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념' 따라 입대 거부 첫 무죄...'진정한 양심' 인정

'개인 신념' 따라 입대 거부 첫 무죄...'진정한 양심' 인정

2021.06.25. 오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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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 신념을 이유로 현역 입대를 거부한 사람에 대해 대법원이 첫 무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뒤집었고,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먼저 어제 무죄를 확정받은 정 모 씨, 어떤 개인적 신념에 따라 입대를 거부했던 건가요?

[기자]
네, 성 소수자인 정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획일적인 입시 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에 반감을 느꼈고, 대학 입학 후에는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따라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실제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을 반대하는 기독교단체 긴급 기도회나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 등에 참여했습니다.

자신을 '퀴어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며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와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정 씨는 이런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았고, 결국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1심과 2심의 판단이 정반대로 나왔는데요.

2심에서 어떤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던 거죠?

[기자]
네, 1심은 정 씨가 입대를 기피한 이유가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결과는 2심에서 뒤집혔습니다.

1심은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내용의 판례 변경을 한 것이 무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라면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해 병역 기피로 처벌할 수 없고,

진정한 양심이란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을 말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에 따라 정 씨는 여러 소명 자료를 2심 재판부에 제출했고, 2심은 자료를 토대로 정 씨의 '진정한 양심'을 인정했습니다.

[앵커]
어제 대법원에서도 이런 원심 판단을 받아들여 무죄를 확정했는데요.

이번 사례는 개인적 양심에 따른 입대 거부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한 것이어서 더 의미가 크죠?

[기자]
네, 대법원은 정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개인적 신념에 따른 현역 입대 거부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통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교리상 병역 의무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사례에서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했고,

이번에는 더 나아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더라도, 개인적 신념에 따라 '현역 입대'를 거부했더라도 진정한 양심이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처음으로 판결했습니다.

[앵커]
이제 정 씨는 대체복무를 하게 될 텐데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정 씨 변호를 맡아온 임재성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논의가 20년 넘게 이뤄지고 어느 정도는 제도화됐지만,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여서 특정 종파의 문제인 것처럼 다뤄져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인정받는 변화가 시작됐고,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만 허용됐던 좁은 문이 열린 셈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임재성 / 정 씨 변호인 : 비로소 오늘로써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양심적 병역거부가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변화가 이뤄진 게 아닐까….]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인생을 개별적으로 살펴서 '진정한 양심'인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개별 사건마다 진정한 양심이 얼마나 증명됐는지의 문제인 만큼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가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넓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병무청은 2018년 대법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정 씨는 육군 현역병 두 배 기간인 36개월 동안 합숙 복무하며 교정시설의 보조업무를 수행하게 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YTN 강희경입니다.



YTN 강희경 (kangh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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