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갑질 금지법' 제초 작업은 안되고 잡초 제거는 된다?

'경비원 갑질 금지법' 제초 작업은 안되고 잡초 제거는 된다?

2021.10.25.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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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갑질 금지법' 제초 작업은 안되고 잡초 제거는 된다?
YTN 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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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시행된 ‘아파트 경비원 대상 갑질 근절법’이 오히려 경비원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포했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업무 범위 안내'를 통해 시행령에 대해 해설했다.

시행령에는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주차 대행이나 택배 물품의 자택배달을 요구할 수 없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에게 각종 동의서를 돌리게 하거나 건물 도색작업 등을 맡기는 일도 금지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번 시행령이 "당사자 의견을 무시하는 작위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5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국토부는 논의 과정에서 합의한 경비원들에게 시켜서는 안 되는 ‘제한업무’만을 예시로 공개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당초 전국 수많은 아파트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비원들에게 ‘허용업무’를 예시할 경우 이를 빌미로 안 하던 일도 부과되어 더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한되는 업무만을 예시하기로 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이를 어기고 허용업무와 제한업무를 정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것.

여기에는 경비원에게 ‘잡초 제거’를 지시할 수 있지만, '제초 작업'은 할 수 없다는 항목도 있다.

노조는 "어디까지가 잡초제거이고 어디부터 제초작업이라 판단할 것이냐"라면서 "이런 작위적인 판단으로 인해 아파트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지고 그 피해는 가장 약자인 아파트 경비원에게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국토부가 주차관리와 택배 보관이 경비원들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는 공통된 의견과 합의 사항을 뒤집었다고도 비판했다. 국토부가 경찰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차관리와 택배 보관이 경비원들의 고유 업무라고 공표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시행령의 제목을 굳이 경비원이 '예외적으로' 종사할 수 있는 업무로 정한 것은 경비원들의 고유 업무는 아니지만, 주민편의를 위해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정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택배 보관, 주차관리 등 경비 외 관리 업무가 합법화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됐지만, 여전히 '감시단속직'으로 분류돼 있어 노동법상 휴일수당과 야근 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한다.

노조는 주차관리와 택배 관리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쏟아도 경비원들의 감시단속직 적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어 일은 일대로 다 하고 감시단속직은 그대로 유지되어 경비원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감시단속직 적용해제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우개선에서 핵심적인 요구사항이었다.

노조는 "국토부가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현장에 떠넘겨 버렸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파트 경비에게 떨어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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