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노조위원장 횡령사건 전말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노조위원장 횡령사건 전말

2022.04.11.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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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진병준 위원장이 3년 넘게 10억 원 이상을 횡령한 내용이 담긴 자료를 YTN 취재진이 확보했습니다.

위원장은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 의혹을 모두 해명하겠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기자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이준엽 기자!

우선 횡령 의혹이 불거진 진병준 위원장,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는 지난 2007년 7월 16일에 3개 분과 5천 명 조직으로 출범했습니다.

지난 2015년쯤 급격히 성장해 지난해까지 모두 8개 분과, 조합원 8만 명에 이르렀는데요.

조합비만 매달 3억에서 5억 원이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건설기계 노동자 출신으로 노조 시작부터 지금까지 15년째 위원장 자리를 지켜온 것이 바로 진병준 씨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노조 일부 지부에서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 위원장의 횡령도 드러나게 됐는데요.

횡령 의혹을 받는 지부장들이 "본부도 횡령했다"면서 맞고소를 한 겁니다.

진 위원장은 그동안 회계직원들에게도 "알아봐야 좋을 것 없다"거나 "노조가 어렵다"면서 계좌 기록을 꽁꽁 숨겨왔다는데요.

함께 고소당한 사무처장을 비롯한 직원이 법적 대응을 위해서 계좌 열람을 요구하면서 비로소 의혹이 줄줄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표순동 / 전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조직실장 : 사무처장님이랑 저랑 강하게 얘기를 해서 우리는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 열람해야 합니다.' 열람하게 되고 그때 이제 알게 됐고 그때는 위원장님이 저희한테 미안하다는….]

[앵커]
어떤 의혹인지 하나하나 짚어볼 텐데, 우선 노조비를 수백 차례 현금으로 빼갔다고요?

[기자]
YTN이 확보한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본부의 노조비 계좌 입출금 내역을 보시겠습니다.

주로 한 번에 100만 원씩, 적게는 20만 원씩 같은 날 여러 차례에 걸쳐 인출됐습니다.

3년여 동안 거의 같은 식의 인출 기록이 반복됐습니다.

이밖에 노조원 퇴직금과 복지비 등을 위해 쓰이는 계좌에도 반복적인 현금 인출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인출이 가능한 체크카드를 가지고 있던 건 진 위원장뿐이었는데요.

이렇게 3년 9개월 동안 빠져나간 돈을 모두 합치면 3억 원에 이릅니다.

이런 인출은 본부뿐 아니라 건설사들이 노조원의 임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을 모은 지부와 분과계좌에서도 발견됐는데요.

모두 3억3천만 원입니다.

본부와 지부 횡령 액수를 합하면 전체 6억3천만 원이 넘는 상황입니다.

[앵커]
의심스러운 부분이 현금인출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기자]
네 YTN은 또 다른 횡령 증거도 확보했는데요.

우선 법인카드 사용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진 위원장은 출근을 안 하는 주말도 꾸준히 법인카드를 사용했는데요.

마트나 유원지, 심지어는 호텔 비용까지 줄줄이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이렇게 업무시간도 아니고 업무와 관련도 없는 곳에 사용한 법인 카드 비용이 1억4천만 원에 이릅니다.

이밖에 업무추진비와 기밀비, 판공비처럼 용도가 뚜렷이 정해져 있는 돈을 2억5천만여 원을 자신에게 송금하라고 했는데요.

이런 돈과 현금 인출 기록을 모두 합하면 3년 9개월 횡령 금액이 10억 원 이상입니다.

[앵커]
횡령 액수가 엄청난데, 진 위원장은 뭐라고 해명했나요?

[기자]
지난 6일 YTN 취재진이 진 위원장 해명을 듣기 위해 한국노총 사무실을 직접 찾았는데요.

애초에 건설산업노조 직원들은 위원장이 자리에 없다고 설명했지만, 같은 건물 사용하지 않는 사무실에서 진 위원장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진 위원장은 의혹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취재진을 피해 건물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2분 넘게 대답을 피한 끝에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가버렸는데요.

당시 상황 직접 보시죠.

[진병준 /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위원장 : (혹시 법인카드도 주말에도 사용하시고 이랬던 것도 있던데) 아닙니다. 아닙니다. (어디에 사용하신 거에요? 업무적으로 사용하신 거 맞나요?) 아니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뒤 진 위원장은 뒤늦게 취재진에게 전화로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자세한 입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표명하겠다면서도, 현금인출은 모두 노조를 위해 쓰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횡령 액수가 큰데, 관련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충남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해 7월 진 위원장이 노조비 6억 원 이상을 빼돌렸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하고 있는데요.

위원장의 주변 인물을 참고인으로 부르고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 위원장이 아직 피의자 조사를 받기 전이라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이른 상황인데요.

이익금이 5억 원이 넘는 업무상 횡령은 가중처벌까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수사 향방이 주목됩니다.

YTN은 횡령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와 의혹이 불거진 뒤로 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이 이뤄진 정황도 확인했는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비롯해 다양한 후속 취재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1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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