 오염 상황은 알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 이곳에서 기름 유출 등 환경 오염 사고가 일어난 사례가 확인된 것만 적어도 백 건에 가깝습니다.

[정규석 / 녹색연합 사무처장 : 기지 외부에서도 오염 정도가 기준치의 500배, 천 배인데, 오염원 자체인 미군기지는 그냥 둘 수 없죠.]

윤 당선인은 용산 미군 기지를 돌려받아 신속하게 시민 공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전문가들은 오염 정화 없이는 자칫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재우 / 한양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땅으로 비가 와서 물이 들어간다면, 지하수를 통해서 오염 물질이 이동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겠죠. 한강으로 들어간다거나, 다른 지하수로 오염이 될 수도 있고….]

시민단체는 새 정부가 오염 정화 계획 없이 공원 조성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은희 / 용산공원시민회의 대표 : (현 정부 발표에서) 공원을 조성하는 데 7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지금 당선자가 알고 계시는지…. 그냥 올해 만든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느끼고….]

윤석열 당선인이 이끄는 인수위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오랜 기간 용산 미군기지 아래 묻혀 있던 환경 오염 문제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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