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를 또 추행...2차 가해까지 겹쳐 전역

성추행 피해자를 또 추행...2차 가해까지 겹쳐 전역

2021.06.22. 오전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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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여성 공군 부사관이 선임들에 잇따라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피해자가 수치심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물의를 일으킨 문제의 인물로 몰고 가는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이었다고 하는데요.

2차 가해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결국, 3년 만에 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김다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학창시절 내내 군인을 꿈꾸던 A 씨.

지난 2013년 부사관으로 임관한 뒤 부산의 한 부대에 발령받았습니다.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선임의 성추행이 시작되면서 꿈은 악몽으로 바뀌었습니다.

인사 평가 위치에 있던 가해 선임, 김 모 준위.

김 준위는 A 씨에게 "진급해야 하지 않느냐", "용돈을 주겠다", "애인이 돼라" 등 불쾌한 말을 쏟아냈고,

회식자리에서는 테이블 밑으로 손을 잡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등 몹쓸 행동을 이어갔습니다.

[A 씨 / 공군 前 하사 : 허벅지에다 성기 쪽까지 손을 대면서 그런데 거기서 제가 반항을 못했어요. 손을 밀쳐내긴 하지만 다시 손이 들어오는데….]

A 씨는 다른 선임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고, 대대장에게도 보고됐지만 조처는 황당했습니다.

김 준위를 다른 부서로 옮겨 줄 테니 A 씨에게 다시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한 겁니다.

이후 정식 신고가 이뤄지고 나서야 징계가 내려졌지만, 그마저도 3개월 감봉에 그쳤습니다.

[A 씨와 군사재판사무담당자 통화 내용 (지난 17일) : 감봉을 3월을 받으셨어요. 그 사건으로는 징계만 됐거든요. 형사는 아니라서 판결문은 없어요.]

모욕감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과 업무배제였습니다.

A 씨는 결국 경기도의 다른 부대로 옮겨갔습니다.

[A 씨 / 공군 前 하사 : '여군이었으면 참았어야지' '네가 군인인데 참았어야지' 이런 이야기를 바로 앞에서 듣고 있는데 어떤 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있었겠어요.]

하지만 새 부대에서도 A 씨를 마치 소란을 일으킨 사람으로 바라보는 눈초리는 계속됐습니다.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말을 덕담이랍시고 건넨 임 모 준위.

그러더니 얼마 뒤 술자리를 만들고 노래방에 데려가더니 A 씨를 성추행했습니다.

임 준위는 이후 A 씨와의 통화에서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일로 30여 년 군 생활에 먹칠할 수 없다며 압박성 발언도 했습니다.

우울증약과 수면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충격에 시달리던 A 씨는 3년 만에 꿈을 포기하고 전역했습니다.

A 씨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숨죽여 울고 있을 여군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성추행과 2차 가해에 무딘 군 문화를 뿌리째 바꿔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A 씨 / 공군 前 하사 : 그런 여군들이 아직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겪고 소리 못 내는 여군들이 있겠지만 여자로 봐달라는 거 아니에요. 동료로 봐달라는 거잖아요.]

YTN 김다연[kimdy081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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