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후 방치 주유소 절반이 토양오염 조사 누락

폐업 후 방치 주유소 절반이 토양오염 조사 누락

2021.09.18. 오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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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영난이 깊어져 폐업한 뒤에 시설 폐쇄나 오염도 조사 등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주유소가 많습니다.

YTN이 전국적으로 조사해보니, 문은 닫았지만 시설은 남아 있는 주유소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토양오염 조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함형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문을 닫은 지 10년이 된 경기도의 한 주유소

인적은 사라졌지만, 건물과 장비는 그대로 남은채 녹슨 캐비넷과 사무 기기까지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주유 설비는 거미줄 투성이고, 사용 안하는 주유기 입구에는 새들이 둥지를 튼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2015년부터 5년간 전국에서 폐업한 주유소를 지도에 표시해봤습니다.

경영난이 깊어지면서 주유소 폐업은 꾸준히 확산하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부산을 비롯해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주유소가 줄줄이 문을 닫았는데, 5년동안 1,500곳에 달했습니다.

운영난 끝에 문을 닫는 주유소 역시 토양오염 조사는 필수적입니다.

현행법상 주유소 설치 후 15년간은 5년에 한 번, 이후에는 2년에 한 번 토양 오염조사를 받아 그 결과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합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폐업만 하고, 시설 폐쇄는 하지 않은 주유소 174곳을 찾아, 해당 시설에 대한 오염 조사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이들 방치 주유소 중 절반 가까운 84곳이 정기 토양 오염 조사를 제때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역시도별로 보면 경상남도가 14곳, 전라남도와 강원도가 13곳이었고. 전라북도와 충청북도는 11곳이었습니다.

토양오염도 조사를 받지 않고, 가장 오래 방치된 주유소 10곳을 꼽아보았습니다.

지은지 올해로 29년이 된 한 방치 주유소는 2002년에 마지막으로 정기 토양오염 조사를 받은 뒤 조사 기록이 없다가, 2015년에 폐업했습니다.

10곳 주유소의 마지막 토양 오염도 조사 시점은 13년에서 19년 전이었고, 폐업 시점은 2년에서 13년 전이었습니다. 심지어 정확한 폐업 연도를 알기 어려운 곳도 있었습니다

모두 현재까지도 기름 저장 시설을 제거하지 않은채 방치된 사업장들입니다.

폐업 주유소의 안전 문제와 유류 탱크 폐쇄 점검은 소방서가, 석유 판매관리업상의 폐업 처리는 시군구의 경제과, 토양 오염도 조사 관련 업무는 시군구 환경과가 나눠 전담합니다.

이 가운데 특히 주유소 폐업이 늘면서 토양 오염도 조사 업무가 제때 관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기초지자체 토양오염 점검 담당 공무원 : 해당 (주유소) 시설이 소송이나 여러가지 사건으로 영업이 어려운 상태로 확인이 됐습니다.]

[기초지자체 토양오염 점검 담당 공무원 : 토양 (오염관리대상 시설) 같은 경우에는 120-130개 있거든요. 신고 된게. 실질적으로 혼자서 전체를 관리하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방치된 주유소는 이미 폐업 이전부터 수년동안 정기 토양오염도 조사를 누락한 사례가 많아 지하수 등 주변 환경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경균 /전남대학교 토양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 지하수가 굳이 아래로 지나가게 될 때 이 기름이 오랜 기간 서서히 저농도로 주변 지하수로 퍼져나간다는 얘기이거든요. 지하수를 음용하는 경우는 장기간 발암물질에 노출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방치 주유소 등 잠재적 오염원이) 제거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고….]

여기에 더해 폐업이 아닌 휴업 상태로 오랜 기간 토양오염도 조사를 받지 않은 사업장를 전부 포함하면 실제로 주유소 관리의 사각지대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YTN 함형건입니다.

YTN 함형건 (hkhahm@ytn.co.kr)
영상 취재 : 곽영주
영상 편집 : 박재상
그래픽 디자인 : 김경민 우희석 홍명화
리서치 : 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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