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령제약-종로세무서, 세무조사 기간 '수상한 만남'

단독 보령제약-종로세무서, 세무조사 기간 '수상한 만남'

2021.10.21.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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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 대표와 관할 세무서장이 협의회 명목으로 만나 샴페인을 마신 사실이 YTN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업체 측은 세무조사와 상관없는 관례적인 만남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기업은 협의회 회원도 아닌 것으로 확인돼 배경에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장은 세정협의회가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세정협의회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합니다. 신준명 기자!

당시 종로세무서장과 기업 대표가 만난 영상을 YTN이 확보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5월 18일, 종로세무서 옥상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찍힌 영상입니다.

영상에는 당시 종로세무서장 김 모 씨와 체납징세과장 나 모 씨, 당시 보령제약 안 모 대표 등이 모여있고, 테이블엔 샴페인까지 놓여있습니다.

제보자가 다가가자 종로세무서 직원이 세정협의회 진행 중이라며 막아섭니다.

"(저거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세정협의회 하는데요, 지금 (지금 세정협의회 하는 게 맞아요?) 이쪽으로 오시죠."

세정협의회란 지역 납세자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 세무서 단위에서 운영 중인 민관 협의체로 지난 1971년부터 50년째 세무서와 납세자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YTN 취재결과 당시 보령제약은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세무 조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령제약 내부 관계자는 "5월 18일은 세무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며 회사 측에선 꼬투리 잡힐 수 있으니 회사에 들어오지 말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보령제약은 지난 8월 말 기준 종로세무서가 관리하는 세정협의회 소속 회원 19개 업체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업체 대표와 관할 세무서장의 '수상한 만남'이 이뤄진 겁니다.

YTN이 확인을 요구하자 보령제약 측은 5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시기였던 건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만남은 관례적으로 진행하는 수시 업무 회의였을 뿐 세무조사와의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종로세무서 측은 김 전 세무서장이 당시 참석 대상을 정했다면서, 세정협의회 회원사가 아닌 보령제약 대표가 왜 참석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김 전 세무서장에게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려 했지만, 현재 병가 중이라 사실 확인이 곤란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세무서 관계자와 납세 업체들이 만나는 세정협의회를 두고 각종 로비 의혹도 잇따랐는데 국세청장은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정협의회 회원들은 관할 세무서장이나 과장이 퇴직하면 고문 계약을 맺은 뒤 고문료 명목으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씩 매달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직일 때 세정협의회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면서 세무조사의 편의를 봐달라는 식으로 청탁하고, 퇴직 뒤엔 전관예우로 대우해주면서 일종의 보험을 든다는 건데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에서 확보한 세정협의회 회원의 증언을 들어보겠습니다.

[서울권 세정협의회 회원 / 민주당 김두관 의원실 제공 : 서장들은 돈 백만 원 정도 하고요. 다른 세무서장이 되면 또 1년 이런 식으로. 어떤 세무서든 간에 이런 것들은 다…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치도 문제지만, 세무조사가 가장 무섭잖아요.]

서울권 세무서들의 경우 각각 10~20여 개의 업체를 회원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직 세무서장이 퇴직 뒤 세무사무소를 차리면, 세정협의회 소속 기업들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돈을 받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는 건데요,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변호사법, 행정사법, 관세사법과 달리 세무사법에만 전관예우 금지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변호사·관세사·행정사는 공직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이 처리하는 업무를 퇴직 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무사법엔 이런 제한 규정이 없어 전관예우 논란이 발생한 겁니다.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김대지 국세청장은 세정협의회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선 세무서장 등의 전관예우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공직 출신 세무사가 퇴임 직전 근무한 세무관서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 13일 발의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신준명 (shinjm752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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