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샴푸를 '로켓'으로 사는 게 혁신일까?

[뉴있저] 샴푸를 '로켓'으로 사는 게 혁신일까?

2021.06.21. 오후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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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의 불은 왜 이렇게 꺼지지 않는 것일까. 한번 보시겠습니다.

워낙 엄청나게 큰 규모인데 거기에 물건이 가득 쌓여 있고요.

거기에 물건을 포장하는 데 쓰이는 제품들, 불에 타기 쉬운 것들이 잔뜩 또 쌓여 있습니다.

포털에서 검색을 하면 등장하는 쿠팡의 물류센터는 전국에 25개나 됩니다.

그리고 또 이런 게 있습니다.

로켓배송, 자정 이전에 주문한 건 무조건 다 다음 날 다 배송이 끝난다고 하는 거. 로켓크레시, 이거는 신선식품에 관한 거고요.

총알배송,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는 무조건 도착한다.

그리고 심야 배송도 있습니다.

이렇게 뭐든지 쏜살같이 물건을 배송하려면 모든 물건이 미리 창고에서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거대한 창고가 전국 곳곳에 필요한 거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급히 배달할 물건들만 있는 걸까. 한번 점검해 봤습니다.

내일 모임에서 입을 옷 있으시면 바로 오늘 찾아서 주문해 주세요.

내일, 바로. 그러면 입을 수 있게 해드립니다.

쿠팡 의류도 총알 배송. 쿠팡 로켓배송, 엄청나게 빨리 간다고 하니까 보니까 샴푸였습니다.

쿠팡이 취급하는 생수가 수만 개인데 그중에서 1만 2600여 가지는 로켓배송으로 갑니다.

그리고 쿠팡의 90%의 수입이 이 로켓배송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뭐든지 엄청나게 빨리 배달하려니까 그결과는 택배 노동자들의 재해로 이어집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가장 먼저 빨리 남보다 훨씬 더 빨리 배송한다는 쿠팡의 산업재해 건수가 완전히 다르죠. 제가 최근에 사망한 쿠팡 노동자 7명의 사망 장소를 한번 확인해 봤습니다.

지난해부터 볼까요.

빌라의 계단에서 물건을 나르다가 숨진 채로 발견. 화장실에서 발견. 야간근무 뒤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 그리고 올해로 또 계속 이어집니다.

보십시오. 야간 근무 뒤에 센터 화장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 심야배송을 마치고 고시원 자기 숙소로 돌아갔다가 숙소에서 숨진 채로 발견. 퇴근 뒤 다음 날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 그리고 어디론가 배송을 하다가 배송지 근처에서 숨진 채로 쓰러진 채 발견. 그리고 이 죽음들은 오늘 소방대원 한 분의 영결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쿠팡의 책임이 물론 크겠죠. 그러나 생수를, 샴푸를 한밤중이라도 더 빨리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우리의 소비문화. 끝없는 우리의 편의 추구, 거기에는 과연 책임이 있는 걸까.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물류의 혁신인가. 무겁고 침울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변상욱의 앵커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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